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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Feb 09. 2022

육아라는 미래의 소비자를 키우는 노동에 대한 보상

이팀장의 육我휴직 일지 - 42 days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했는데. 사실 일하지 않는 사람도 먹어야 산다. 휴직을 하고 공식적인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은 나는 종종 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어쩌면 은퇴 이후의 삶을 미리 지내보고 있는지도 모르니 말이다. 나이가 조금 더 들어 연금을 받고 돈을 벌지 않아도 되게 되면 나는 어떤 삶을 살까?  아이들과 같이 즐겨 보는 알쓸 신잡에서 정재승 박사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와 연관하여 흥미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yO3THjlubc


정재승 박사의 이야기에 따르면 원자로 이루어진 모든 사물들은 물리적으로 공간을 점유하고 있고 이 상황에 변화를 주려면 이동을 하기 위한 에너지를 인간의 물리적인 노동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인간은 노동을 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받아 왔다. 그런데 4차 산업 혁명 시대가 되면 모든 사물에 인터넷이 붙으면서 각각의 정보들이 모두 온라인 상에 데이타화되게 된다. 그러면 정보를 얻고 변화를 만들기 위한 작업들을 인간 대신에 인공지능이 더 빠르고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고 처리된 정보 또한 복사해도 원본과 품질이 동일하니 희소성도 사라지는 새로운 경제 생태가 구성이 될 것이다.


이렇게 사람이 했던 노동들이 데이타로 다 처리가 되면, 인간은 기존의 노동으로는 먹고살 수가 없게 된다. 이러면 사회 전체의 노동 생산성 자체는 늘어나지만 일자리는 더 줄어들고 수입도 줄어들 것이다. 문제는 늘어난 생산을 통해 만들어진 물건들을 누가 소비할 것이냐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본주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국민 모두에게 일정한 액수의 소득을 주어 소비자로라도 자본주의 경제에 기여하도록 하는 "기본 소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방송이 되던 그때 (2016년)에는 이렇게 코로나가 창궐하여 기본 소득에 대한 실험이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지는 상상도 못 했겠지. 과거 인쇄소에서 금형을 정리하던 문선공이라는 직업이 사라졌듯이 모든 육체적인 노동들을 인공지능이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많은 직업들이 사라지고 일자리의 수도 줄어들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생산과 수요의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국민에게 기본 소득을 나누어 주어 소비자로서 기여하게 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이런 시대가 왔을 때 인간은 그럼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바깥) 일만 하던 패널들은 정치하고 낚시하고 책 읽겠다며 신나 해 했다. 그러나 사실 이 시스템 자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소비를 하고 다음을 이어갈 미래의 소비자를 양성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육성하는 일" 아닐까? 바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얼마 전부터 언니와 떨어져서 혼자 자기 시작했다가 무섭다며 한 밤에 찾아온 아이를 토닥이며 재우고, 같이 길냥이 밥 주러 나서며 산책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주는 인공지능은 아무리 해도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문득 달마다 받는 육아 휴직 수당이 너무 적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바깥) 일만 하는 사람은 모른다. (바깥) 일 하지 않아도 얼마나 많은 (숨은 집안) 일이 있는지. 그리고 4차 혁명 시대가 오면 대체 가능한 (바깥) 일은 줄어들겠지만, 기계는 할 수 없는 (숨은 집안) 일들이 더 대접받게 될 것이다. 시대의 트렌드를 이제라도 타서 다행이다. 어쩐지 왠지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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