우리는 왜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는가?

천형을 함께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며..

by 이정원


KT의 최종전 승리로 정규 리그가 마무리 되었다. 생긴지 6년 밖에 되지 않은 신생팀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면서 원년 멤버로 40년간 한번도 정규 시즌 우승을 하지 못한 자이언츠가 다시 회자된다. 우승을 하지 못하면 어차피 실패한 시즌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 팀을 응원하고 있다.


새로 태어날 아이 소식을 전하며 미래의 롯데 자이언츠 팬이라고 소개한 이창섭 기자님 글에는 “고통을 대물림하려 한다”는 애정 어린 댓글이 달렸다. 두산처럼 늘 패보다 승이 많고, 포스트 시즌도 계속 나가고, 우승도 자주 하는 두산 같은 팀의 팬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정서. 우리는 스스로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얽힌 운명을 원망하면서도 다시 업데이트되는 중계창을 보고 티비를 켜고 야구장으로 향한다.


부산에 계시는 우리 어머니는 매일 야구 중계를 챙겨보시는 아버지를 보며 “롯데가 이긴다고 떡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라며 구박하신다. 사실 롯데가 이기고 지는 건 나의 일상적인 삶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마음을 접으면 그저 남이 되는 존재이지만 마음이 가는 것을 어쩔 수 없는, 프로야구 팀을 응원하는 마음은 어찌 보면 아바타와 유사하다.


아바타는 나의 분신이고, 내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을 가상 현실에서 대신 이루어 주는 대상이다. 우리가 살아 가는 매일 매일은 팍팍한 현실. 인생은 경쟁으로 가득 차 있고 승리할 가능성은 늘 나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열려 있다. 한 번 실패하면 다시 복구하기는 어렵고 어제의 패배는 오늘을 더 비참하게 만든다.


야구는 이런 힘든 현실을 벗어 날 수 있는 다른 일종의 판타지다. 꼴찌도 1등을 이길 수 있고, 어제 패배해도 오늘의 시합은 다시 시작이다. 매 타석마다 스트라이크 세번까지는 기회가 있고,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닌 게임. 그 시간 동안만은 우리는, 단조롭고 그래서 심심하고 그래서 힘겨운 일상을 벗어날 수 있다.


판타지 속의 우리 아바타가 늘 승리하는 모습이면 그 것도 좋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상관없다. 지금 공격의 실패도 다음 이닝을 기약하면 되고, 오늘 지더라도 내일이면 새로운 게임이 시작된다. 다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우리는 다음 시즌의 희망을 품고 마치 구단주인양 새로운 팀 구성을 꿈꾼다.


그래서 차라리 안 보일지 언정 팀 세탁은 못하겠다. 잘한다고 응원하게 되는게 아니니까. 부산에서 태어나 삼십년을 넘게 지켜 보다 보니 이제는 선수들이 자식 같아서 이기고 지기보다 다치면 속 상하고, 부당하게 판정을 받거나 기회를 제대로 못 받으면 화가 나고, 실력이 늘고 인정 받으면 뿌듯하게 느껴 진다.


그래서 2021년은 롯데 팬에게 그리 슬픈 한 해가 아니었다. 평균 연봉 1위에 평균 나이도 제일 높았던 노쇠한 팀이 체질을 바꾸고 있는 것이 보이는 한 해였다. 젊은 신예들이 기회를 받고, 고참들은 분위기를 띄우는 모습을 보면서 한껏 신이 나서 운동하는 모습들이 많이 흐뭇했다.


아직 상대 에이스에 대해 괴롭히는 끈질긴 모습도 아쉽고, 좀더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도 아쉽다. 젊은 선발 투수들이 흔들리다 볼넷을 내주는 일이 잦은 것도 아쉽고, 한방을 날려서 분위기를 바꿔 주는 거포의 부재도 아쉽다. 다 지나고 나니 감독을 조금 일찍 바꾸었다면, 6월에 팀 추스를 때 좀 타이트하게 운영했다면, 그 때 박세웅이 추신수에게 정면 승부를 하지 말았더라면... 갖가지 아쉬운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래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고,

내년 시즌에는 다시 리셋해서 모두 다시 시작이다.

한 해 동안 그 모든 희노애락을 함께 한 선수들. 코칭스태프들. 그리고 함께 응원하면서 함께 그 모든 감정을 나누었던 동료 자이언츠 팬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내년에도 우리는 또 이 천형을 함께

할 것이다. 그래서 참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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