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그래도 얻는 것이 있던 한해를 보내고.
회사를 다니는 저는 2년 정도 해외에 파견을 갔다가 올 초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 왔습니다. 다시 예전의 팀에 팀장으로 복귀했는데 2년 사이에 바뀐 것이 많더군요. 사람들도 많이 새로 들어 오고 나갔지만 조직도 그 전하고는 틀리고, 일이 진행되는 방식도 달라지고, 보고하는 라인도 이전과는 바뀌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내가 팀장인데 하면서 나한테 맞추라고 했겠지만 요즘 시대에 그런 리더쉽이 통하나요. 원래 저 없이도 잘하던 팀이니 하던 일은 하던 방식대로 진행하게 해 줍니다. 그리고 조심스레 개별 면담하면서 어려웠던 점, 바뀌었으면 하는 점 들을 물어 봅니다. 그리고 기존에 했던 제가 익숙한 방식과 새로운 니즈를 맞춰서 이전과는 다른 팀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에는 팀장은 바뀌어도 팀의 근간을 지키고 있던 고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제가 없는 동안에도 그 자리를 지켰고, 그 모든 부침을 겪으면서 지금의 팀이 있게 한 중심이니까요. 예전에도 있었으니 익숙하지만 또 2년 동안 떨어져 있어 서먹하고 어색한 팀장보다 팀원들은 고참들의 말과 행동에 더 의지하게 됩니다. 그러니 고참들의 영역을 존중해 주고, 그 분들을 적어도 나와 우호적인 관계로 맺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렇게 지낸 지 6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이제 11월이 되면 한 해 동안의 성과를 기반으로 연말 고과 면담도 하고 내년도 목표도 새로 잡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참고 듣고 기다리며 고민해 두었던 저만의 팀 색깔을 내년부터는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더군다나 코로나로 어려워진 경영 여건 때문에 구조 조정이 필요한 시기가 되다 보니, 은퇴 시기가 가까운 고참분들 보다 젊은 피들에게 우선 기회를 더 주어야 하는 것도 숙제입니다. 머리가 아프지만, 그래도 리더로서 해야 할 일이니 잘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 한해 롯데 허문회 감독님을 보면서 조금 감정이입을 했던 건 아마도 감독님의 상황과 제 상황이 비슷해서 그랬나 봅니다. 원래 있던 팀에 복귀한 건 데도 저는 달라진 분위기에 적응이 어려웠었는데 연고도 없는 곳에 부임해서 팀 분위기도 선수도 코치진도 익숙하지 않았을 겁니다. 더군다나 처음 감독이라는 자리를 맡게 되었으니 얼마나 떨리고 외로웠을까요?
그래서 고참에 더 의지하고, 고참들이 그래도 팀 분위기를 잘 이끌어 주어서 고맙고 고마운 만큼 라인업에서 빼기가 미안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런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 오는지 팬들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아마 본인이 제일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승을 위해서는 훌륭한 선수도 필요하지만 훌륭한 리더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리더는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짠하고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대호의 계약이 끝나는 올해는 새로운 신인 3인방의 영입과 함께 롯데 자이언츠도 저희 회사처럼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회사라면 칼춤 잘 추고 사람 잘 자르는 외부 인사 영입하면 됩니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 시스템에 넣어서 어떻게든 성과를 내면 되니까요. 프로야구는 어떻습니까? 5강이 탈락된 지난 주말부터 팀에 파이팅이 없어졌습니다. 어차피 10번 중에 3번만 살아 나가도 칭찬 받는 운동입니다. 같은 조건에서 잘하고 싶은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 팀 구성원들이 원 팀으로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좌우되는 게 팀 스포츠입니다.
그러니 선수의 마음을 사기 위해 보낸 1년은 저는 허송세월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구조조정도 마음이 가는 사람이 설득하면 그나마 납득이 됩니다. 세상 어느 감독을 데려 온다고 하더라도 허문회 감독님이 거쳐 온 그 과정은 다시 겪어야 합니다. 같이 보낸 1년의 시간의 무게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현재 주전 선수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생각한다면 적어도 1년은 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앞으로 정규 시즌이 끝나고 스토브리그에서 또 많은 썰들이 오고 가겠지만, 리더는 끊임없이 믿어 주고 끊임없이 설득하고 또 끊임없이 더 나은 성과를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방향이 다를 뿐이지만 허문회 감독님도 그런 고민을 게을리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이 현실에서는 어긋난 부분이 있을 뿐이죠. 시행 착오를 통해 깨달은 공과 과를 잘 되새김 해서 2년차에는 더 나은 모습을 더 유연하게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래 봅니다.
덧글. 미숙한 언론 플레이와 설화도 큰 마이너스 맞습니다. 그것도 자질 중에 하나죠. 내년에도 고쳐지지 않고 계속 붉어 진다면 교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 선수들과의 불화는 없고 성민규 단장은 선을 지키고 있습니다. 직접 포화를 받는 성단장이 가만 있는데 팬인 우리가 나서는 건 조금 선후가 아니라고 봅니다. 내부에 극복 못할 골이 있다면 자진 사퇴를 하든 자르든 결정이 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