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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May 04. 2022

아무리 멋진 전기차도 쓰기 편해야 진짜 내 차가 된다.

아직은 불편한 충전 인프라 여건을 잘 따져 보고 선택하자.

충전하기만 편하면 전기차 사고 싶은데...


요즘 TV 광고를 보면 자동차는 전기차가 대세처럼 보인다. 작년 말에 있었던 서울 모터쇼에서도 각 브랜드들 마다 새로운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워서 마케팅을 하고 2025년부터 제네시스는 EV만 내놓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번 사면 몇 년을 타야 하는 내 차. 그래서 이 참에 전기차로 시작해 볼까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도로에서는 하늘색 번호판의 전기차가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 예전보다 많이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전기차는 조금은 먼 대상이다. 인천발전연구원에서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비싸고 충전 설비가 부족한 부분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나왔다.

애마 테슬라 X를 떠내 보내는 유아인님. (실제는 타이어 문제였다고합니다.)


생각해 보면, 길가에 주유소는 자주 눈에 띄지만 충전소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길어야 10분이면 가득 채워서 500km 이상을   있는 일반 차량에 비해 전기차는 한번 충전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완충했다고 해도   있는 주행 거리가 길어야 3~400 km 짧은 편이다. 지난 겨울에 강원도에 갑자기 내린 폭설로 영동 고속도로가 꽉 막혔을 때 텟슬라 동호회에서는 추운 날씨로 배터리 효율이 떨어져서 방전될까 히터도 못 틀고 노심초사했다는 이야기가 올라왔다. 제주도가서 빌린 전기차 렌트카에 에어컨을 켜니 주행 가능 거리가 반으로 줄어서 흠칫 놀랐다는 후배 이야기를 들으면 전기차를 사기는 아직 많이 망설여 진다.



전기차는 나를 남다르게 만들어 준다.


그래도 많은 셀럽들이 전기차를 타고 다닌다. 전기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왠지 친환경적이고 패션에 민감하고 트렌드를 리딩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한마디로 조금 남다르게 보이게 하는 힘이 있다. 비싸고, 불편하지만 남다르게 보이게 하는 물건. 나는 비슷한 사례로 라이카 카메라나 에르메스 같은 명품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장악한 것도 이런 명품 이미지의 영향이 크다. 다른 브랜드들이 보여 주지 않는 "혁신 -  INNOVATION"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 자잘한 버튼을 다 없애고 커다란 스크린을 센터에 달고, 자율주행 기능을 선도적으로 적용했다. OTA (Over the Air)라고 불리는 무선 업데이트로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되고 슈퍼 차 저등을 통해서 빠른 충전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렇게 테슬라가 개척한 "명품"으로서의 전기차 시장에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도 비슷한 기능들을 추가하며 하나씩 동참하고 있다.



아직은 시기상조. 그러나 세상이 바뀌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 주변에도 전기차를 타기 시작한 사람들이 많이 늘기는 했다. 주차장을 보면 못 보던 하늘색 번호판 차량이 간간히 보이지만 무작정 전기차를 권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2021년부터 법이 개정되어 신축 아파트 주차장에는 의무적으로 5% 이상 전기차 충전 시설을 갖추도록 되어 있지만, 이미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충전기를 설치하기는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SK나 GS 등 기존의 정유회사들도 주유소 일부를 충전시설로 변경하고 충전하는 동안 식사나 쇼핑을 할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의 변화를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은 서울 인근에 몇몇 시범 단계가 머물고 있다.


SK가 주도하고 있는 주유-충전 복합 공간. 부지 / 소유 / 비용 문제가 얽혀 확대가 쉽지 않다. - 매일일보


그래서 내 차로 전기차를 고민 중이라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나의 집과 직장에 접근이 쉬운 충전시설이 있고, 일일 주행 거리가 60 ~70 km 이내로 한 주에 한번 정도만 충전하면 운영이 가능한 조건이라면 전기차는 경제적으로도 훌륭한 선택지가 된다. 아직은 크게 줄지 않은 정부 보조금을 받고 기름값보다 훨씬 저렴한 충전료에 각종 친환경 혜택도 누릴 수 있다. 큰 차는 충전하는데 그만큼 오래 걸리고 한번 충전해서 갈 수 있는 거리도 짧으니, 가족들과 함께 장거리 갈 큰 차는 내연기관 차로 하고 출퇴근을 위한 세컨드카로 작은 전기차를 실속 있게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무리 멋진 전기차도 유지하고 쓰기 편해야 내 차다. 명품가방을 사고서는 가지고 다니다 긁히고 상할 까 봐 옷장에 모셔만 두기도 한다지만 차는 굴려야 맛이다. 아직은 불편한 충전 인프라 여건을 잘 따져 보고 선택하자.


1장 나는 차가 필요하다. 절실하게... 

    1-1  내가 내 차를 가지지 못하는 일곱 가지 이유

    1-2  내가 어떤 차를 원하는지를 먼저 정해 보자.

    1-3  잘 고른 중고차, 새 차 안 부럽다.

    1-4  하이브리드 차량은 비싼 값어치를 한다.

    1-5  아무리 멋진 전기차도 쓰기 편해야 진짜 내 차가 된다.

    1-6  이유 없이 새 차를 싸게 파는 경우는 없다.

이전 05화 하이브리드 차량은 비싼 값어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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