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사람을 다루는 길은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코칭 수업 후기 - 나만 다 해 낼 수 있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by 이정원


제가 처음으로 자동차 엔진과 트랜스 미션에 들어가는 Controller의 SW 개발 부서를 맡았던 적이 있습니다. 기계과 출신인 제가 생전 처음 접하는 프로그램 관련 업무인 데다가 그전까지는 개발 업무만 하다가 처음으로 아웃소싱까지 포함해서 25명 정도 되는 인원을 관리하는 역할도 맡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한 두 달 정도가 지났을까요? 일이 돌아가는 것을 보다 보니, 바쁜 사람은 늘 바쁘고 한가한 사람은 늘 한가하더군요. 각자 맡은 일과 일 사이에 있는 어중간한 일들을 제가 떠맡다 보니까 하루에 200통 이상 오는 메일에 파묻혀 있는 저 스스로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하루는 부서원들을 모아 놓고, 지난 2주간에 본인이 했던 일을 1시간 단위로 기록을 해 보라고 했습니다. 저 스스로를 포함해서 말이죠. 그러고 나서 각각의 일들의 난이도와 걸리는 예상 시간을 선임들과 분류하고 그걸 재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일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본인의 능력에 따라서 난이도를 맞추어 주고, 시간이 너무 몰리지 않도록 재조정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맡은 일 중에 팀원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은 넘기고, 특히 각 개별 프로젝트 별로 선임들을 리더로 배치해서 제게 보고하지 않아도 스스로 결정해서 진행할 수 있도록 맡기면서 상황이 개선되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오늘 공부했던 A급 인재를 찾아 Delegation을 하고 나의 시간을 관찰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보면서 그때의 기억이 많이 났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생존을 위해 했던 조치였었지만, 10년의 경험과 이번 코칭 수업을 받으면서 세 가지 추가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째.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라는 것은 사실 현실에 있지 않는 이상일뿐입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시간 테이블을 결과를 다시 보면 누가 없는 일도 자발적으로 찾아서 하고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핵심 인재인지 금방 알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그 핵심 인재들이 본인의 영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도록 난이도가 높은 일보다 권한과 책임이 많은 일들을 맡도록 할 것 같습니다.

둘째. 그때는 이쪽 일도 저쪽 일도 아닌 일은 제가 커버한다고 나섰고 그게 조직을 위해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조직이 원하는 건 그걸 잘 교통정리하는 역할일 겁니다. 그때는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래서 그 일을 누가 할 수 있고 어떤 지원을 해 줘야 하는지에 더 집중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팀원들 뿐 아니라 리더 스스로도 일정에 일상을 벗어난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일부러 라도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일의 배분을 고민하는 시간, 일상에 매몰되지 않고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시간.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다른 시선과 의견을 듣고 비춰보는 시간. 일이 많고 바쁘면 바쁠수록 그 시간을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코칭 수업을 받으면서 늘 “현재의 나는 나의 입장으로 만들어진다”는 명제를 되새기게 됩니다. 나의 입장은 결국 나의 선택이고, 나의 선택은 곧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설계하고 배분하는지에 따라서 결정될 듯합니다. 비처럼 쏟아지는 일거리 속에서 나의 시간에 “불가능한 미래”를 고민할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나를 대신해서 나의 지금의 당면한 과제들을 함께 해줄 인재를 찾고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도전에는 고민을 나누고 힘을 돋을 동료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