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팬의 한국 시리즈 최종전 관전평
오늘 KT가 우승을 했다. 그들은 견고했고 집중했고 희생할 때와 도전할 때를 알고 있었다. 우승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나는 오늘 KT의 일사분란함이 참 부러웠다. 외국인 용병타자인 호잉도 희생번트를 지시 받고 군말 없이 자기역할을 수행하고 이를 뒤 타자들이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모습에서 한 타자 한 투수는 무너뜨릴 수 있겠지만 이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팀이 강팀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6대3으로 쫓기던 순간에, 박시영이 올라와 김재환을 잡고 양석환을 상대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아 투수 교체하려나 했었는데 이강철은 그냥 이런저런 한 마디하고 내려 갔고 배터리는 낮은 슬라이더로 양석환을 가볍게 요리하고 내려갔다. 롯데 시절 잘 던지다가도 한번에 무너지던 박시영은 KT에 가서 그렇게 철벽 불펜이 되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이강철이 있다.
야수 출신의 감독은 확실히 선수들과의 호흡이 좋다. 필드 플레이어로서 동료와 함께 연습하고 덕아웃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타격에 대한 조언과 투수와 상대하는 조언들을 하면서 선수들과 가깝게 지낼 수 있다.
그러나 한순간에 흐름이 바뀔 수 있는 것이 야구다. 그리고 경기 중에 흐르는 미묘한 흐름의 변화를 읽고 대처하는 능력을 선수시절부터 키워 오는 건 온전히 그 무게를 지고 있는 선발 투수와 그와 호흡을 맞추는 포수 정도 인 듯 하다. 오늘 이강철의 작전들과 마운드 방문은 한국시리즈 최종전 승장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당장의 롯데에게는 아직 이런 세밀함보다 선수들 친화적인 감독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확실히 서튼 감독 이후 야수들 특히 2군 출신들의 스윙에 자신감이
넘쳤고 팀은 그 활기에 그나마 생동감있는 후반기를 보냈다. 내년 한해도 팀의 방향성은 그 에너지를 키우고 채우는 쪽으로 향할 것 같다.
하지만 에너지만으로 한국시리즈 최종전 같은 무게는 버티기 어렵다. 견고한 무언가가 필요한데 롯데가 아직 감히 꿈꿔 보지도 못한 그 것을 오늘 KT와 이강철 감독은 보여 줬다.
올해의 야구는 오늘 끝났지만 내년의 야구는 바로 오늘 부터 시작이니까.. 타산지석. 여러 어려움 속에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두산이나, 창단 7년만에 우승을 이룬 KT 모두에게서 얻는 무언가가 있기를.. 양팀 선수들 모두에게 수고하셨다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덧글. 신본기의 홈런을 보면서 참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나도 잘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신본기 선수. 그리고 KT로 간 롯데 출신 선수들 모두..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