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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n 30. 2022

나의 취향은 나도 모르는 새 편향되고 있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 4장 좋아요 원해요 필요해요.

경제학자들도 학자다.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통해 이를 입증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학자로서 그들은 통제되지 않는 개개인의 사람들이 어떤 취향을 가지는지에 대한 연구를 꺼려한다. 사람들이 올바른 정보를 가질 수 있도록 사실 관계를 말할 뿐이며,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할지는 오로지 각자가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편견의 문제도 시장에 맡기면 다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경제적 문제들, 경제 성장의 한계, 불평등의 고통, 환경 보호 비용과 편익 등의 주제들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원하는 것'이 어떻게 구분될 수 있는지와 사회가 이러한 욕망들에 어떻게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특히 정책의 방향과 방법을 결정할 때는 이런 취향에 대한 고찰이 정말 중요하다. 많은 정부 기관들이 빈민들에게 지원을 할 때 '필요한 데' 돈을 쓰지 않고 엉뚱한데 낭비할게 뻔하므로, 현금을 주지 말고,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필요하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을 현물로 지원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 사례에 따르면 현금을 지원받을 경우 각자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고 식품을 사는 양상을 보였다.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보통 가장 잘 알고 있다.


문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결정하는 개인의 취향이 역사적이거나 정치적인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현대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여러 취향의 쏠림 현상을 하나씩 설명해 준다.


일단 사람들은 남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하기를 좋아한다. 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미 그 길을 가 본 사람의 결정들이 그나마 합리적일 거라는 논리로 지하철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서 있는 곳이 더 붐비기 마련이다. 쇼핑 사이트의 리뷰처럼 일단 처음 몇 사람의 의사결정 과정에 토대가 된 정보가 이후에 다른 다수의 사람들의 결정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친다.


이런 군중 행동 경향이 인종이나 카스트 제도처럼 너와 나를 구분하는 집단으로 확대되면 편견과 차별로 이어진다. 책에서 예로 든 미국과 인도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인종주의와 편견 밖에 없는 듯한 사람들이 선거와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된 2016년 미국 대선은 한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을 백인이라고 느끼는 정도가 얼마나 강한지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였다.

이런 차별과 편견은 때로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 충성심을 나타내기 위해 표출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주로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통계적 차별" 메커니즘에 따라 움직인다. 좋은 차를 타는 유럽에 사는 북아프리카 사람은 범죄자이고, 흑인이  타고난 운동 감각을 가지고 있고 백인은  전략적인 스포츠 지능이 높을  같은 정형화된 이미지를 사람들은 너무 쉽게 받아들인다. 어느 집단이 스스로에 대해 그리고 다른 집단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은, 개개인의 본질적인 자아와 관련된 고정적인 무언가라기보다 사회적으로 학습된 산물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갖고 있는 '믿음'의 상당 부분 든 우리의 감정적인 필요 때문에 생긴다. 자신에서 실망하기 싫고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백인들이 보이는 이민자와 흑인에 대한 혐오 감수성은 그들이 경멸해 마지않은 '타인'들의 삶이 사실은 자신의 삶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가장 강하게 발현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행동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적 분리를 낳는다. 그리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사로에게 메아리가 되어서 자기들끼리의 말만 듣는 동안 견해는  극단적으로 고착화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가 창조한 가상의 공동체는 비슷한 생각들이 울려 퍼져 굳건해지는 '반향실 - echo chamber' 노릇을 하고 있다. 유튜브나 포탈에서 보여 주는 매칭 알고리즘이라고 알려진 자동 맞춤화 기능은 이런 편향성을  가속화한다. 사람들은 너무나 매끄러운 맞춤화 덕분에 본인이 편향된 정보를 받고 있다는 인지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된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능력을 잃어버린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일단 타인에 대한 나의 반응은 나의 자존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들의 취향을 비난하는 것은 분열만 키울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집단 간의 접촉을 통해 익숙함을 키우는 것이 편견을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는 걸 카스트 제도를 극복하자고 하는 인도의 여러 노력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민자들과 여러 인종들이 모여 이룬 프랑스 월드컵 우승

특히 학교에서 사고가 유연한 젊은 시기에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의 공간에 모으는 것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 농어촌 특별 전형 같은 제도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싱가포르처럼 여러 계층이 혼합된 주거지를 구성하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프랑스 축구팀이 월드컵 우승을 한 1998년과 2018년에 국가 전체적으로 공동체 감각이 고취된 것처럼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공동의 목적을 가지는 것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노력들이  부질없어 보일지라도 멈출 수는 없다. 우리 앞에 놓은 의견이 분분한, (이제 성장은 종말인가? 불평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기후변화의 위험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등) 사안들이 "인간의 필요와 욕망" 이야기하지 않고 논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관용적인 생각에  많이 열려 있게   있는  함께 고민해 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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