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원 Feb 05. 2022

아빠 과외 한 달 후기 - 수학 편

이팀장의 육我휴직 일지 - 39 days

자식을 가르친다는 일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수인이와 과외를 시작한 지 한 달. 다행히 별 무리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설이라고 고향 가는 길에 쉬기는 했지만 평일에는 매일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같이 시간을 보낸다. 매일 보다 보니 빠르게 진도를 나가지 않는데도 중학교 1학년 수학을 처음부터 시작해서 1학기 내용의 절반 정도를 마쳤다.

단원이 시작되면, 간단하게 내용을 설명해 주고, 유형을 위주로 문제를 한번 풀어 주고 같은 유형을 풀어 보게 한다. 그래서 잘 풀면 다음 문제로 가고, 잘 못 풀면 조금 더 쉬운 숫자나 형식으로 예를 한 번 더 풀어 보면서 이해하고 넘어가려 한다. 단원 마지막에 나오는 평가 문제는 객관식 10문제를 25분 서술형 5~6 문제를 20분 정도 시간을 정해서 풀어 보게 하고 같이 채점하면서 복기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 달을 지켜본 수인이는 개념은 공부방에서 미리 잘 배워서 문제 자체는 잘 이해했다. 일반적인 문제를 독해하고 식으로 정리하는 것도 잘하는 편이다. 다만 공부방에서 먼저 배울 때도 어려웠던 개념이나 유형이 나오면 지레 겁을 먹고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방향을 잘 잡지 못했다. 식을 정리해 나갈 때도 너무 천천히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쓰면서 천천히 진행했고 가끔 부호를 반대로 쓰는 등의 실수로, 잘 풀어놓고 틀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서술형 문제에 답을 쓰는 것도 주저리주저리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일일이 적다 보니 간단한 문제도 5분 이상 걸릴 때가 많았다. 시간을 정해 놓고 푸는 단원 평가 문제에서는 늘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초등학교 때 수학 보다 아무래도 난이도가 높아지니 조금 더 간결하고 빠르게 푸는 훈련을 해야 했다.


일단 계산은 줄이 있는 연습장에 식은 한 줄로 쓰고, 등호로 넘어 갈때 다음 줄에서 위의 항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도록 했다. 다항식의 연산에서 특히 마이너스가 섞은 괄호 푸는 문제에서는 부호를 미리 확인하고 넘어가도록 해서 실수를 줄이고 있다.

그리고 계산할 때 그동안 연습장에 또박 또박 쓰기만 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서 혼잣말로 식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문제를 풀어 주는 것처럼 계산하게 유도했다. 그러면 속도 자체가 말하는 속도를 따라가게 되니까 연습장에 식 쓰는데 공을 덜 들이게 되고, 말로 하고 귀로 듣고 손으로 쓰고 눈으로 쓰는 식을 보게 되니까 식이 가는 과정에서 셀프 검산이 되어서 실수가 더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식을 쓰는 리듬이 생기니까 속도도 빨라지고 어이없는 실수도 오히려 줄었다.


서술형 문제에서는 수인이가 작성한 답과 답안지에 나와 있는 요구되는 정답을 직접 보여주면서 문제에서 최종 정답으로 가기 위한 4단계. 조건을 확인하고, 식을 세우고, 중간 변수들을 계산하고, 최종 답이 나오는 과정을 적는 요령을 알려 주었다. 지금은 연습장에 먼저 풀고 간단히 문제지에 정리하고 있지만, 이 프레임이 익숙해지면 바로 답을 적는 훈련도 할 생각이다.

그리고 제한된 시간 내에서 문제를 풀 때 시간 배분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같이 이야기했다. 전체 시험 문제가 객관식 15문제, 서술형 5문제 정도 구성에 난이도 상 / 중 / 하가 20% / 50% / 30% 역순으로 배분되면 총 50분 정도 시간을 줄 때, 문장을 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수인이는 객관식 유형을 20분 이내에 풀어야 서술형 문제를 풀 충분한 시간이 확보된다는 점을 주지시켜 주었다. 그래서 1분 이상 고민했는데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연한 문제는 고민한 내용까지만 정리해 두고 빠르게 다음 문제로 넘어갈 수 있게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고, 애매한 문제에는 표시를 해 두어서 나중에 남은 시간에 검산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도 풀었던 유형의 문제를 기억하지 못해서 다시 틀렸을 때 의기소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했다. 한번하고 다 기억나면 공부가 얼마나 쉽겠냐고, 원래 기억이 안 나는 게 당연하니까 반복해서 하다 보면 될 거라고 하고 비슷한 유형에서 숫자나 형식을 바꾼 문제를 내주어서 반복하게 했다. 그물을 이제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물코가 넓을 수 밖에...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타이트하게 만들 시간은 많이 있다. 작은 실수나 유형에 얽매여서 개념과 계산의 즐거움이라는 큰 물고기를 놓치고 싶지는 않다.


다행히 아이도 습관을 바꿔 보자는 제안에  따라와 주었고 여전히 서툴고 느리고 실수도 가끔 하지만, 조금씩 빨라지는 시간과 스스로 검산해서 찾아낸 실수에 뿌듯해하고 있다. 남은 방학 기간까지 하면 1학기 수학은  나갈  같은데  마치면 틀렸던 문제들을 다시 풀어 보는 오답 복기 시간을   정도   같다.


중학교 시간이 시작되면 바로 2학기 진도를 나가기보다는 학교 진도에 맞춰서 다른 형태의 유형 문제집을 복습으로    나갈 생각이다. 선행보다 기초. 심화보다 개념과 유형. 일단은 좋은 습관들을 만들어 가면서 수학에 재미를 찾을  있도록  주고 싶다.  단계 난이도가 뛰는 시점에 이런 시간들을 가질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부디 앞으로의 길들도 순탄하기를 기원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자든 남자든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