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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Mar 13. 2022

그들의 선택을 이기적이라고 말할 명분이 없다

선한 이웃들이 돌아올 수 있게 그가 잘했으면 좋겠다.


국민의 선택이 끝나고  치열함만큼 날이  공방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긴 자도 예상보다 적은 차이에 당황하고 있고  쪽도 예상은 했지만 혹시나  기대감이 무너진 충격에 다시 예전  시절로 돌아갈까 두려워하고 있다.


나도 두렵다. 무작정 공산당은 악이라 규정하며 줄다리기를 잘해야 하는 중국과 척을 두어서 정세가 불안해 질까 두렵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사권이라는 무소불위의 칼을 겨누어 가두고 없던 죄도 만들어 보내버릴까 봐 두렵다. 경쟁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 사회에서 약자에 대한 배려가 사라질까 봐. 함께 살아가는 이 땅이 네 편 내 편으로 갈라질까 봐 두렵다.


이번 대선 가면서 정치 얘기하다 깨진 카톡방이 그렇게 많다고 한다. 대학 동기들이 모인 한 카톡방에서  선거를 마치고 결과가 나온 다음날 빅 보이스들이 한쪽 성향으로 그런 두려움을 한창 이야기하고 있는데 한 친구가 용기 있는 고백을 해 주었다.


어떤 대의를 위해 직접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은 종종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에게 닥치는 리스크는 어떻게든 줄이려고 한다. 사회의 진보를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할  있는 사람들은,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어떻게 행동하든 자신의 가족은 안전할  있을 것이라는, 나름의 비빌 언덕을 가진 것일  있다.
윤석열은 부족한 후보이며 내가 원하는 후보가 아니었다. 내가 이재명을 싫어한 것은 그가 모럴이 없기 때문이었다. 최근의 민주당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은 인생을 사는) 나와,  가족의 미래를 위협하는 리스크였다. 따라서 국 힘당이 가진 많은 문제점과 모순에도 불구하고  표를 주었다.


우선 그의 용기가  좋았다. 덕분에 우리는 달라도 같이   있는 동반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강하게 믿고 있는 약자의 정의가 과연 절대적인 것인지 다시 살펴보게 되었다.


비정규직이 받는 차별을 없애려고 정규직으로 바꾸는 정책은 많은 취준생들에게는 기회의 박탈로 여겨졌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던 방역  정책은 소상공인들에게는 고난의 행군을 견뎌야 하는 지옥이었고, 산업재해로 생명을 잃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고자 시작한 중대재해 처벌법은 복잡한 고용 구조 속에서 사이에 낀 중소기업들의 부담만 키웠다. 부동산 보유세를 올리면 아파트값이 떨어져서 집 없는 서민들을 보호할 거라고 한 일들은 실패해서 집 없는 사람도 있는 사람도 모두 힘들게 만들었다.


세상에는 공짜란 없어서  가치를 지키려고 어떤 정책을 펼치면 다른 한편에서는 부담이 커지고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손해가 개인이 감당할  없는 수준이 되면 사람들은 스스로를 약자라 여기고 자신을 보호하는 선택을  것이다.  선택을 이기적이라고 이야기할 명분이 없다. 우리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그럴 것이니까..


가진 것의 양과 상관없이 서울 강남과 육칠십 대와 이삼십 대 남자들의 선택이 보수적이었던 것도 그들이 그만큼 불안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오늘 다른 선택을 한 그들 중의 많은 이들은 지금의 불안이 걷히고 안정된 삶을 찾으면 다시 더 힘든 사람들을 둘러볼 우리의 선한 이웃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래서 나는 희망한다. 정권 교체론으로 절반의 지지를 얻은 당선인이 본인을 지지한 사람들의 불안을 제대로 걷어 주기를.. 그리고  과정에서 다른 한편으로 소외되고 피해를 보는 약자들의 고통이 그리 크지 않기를.. 누가 득을 보면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 제로섬 프레임을 벗어나는 다른 차원의 해결책은 반쪽의 날개만으로는 찾기 어렵다. 어쨌든 우리는  배를 타고 다음 5년을 같이 가야 하는 오월동주의 동반. 배는 앞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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