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가 맞는 위치가 있습니다.
김태균이 은퇴했습니다. 황금세대인 82년생도 이제 제대로 뛰는 건 이대호 / 오승환 둘 뿐이네요. 두 사람이 참 대단하긴 합니다만 세 사람이 속한 팀 모두가 포스트 시즌 진출이 좌절된 것은 뭔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매일 시합을 치루어야 하는 프로 야구 정규리그는 마치 전쟁과도 같습니다. 매일의 시합은 치열한 전투이고 승부가 나면 단순히 1승과 1패를 주고 받게 되지만 단순히 오늘 1승을 했다고 해서 그 해의 전쟁에서의 승리를 담보할 수는 없습니다. 총력전으로 연장 승부까지 가서 끝내기로 한 경기 이기고 나서 남은 2연전을 무력하게 져버리면 이기는 그 순간엔 엄청 흥분될 지 몰라도 그 3연전은 손해입니다.
지더라도 잘 져야 하고 이길 때도 효율적으로 이겨야 합니다. 결국 최종 전쟁에서의 승리는 매일의 전투에서 누가 더 여분의 의미를 남겼는지에 따라 결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올해 롯데 야구의 가장 큰 아쉬움은 1점차 패배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특히 끝내기가 많아요. 어제도 김원중이 8회 위기에 먼저 올라 왔고 그 때는 위기를 잘 막았지만 9회에 3점을 내 주면서 역전 끝내기를 주고 말았습니다. 아쉬운 볼 배합도 있고 (승부구로 볼을 던져야 할 때 왜 정면 승부가 들어 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구위가 많이 떨어진 마무리에게 4아웃 세이브를 강요한 것도 아쉽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마음에 안드는 것은 9회초 공격에서의 모습이었습니다. 전준우 / 이대호 / 이병규가 나와서 나란히 2루수 땅볼 아웃으로 이닝을 순삭해 버리더 군요. 이해는 됩니다. 이기고 있고, 홈런도 쳤고, 세이브 상황이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이런 “경기 후반의 무기력한 공격 집중력의 저하”가 올 한해 롯데의 매일 매일의 전투를 힘들게 했고 그렇게 잃어 버린 점수들이 쌓여서 포스트 시즌 탈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무기력한 공격 집중력의 저하는 베테랑이 중심인 팀이 어쩔 수 없는 약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라인업에 서고 더우나 추우나 하루 4시간 이상 야외에 나와서 뛰고 대기하고 승부하고 해야 하는 프로야구라는 운동의 특성상 경기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 젊은 선수들도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베테랑들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마치 투수들이 이닝 수를 제한하며 어깨를 보호해 주어야 하는 것처럼, 베테랑들도 하루 이틀 정도는 라인업에서 배제하면서 수비와 공격에서 집중력을 유지하게 하는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관리를 가능하게 하려면 베테랑을 배제하더라도 경쟁력 있는 젊은 야수들이 많아야 합니다. 현재 상위권에 있는 팀들 대부분은 이런 신구의 조화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어제까지 진행된 경기를 베이스로 NC / 엘지 / 롯데의 타수 기준 주전 라인업의 평균 나이와 타수를 비교한 내용입니다. 확실히 NC는 여러 FA 및 트레이드 영입을 통해서 주전 평균 나이는 오히려 롯데보다 높습니다. 다만 35세 박석민이 제일 고참이고 양의지 / 박석민 같은 고참들은 타수도 500회 이하로 잘 조절해 주고 있습니다. 엘지는 김현수와 오지환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지만 올해 두꺼워진 Depth로 주전 평균 나이를 대폭 낮추고 주전 평균 평균 타수도 최저입니다. 팀 평균보다 더 나이가 많은 베테랑의 나이 평균이 전체 평균과 1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팀이 아주 젊어지고 두터워 졌습니다.
그런데 롯데는 일단 34살 전준우의 600 타석이 눈에 뜁니다. NC엔 3명, 엘지에는 단 두 명씩 밖에 없는 500 타수 이상 선수가 다섯 명이고 있습니다. 베테랑 평균이 34세로 주전 평균과 3살이상 차이가 나는데 평균 타수는 세 구단 중 1위입니다. 사실 막판에 부상과 부진으로 안치홍 민병헌이 빠지지 않았다면 더 됐을 겁니다. 한마디로 한동희 / 김준태 / 마차도를 제외한 여섯 자리는 30대 중반 이상의 고참들이 계속 눌러 앉아 있었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관리를 잘 해 주어도, 아무리 날고 기던 선수라도, 시간에는 장사 없습니다. 한경기 내에서도 오래 뛰면 힘들고, 많은 경기 나서면 더 힘들고, 나이 들면 더욱 더 힘듭니다.
팀 전체가 한 경기를 진행하는 내내, 그리고 시즌을 거쳐가는 내내 날카로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인 수치로 드러나는 실력도 실적과 함께 나이와 체력에 따라서 출전 시간을 배분하는 원칙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엘지의 박용택처럼 팀이 필요한 시점에 날이 선채로 출전해서 팀이 필요한 일을 해 주는 사람이 바로 베테랑이라고 생각합니다.
팀이 진짜 힘을 낼려면, 20대 초중반 2 ~3에 허리가 되는 30대 초반이 4~5 되고 30대 후반은 1~2 정도만 주전에 제 2 백업 정도의 역할만 맡아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비교해 보고 나니. 나성범이 빠질 수 있고 양의지 이명기등이 내년이면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NC는 정말 올해 우승을 꼭 해야 하는 상황이네요. 엘지는 정말 젊은 팀으로 다시 태어났고, 그에 비해 롯데는 중간 세대에서 팀을 이끄는 허리가 많이 비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새로운 신인들의 영입으로 들뜨긴 했지만 그들이 주축이 되는 건 앞으로도 먼 이야기입니다. 시즌을 마치고 이대호의 재계약 규모를 보면 팀이 생각하는 방향이 좀 보이겠죠? 당장 눈 앞에 성적에 매달리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팀 구성을 건강하게 만드는 고민을 시즌이 마치면 프런트와 현장 모두 머리를 맞대고 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도 좀 잘 키워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