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돌이 탈출기 18 - 중급으로 가는 길이 참 멀다.
시작은 롱아이언에서였다. 7번까지는 대략 잘 맞는데 5번, 6번 롱아이언이 잘 맞지 않았다. 조금만 스윗 스팟에서 바깥쪽으로 맞으면 손이 울리면서 150 가야 하는 공이 130 언저리가 되면서 열려 맞아 좌측을 향했다. 결국 골프라는 건 미스샷의 확률을 줄이는 것이 숙제인데, 두 번에 한번 정도는 그런 샷이 나오니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레슨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는데 프로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롱아이언은 로프트가 많이 세워져 있는데 하이브리드나 드라이버처럼 헤드가 두껍지도 않으니까, 공을 맞는 순간에 헤드가 받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그런 임팩트를 버텨내려면 그만큼 공이 맞는 순간에 빠른 스피드가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강조한 것이 손목이었다.
그동안 나는 슬라이스가 많이 나는 걸 줄이기 위해서 아이언을 칠 때 주로 핸드퍼스트를 해서 로프트를 많이 세워 주고, 스트롱 그립으로 헤드면을 살짝 닫힌 상태로 잡았다. 백스윙을 할 때도 손목 코칭을 거의 하지 않고 테이크백을 뒤로 20센티 정도 똑바로 빼 주면서 손목의 움직임을 배제한 스윙을 했었다.
이렇게 하면 애초에 백스윙 과정 동안 헤드가 열리는 경향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임팩트 때 헤드가 열려서 심한 슬라이스가 나는 상황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손목이 경직되다 보니까 백스윙이 부자연스럽고 백스윙 탑에서의 채의 위치가 몸 뒤쪽으로 충분히 넘어가질 못한다.
무엇보다도 임팩트 때 손목을 써 주면서 마지막 회전을 더해 주지 못하고 그대로 직선으로 부딪히게 되니 손목을 중심으로 도는 관성 모멘트가 부족해서 공이 조금만 스윗 스팟에서 바깥쪽에 맞아도 손에 그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게 된다. 롱아이언을 치면서 손이 아프고 채를 놓치듯 미스샷이 나오는 것이 다 손목 회전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고치기로 했다. 팔이 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손목을 넘겨주기로 했다. 그러니까 예전보다 백스윙 궤적이 낮고 뒤로 가면서 자연스럽게 인아웃 궤적이 나왔다. 돌아간 손목을 임팩트 때 더 릴리즈 해주니 더 힘도 실리고 잘못 맞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
그런데 부작용은 드라이버에서 나왔다. 아이언에서의 움직임이 몸에 밴 걸까? 어느 날 갑자기 드라이버에서 훅이 나기 시작했다. 궤적을 보니 인 아웃이 심하게 나고, 헤드면은 좌측으로 닫힌 상태로 맞으면서 거리도 확 줄어드는 샷이 많이 나왔다. 마치 탁구에서 스매싱처럼 헤드가 가는 궤적과 공이 나가는 궤적이 일치해야 하는데 궤적과 헤드면이 수직이 아니라 비껴 맞으면서 탁구 드라이브처럼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고 회전이 많이 걸리는 훅이 나오고 마는 것이다.
원인이 롱아이언 교정에서 왔으니 다시 돌아가면 될 거라 생각하고, 역순으로 하기 시작했다. 테이크 어웨이에서 오른쪽 팔꿈치가 몸에 너무 달라붙지 않도록 오른편으로 큰 궤적을 그리게 연습했다. 손목은 부드럽게 가지지만, 닫히지 않도록 오른손을 채는 동작은 되도록 피하고 왼손등을 앞으로 뿌리도록 조정했다.
그랬더니 다행히도 채의 궤적이 급격한 인-아웃에서 완만하게 조정되면서 방향성이 많이 좋아졌다. 헤드면이 채가 가는 방향과 일치하면서 정타가 되어 더 살살 쳐도 더 멀리 나가는 이익도 봤다.
처음 드라이버를 잡고 나서 UFO처럼 오른쪽으로 꺾여 날아가 버리는 골프공을 바라보면서 좌절했었는데 이제 훅이 문제라니... 흔히들 골프 초보들의 드라이버는 슬라이스가 나고 중수들은 훅이 난다고들 하는데 확실히 훅이 난다는 이야기는 이제는 몸을 회전해서 제대로 인-아웃 궤적을 만들었고, 손목도 쓰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한 것 같다.
어찌 보면 성장통 같은 훅이라는 문제는 그렇게 불쑥 나타난다. 나처럼 갑작스레 훅이 난다면, 일단 테이크어웨이를 뒤로 보내고, 일부러 우측 1시 방향으로 밀어서 푸시성 타구를 보낸다고 연습해 보자. 한참 자신감 생길 때 나와서 잘 안 고쳐지면 그동안 쌓은 노력들이 헛되어 보여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 거의 다 왔다. 멋진 드로우 샷으로 멀리 보낼 모습을 상상하면서 연습하다 보면 좋은 날은 꼭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