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차 엔진 내 부품들이 서로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새 차를 받았다면 이제 두려워하지 말고 길들이기를 해 보자. 자동차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신차 성능 테스트를 해 보면, 새 차의 연비는 일반 차량보다 5% 정도 더 낮게 나온다. 이 걸 새 차 효과, Green Car impact라고 부르는데 보통 1000km 정도 주행하면 점점 개선되어 수렴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거꾸로 생각해 보면 그만큼 새 차가 마찰에 의한 저항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마찰은 트랜스 미션이나 새시 파트에서도 나오지만 주된 원인은 엔진이다. 일반적인 주행에서 엔진은 RPM (Revolution Per Minute : 분당 회전수)이 1500 ~ 2000 정도 되니 1초에도 60번 이상 엔진 실린더 벽과 피스톤은 마찰 운동을 한다. 피스톤 (정확히는 피스톤 링) 겉면과 실린더 표면이 제작 과정에서 정밀 가공이 되고 사이에 엔진 오일이 코팅되지만 공차 범위 내에서 거친 면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거친 면은 주행하면서 갈려서 서로 맞춰지는데 이 과정이 길들이기의 핵심이다.
엔진 내부의 피스톤과 실린더의 작용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주행하는 동안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엔진은 압축 / 폭발 / 팽창 / 배기라는 네 가지 행정을 거치면서 차가 움직이는데 필요한 동력을 만들어 낸다. 연소실 내에서 연료를 폭발시켜 나오는 에너지를 회전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피스톤은 끊임없이 실린더 벽을 타고 움직인다. 이때 제대로 힘이 전달되려면 피스톤과 실린더 벽은 완전히 밀폐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두 면 사이는 아주 밀접해야 한다. 그렇지만 너무 딱 붙어 있으면 마찰이 크고 특히 폭발 과정에서 가열되어 부피가 팽창하면 실린더 벽면에 들러붙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피스톤링과 엔진오일이다.
피스톤이 올라갈 때마다 링을 따라서 엔진 오일이 벽면에 발리고, 내려올 때마다 쓸어서 다시 내려온다. 이 과정에서 피스톤 링과 실린더 벽면이 서로 직접 만나면서 서로 갈리면서 자리를 잡는다. 이때 과한 폭발이나 급속히 속도가 상승해서 실린더 벽면에 상처가 생기면 그 사이로 오일이 폭발과정에 연소실에 남아서 엔진 오일이 연소되어 나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면 엔진 오일이 줄어들고 과하면 피스톤과 실린더 사이의 윤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피스톤이 가열되어 들러붙어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엔진 내 부품들이 서로 친해지는 길들이기 주행은 거친 표면이 갈릴 정도로 강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거친 표면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부드러워야 한다.
첫 째. 시동을 걸고 나면 적어도 2분 이상은 충분히 웜업 해 준다. 하루 밤새워 둔 차의 엔진 오일은 밤 사이 흘러내려 엔진 바닥에 있는 크랭크 케이스에 모여 있다. 엔진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펌프가 작동해서 엔진 곳곳으로 오일을 보내 준다. 그리고 웜업이 되어야 점도가 낮아지면서 실린더 벽면에 잘 도포되기 때문에 적어도 1000km 이전까지는 충분한 웜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엔진 RPM이 급격하게 변하지 않도록 급가속 급감 속을 삼간다. 칼을 숫돌에 간다고 생각해보자. 낮은 속도로 꾸준하게 갈지 속도를 바꿔 가며 급격하게 갈면 칼날이 그때 그때 힘을 받은 위치에 따라서 울퉁불퉁하게 갈린다. 가공이 정밀하지 못했던 예전에는 겉면에 작은 이물질이나 Burr를 날려 버리기 위해서 가속을 해야 한다고들 했지만, 요즘 나오는 차량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괜히 Full로 가속 감속을 반복하다가 Damage를 입는 경우가 많이 보고 되니 숫돌에 간다고 생각하고 부드러운 가속 감속을 하자.
셋째, 그래도 2000 rpm 이하 낮은 RPM에서만 주행한다면 길들이는 기간이 좀 더 길어지기 때문에 RPM 영역을 조금씩 변화시켜 가며 주행할 필요가 있다. 실제 회사에서 길들이기는 할 때는 40km/h, 60km/h, 120km/h로 다양한 속도에서 돌아가면서 기계로 주행시킨다. 고속도로를 한번 정도 달려 주면 좋지만 그게 힘들다면 기어를 매뉴얼 모드로 놓고 평소보다 낮은 단수에서 높은 RPM 영역을 주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속 주행할 때 가솔린 엔진 경우 3500 ~ 4000 rpm까지, 디젤은 2500 ~ 3000 rpm 정도로 섞어서 주행해 주면 더 잘 길들일 수 있다.
이렇게 갈린 찌꺼기들이 섞이기 때문에 첫 엔진 오일은 아무래도 오염이 조금 더 빨리 되지만 길들이기 한 이후에 바로 갈아주어야 하지는 않다. 첫 교환은 5000km 정도에 해 주면 충분하고 만약 주행 거리가 1년에 2만 km 이상이라면 1만 km에 갈아도 별 문제없다. 다만 1000km 시점에 엔진 오일 양을 한번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보통 출시할 때는 MAX에 맞춰 주는데 이보다 지나치게 많이 줄어들어 MIN 선보다 낮은 경우에는 새는 곳이 있는지 서비스 센터에 문의를 해 보는 것이 좋다.
항우가 오추마를 만나고 여포가 적토마를 만나도 길들이고 정이 드는데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새로 산 차가 나의 애마가 되는데 필요한 건 시간과 정성이면 충분하다. 조금만 지나면 "어 좀 가볍게 잘 나가는데?" 하는 느낌이 올 거다.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이 참 중요하다.
제 2장 귀하게 만난 내 차와 친해지기
2-1 충분히 거칠지만 또 부드러워야 하는 새 차 길들이기
2-2 기름값도 아끼고 부드러운 운전도 칭찬받는 연비 주행법
2-3 고급 휘발유가 비싼 값어치를 하는 경우는 따로 있다.
2-4 사람이나 차나 나이가 들수록 관리를 받아야 한다
2-5 검증하고 보증하느라 자동차 정품 부품은 늘 좀 비싸다.
2-6 믿을 수 있는 카센터를 찾는 노하우
충분히 거칠지만 또 부드러워야 하는 새 차 길들이기충분히 거칠지만 또 부드러워야 하는 새 차 길들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