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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l 18. 2022

사면초가에 빠진 디젤 자동차는 정말 환경에 나쁜가?

도로를 가다 보면 엄청나게 까만 매연을 내뿜으면서 달리는 큰 차량들을 보게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디젤 게이트 이런 이야기가 나오더니 역시 디젤 차량은 환경오염의 주범이야.”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유럽시장까지 포함해서 디젤 OUT 정책을 펼치고 있고 국내 시장에서도 디젤 차량의 비중도 많이 줄어들었다. 회사에서 디젤 차량을 처음 개발했던 담당자로서 오늘은 디젤 차량에 대한 변호 아닌 변호를 한 번 해 봤으면 한다.



한번에 폭발하는 디젤 엔진은 연비와 힘이 좋다. 


지금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디젤 연료 가격이 가솔린보다 더 비싼 역전 현상이 나타났지만, 대체적으로 원유로부터 추출해서 후처리 하는 과정이 간단하기 때문에 가솔린 연료보다 디젤 연료가 저렴하다. 거기에 디젤 엔진 차량들의 연비가 동급의 가솔린 엔진에 비해 더 좋기 때문에 디젤 차량은 주로 주행 거리가 많은 운전자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많이 선택하곤 했다.


디젤 엔진이 더 연비가 좋은 이유는 연소하는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자동차 엔진은 연소가 일어나는 방식에 따라서 점화 플러그에서 불꽃을 일으켜 폭발을 일으키는 가솔린/LPG 엔진과 연료 자체가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스스로 폭발이 일어나는 디젤 엔진으로 나눌 수 있다. 가솔린 연료는 휘발성이 강하고 불이 쉽게 붙기 때문에 점화 플러그로 쉽게 폭발을 만들 수 있지만 바로 옆에서 라이터를 켜도 불이 붙지 않는 디젤 연료를 폭발시키기 위해서는 높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엔진에 있는 피스톤이 제일 높은 위치에 있을 때의 부피 대비 제일 낮은 위치에 있을 때의 부피의 비율인 압축비가 가솔린 엔진보다 높게 설계되어 있다. (디젤 15 ~17 vs 가솔린 10~12)

다 올라갔을 때와 제일 밑에 내려왔을 때의 차이가 클수록 압축비가 큽니다.


이 압축비가 클수록 연소를 통해 발생한 에너지가 바로 운동 에너지로 전달되는 효율이 좋아진다. 열역학에서는 복잡한 수식을 통해서 PV 선도 상에서의 면적이 더 넓어진다고 증명하는 방법도 있지만, 쉽게 설명하면 폭발이 한순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에너지를 다른 쪽으로 뺏기는 열손실이 적고,  폭발이 일어나는 동안 피스톤을 밀어주는 길이가 길기 때문에 폭발 에너지를 온전히 회전 에너지로 전환이 가능해진다. 같은 연료를 태워도 손실이 적으니 효율이 좋은 것이다.



이산화 탄소 발생만 보면 클린 디젤이 맞다.


또 다른 연비가 좋은 이유는 공기와 연료의 비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가솔린 엔진은 공기와 연료를 미리 딱 짝을 맞추어서 1:1로 섞어서 연소해 주는 반면, 디젤 엔진은 공기가 많은 상태에서 연료를 직접 분사해서 연소시킨다. 소개팅을 예로 들면, 남자 100명 여자 100명이 서로 소개팅을 하면 마음이 맞아서 짝이 되는 사람이 95쌍이 되어도 어쩔 수 없이 서로 엮어지지 않는 5명은 늘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만약 여자는 100명인데 남자가 150명이라면 아무래도 여자 기준으로 짝을 이룰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지게 된다. 남자를 산소 여자를 연료로 생각해 보면, 공기가 더 많은 Lean 한 조건인 디젤 엔진이 연료당 연소 효율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아래쪽 사각형이 순전히 피스톤으로 공기를 빨아들이는데 쓰는 에너지다. 가솔린 엔진 대비 디젤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공기가 많아도 되는 디젤 엔진은 굳이 엔진으로 들어가는 공기량을 줄이기 위해 쓰로틀 밸브를 닫아 줄 필요가 없다. 주사기를 손으로 잡아당길 때 앞이 막혀 있으면 더 당기기 힘들기 마련이다. 같은 원리로 엔진이 돌아가면 외부로부터 공기를 빨아들이는 흡기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연료량과 공기량을 맞추어야 하는 가솔린 엔진의 경우에는 쓰로틀이라고 하는 밸브릍 통해서 공기가 덜 들어오도록 제어해야 한다. (보통 2000 cc 엔진은 30 kph 주행할 때 약 300~400cc 정도의 공기만 필요로 한다.) 이렇게 앞이 막혀 있는 상태에서 공기를 빨아들이는 작업을 하는데 고스란히 에너지가 들기 마련인데 이때 소모되는 에너지를 펌핑 로스라고 부른다. 굳이 들어오는 공기량을 줄일 필요가 없는 디젤 엔진은 이 손실이 거의 없다.


이렇게 압축비도 높고, 폭발이 한 번에 일어나고, Lean 조건 연소로 효율도 좋고, 공기를 빨아들이기 위한 Pumping도 할 필요가 없는 디젤 엔진은 성능 측면에서도 가솔린보다 한 번에 내는 토크가 높고, 연비도 더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비슷한 힘을 내는 2.0L GDI 엔진과 1.6L 디젤 엔진 연비는 30 ~ 40% 차이가 난다. 결국 CO2 관점에서는 디젤 엔진이 더 친환경적인 거다. 거기에 연료 가격도 디젤이 싸니까 2010년대 중반까지는 폭스바겐을 중심으로 오히려 “클린 디젤”이라는 트렌드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검사 기준에 맞는 조건일 때만 작동하는 정화 장치가 디젤 엔진을 몰락시켰다. 


그러다 2014년에 디젤 게이트가 터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표준 조건이라고 정의된 25도로 온도가 제어된 실험실에서 정해진 주행 모드를 통해 나오는 배기 가스양을 측정해서 확인하는데 일부 회사들의 디젤 차량들이 법규에 정해져 있는 모드(영하의 온도 혹은 급가속 등)와 다르게 주행했더니 배기가스가 규제치의 몇 배가 나오는 것이 적발되었다. 그동안 친환경적이라고 엄청 홍보하고 팔아 왔던 회사들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엄청난 금액의 징벌적 벌금을 먹으며 공기를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디젤 엔진 하면 대표적인 것이 시꺼먼 매연이지만 디젤 게이트에서 이슈가 된 것은 NOX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오염 물질들이다. 연료가 기화되고 폭발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연의 경우에는 이미 2010년에 적용된 EURO 4 규제에 따라 DPF라는 디젤 분진 필터를 통해 걸러져 나오게 되어 있다. 길가다가 간혹 보이는 매연 차량들은 2010년 이전에 출시된 차량이거나 DPF자체가 고장 난 차량이지만, 현재는 이런 노후 차량들은 정기 검사 자체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폐차하거나 별도의 DPF를 추가 장착하는 식의 계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연료가 많은 상황에서 나오는 HC/CO와 같은 탄소화합물의 형태의 배기가스도 디젤 산화 촉매에서 걸러져서 큰 문제가 없다. 진짜 문제는 NOX / SOX 같은 환원이 필요한 배기가스들이다. 공기 중에 있는 질소나 연료에 섞여 있는 황성분이 고온 고압의 연소 조건에서 넘쳐나는 산소들과 반응해서 나온 이런 물질들은 화합물 안에 있는 산소를 떼어갈 환원체가 필요한데 디젤 엔진은 반응 중에 산소가 많다 보니 촉매로는 이런 가스들을 정화할 수 없다.

디젤의 배기 후처리장치. 배기가스 순환장치 / 산화 촉매 / 분진 필터에 요소수 까지 해야 정화가 되니 비쌀 수밖에


유일한 해결책은 너무 높은 고온 고압까지는 올라가지 않도록 제어하는 것이다. 배기가스 중 배기가스 중 일부를 순환시켜서 제어해 주는 EGR이라는 장치를 쓰면, 연소를 하는 과정에 산소가 배기가스로 바뀌면서 조금 더 RICH (산소가 적은) 상태가 되고, NOX / SOX의 발생량 자체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연소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가스들이 많아지면 아까 이야기한 연비나 강한 힘 같은 디젤 엔진의 장점들이 많이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너무 많은 배기가스가 들어가면 엔진 내부에 분진들이 쌓여서 고장이 나고 너무 뜨거울 때는 파트에 손상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춥거나, 산소가 너무 희박한 높은 고지에서나, 혹은 운전자가 높은 출력을 원하는 조건에서는 EGR사용량을 조절해야 하고 이런 조절은 법적으로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몇몇 회사들은 이런 조절이 도를 넘었다. 2010년도 초반까지만 해도 배기가스 인증 시험은 규정에 따라 25도 조건으로 통제된 실험실에서 약 20분 정도의 정해진 모드만 뛰게 되어 있었다. 이 점을 노려서 더 좋은 연비, 더 좋은 성능을 위한 꼼수가 나왔는데, 외기 온이 15도 이하나 30도 이상의 조건에서는 아예 EGR을 꺼버리고, 주행 시간이 20분이 지나거나, 기어를 R단에 한 번이라도 넣는다 거나 에어컨을 켜거나 정차 시간이 한 번이라도 1분 이상을 유지하면 (배기 인증 모드에서는 30초 내외) EGR을 끄도록 설정한 것이다. 이렇게 설정해 주면 인증시험에서는 잘 제어하는 것처럼 나오지만, 실 사용에서는 NOX/SOX를 마구 분출하게 된다. 소비자들로부터 실연비가 좋다고 호평을 받고 시장을 지배했었지만 그 뒤에는 이런 꼼수들이 숨어 있었다. 개발자의 기본적인 윤리를 넘어서는 사기 행각에 같은 엔지니어로서 분노했던 기억이 난다.

   

클린 디젤을 선도했던 폭스바겐은 이런 사기 행각으로 회사 정책을 급 선회하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배기가스를 검사하는 방식은 많이 변해서, -10도에서 35도까지 온도에서도 배기 수준이 일정 기준을 만족하도록 기준이 바뀌었고, 배기 모드도 5개의 모드를 혼용해서 만든 WLTP (Worldwide hamornized Light-duty vehicle Test Procedure) 모드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무엇보다도 불시에 실도로 주행에서 배기가스 수준을 검사해서 기준에 만족하지 못하면 큰 벌금을 물고 시정하도록 하는 RDE (Real Driving Emission) 규제가 2017년부터 시작되었다.


실도로 배기 점검 시험 모습입니다. 정해진 코스가 아니기 때문에 치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엄격해진 규제를 만족하기 위해서 자동차 업체들은 요소수를 이용해 SOX / NOX를 제어하는 SCR 장비도 도입하는 등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지금 나오는 디젤들은 이런 규제들을 모두 만족하는 차량들이다. 또 무슨 꼼수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빠져나갈 구멍이 많지 않다. 다만 이게 다 돈인지라 안 그래도 비싼 디젤 엔진은 추가적인 배기 후처리 장비 비용과 요소수 같은 부가적인 유지 비용 때문에 더 비싼 차량이 되었고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주홍 글씨를 벗어나지 못한 채 점점 대형 운송 차량을 제외하고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한 때는 CO2 문제의 해결사라 칭송받았던 디젤 엔진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경유 가격 상승과 함께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고 있다. 디젤 엔진 입장에서야 좀 억울하겠지만 시대의 흐름이 그런 걸 어쩌겠나? 여러 꼼수들의 말로를 보며 너무 많은 걸 얻으려 하면 정작 중요한 걸 놓칠 수도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1장 나는 차가 필요하다. 절실하게...

    1-1  내가 내 차를 가지지 못하는 일곱 가지 이유

    1-2  내가 어떤 차를 원하는지를 먼저 정해 보자.

    1-3  잘 고른 중고차, 새 차 안 부럽다.

    1-4  하이브리드 차량은 비싼 값어치를 한다.

    1-5  아무리 멋진 전기차도 쓰기 편해야 진짜 내 차가 된다.

    1-6  이유 없이 새 차를 싸게 파는 경우는 없다.

     생각할 거리 : 사면초가에 빠진 디젤 차량은 정말 환경에 나쁜 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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