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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Feb 07. 2022

모든 곳에 있는 음악이 들리는가?

이팀장의 육我휴직일지 - 40 days - 독서일지 1 - 꿀벌과 천둥

직장을 쉬고 나면 제일 하고 싶은 게 뭐에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한가롭게 읽고 싶은 책을 원 없이 읽고 싶다고 답하곤 했다. 그 대답을 들었던 육아 휴직 선배인 인사 담당 과장님이 이렇게 대답하셨다. "만약 진짜 육아 휴직이시라면, 아마 한 달 지나고 나면 그 꿈이 얼마나 힘든지 깨달으실 거에요."


1월 초에 적어도 한 주에 한 권은 읽자고 다짐했건만 실제 선배 말대로 시간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지 않으면 여유가 나지 않았다. 아침 차리고 정리하고 과외하고 운동하고 또 점심 준비하고 이런저런 일 정리하고 나면 어려운 기술서나 경제학 서적은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 그래서 시작은 가벼운 소설로 시작하기로 했다.

그래서 처음 읽은 책이 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 피아노 콩쿠르의 세계를 다룬 일본 소설이다. 음악을 업으로 살아가는 아내 덕에 주워듣는 연주자들의 삶은 사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우아한 무엇과는 거리가 있다. 몸이 기억하도록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연습으로 단련하는 과정은 운동선수나 수도자의 삶과 유사했고 그래서 그런 과정을 감내한 그들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해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꿀벌과 천둥"에 나오는 서로 다른 배경의 네 명의 주인공들도 각자 사연이 있었다. 정규 음악 교육을 받지 않은 천재 소년.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연주회를 도망쳐 나온 트라우마를 간직한 돌아온 영재 소녀. 미국에서 엘리트 코스를 다져온 멋쟁이 왕자님. 연주자의 꿈을 접고 회사 생활을 해 오던 서른 살의 최연장 참가자까지.. 각자 사연을 가진 이들이 자신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무대를 선보이며 성장해 간다. 신의 물방울 같은 일본 만화에서처럼 연주와 곡에 대한 이미지가 현란하게 묘사되어서 유튜브로 도대체 어떤 곡이길래 하며 찾아서 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무엇보다도 콩쿠르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준비해 나가는 과정과 참가자들의 심정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수십 명의 참석자 중에 수상자는 소수인... 재능이 있는 자를 넘어설  없는 한계에 맞닿을  어떤 마음 가짐이어야 하는지..


콩쿠르가 진행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순위는 상관없어졌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느끼고 표현하는 세상이 노래하는 과정에서 가자마 진도 아야도 마사루도 모두 친구가 된다.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좋은 연주회를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기분 좋은 즐거운 소설이었다.


마침 어제 들렀던 첼로 공연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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