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건강한 조직입니다

클릭수를 사냥개처럼 쫓아가는 기자들의 농간에 넘어가지 맙시다.

by 이정원

사람들이 허문회 감독 인터뷰보고 말이 많습니다. 프런트와 불화가 있다고 짐작하고 이야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예전에 판매 부수 경쟁하듯이 클릭수를 늘리기 위해서 제목도 자극적입니다.


선 넘은 허문회 롯데 감독, 그에게는 인과관계가 없다.


허문회 감독의 잇따른 돌직구 발언, 롯데의 현장 – 프런트 불협화음?


롯데 또 파열음, 신뢰-타협 없는 현장과 프런트는 결국 공멸한다.


시작은 2군에서 추천한 장원삼이 첫 등판에서 부진했을 때 2군도 더 신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내용이 나오더니 지성준을 공격형 포수로 프런트에서 데리고 왔는데 안 쓴다고 포수 타격에 불만이 많은 호사가들이 서로 사이가 안 좋아서 그렇다고 그러고… 최근에 2군에서 웨이버 되는 선수들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이야기하더니, 키움의 손혁 감독 사퇴와 관련해서 프런트가 이 선수 쓰라고 그냥 이야기해선 안되고 구체적으로 왜 써야 하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어느 부분이 사이가 안 좋다는 증거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회사로 치면 보급을 맡고 있는 관리 부서와 현장에서 생산을 책임지는 부서가 같이 모여 한 회사를 이룹니다. 그래서 관리 부서에서 이런 저런 지침도 주고 제안도 하는데 현장에서 판단해 보고 아니면 아니라고 하고 맞으면 적용하면 됩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건 이런 것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은 1군 감독은 선수단의 매니저로 팀을 관리하는 현장을 맡고 프런트는 1군 팀이 가장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지원하는 일을 책임 지는 것으로 서로의 영역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습니다.


한번이라도 허문회 감독이 2군의 투수 운영에 대해서 언급하거나 김성근 감독처럼 2군에 내려가서 선수들 보고 한 적이 있습니까? 한번이라도 성민규 단장이 1군 포수 기용에 대해서 뭐라고 한적이 있나요? 프런트는 준비된 선수 리스트와 몸 상태를 분석한 자료로 말하고 감독은 매일매일의 경기에 나서는 선수의 라인업으로 말합니다. 우리가 한번이라도 허문회 감독의 올 한해 라인업에서 프런트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나요? 오히려 너무 없어서 안타깝지 않았나요?

내부적으로 할 이야기다. 왜 언론에 먹이를 던져 주냐? 허문회 감독이 못할 소리 한 것도 아니고 서로의 역할에 따라 각자의 일을 충실히 하는 관계에서 본인의 생각을 묻는 질문에 솔직하게 답변했을 뿐입니다. 물론 아 다르고 어 다른 상황에서 좀더 부드럽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허 감독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도 자유롭게 못하는 분위기라면 그게 더 팀 분위기가 이상한 것 아닌가요?


지난 5월에 첫 5연승하고 주간야구에 성민규 단장이 나와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트레이드 FA 같은 전력 보강 외에도 수비가 불안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 사직 운동장 흙을 모두 바꾸고, 잔디 관리를 위해 수고하는 구장 관리 직원을 언급하면서 성단장이 이야기합니다.


“결국 감독님과 선수들이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는 것이 제 몫입니다.”


이런 마음이 있으니, 자기가 작년 3선발을 주고 데려 온 포수 유망주를 2군으로 내리자는 감독의 결정을 스스럼없이 받아 들일 수 있었을 겁니다. 비단 단장 뿐이 아닙니다. 아버지가 위독한 해서 본국으로 급하게 가야 하지만 한 달의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흔쾌히 허락하고, 정훈의 어퍼컷 스윙도 한마디 하지 않은 허문회 감독님도 같은 맥락이십니다. 결국 남이 열심히 하게 하려면, 남을 존중하고 나는 내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는 걸 두 리더는 알고 있고 그 기본을 한해 동안 충실히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감독이라면 그런 타순 그런 투수 안 내어 놓을 텐데.. 하며 경기 중에 울분이 터지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렇지만 올해 오늘 그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그 권한이 흔들리면 팀은 선장 잃은 배처럼 산으로 가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지난 많은 암흑기에서 그런 상황을 보았고 지금 바로 옆에서 비슷한 상황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흔들지 맙시다. 믿어주고 성적이 나지 않으면 그 때 책임을 묻으면 됩니다. 굳이 누가 갑이고 을이냐를 따지자면, 언제든 경질 될 수 있는 감독이 을입니다. 을이 자기 얘기를 한다는 건 그만큼 조직이 건강하다는 의미입니다. 기자들이야 클릭수를 위해 이런 저런 소설을 쓰겠지만 저는 허문회 감독의 소신 발언이 나올 때마다 뉴욕 닉스처럼 성적은 하위권이어도 늘 미디어의 밥이 되는 롯데 자이언츠가 그래도 예전보다 더 건강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제야 회복해서 팀다운 팀이 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팬들도 기본을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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