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 선수의 부드러운 스윙 따라 하기
나는 테니스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거의 없다. 대학교 때 체육 수업으로 한번 들어 본 적이 있고 회사에서 2개월 정도 레슨을 받아 봤지만 거의 포핸드나 연습하다가 끝이 났었다. 채를 가지고 하는 운동은 탁구도 하고 배드민턴도 하고 야구도 하고 골프도 하고 있지만 그중 테니스가 제일 초보다. 그때 배울 때를 돌이켜 보면 이동하면서 백스윙을 미리 준비하는 게 늘 되지 않아서 혼이 많이 났던 기억이 난다.
뜬금없이 테니스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스타 골프 빅리그에 출전한 테니스계의 레전드 이형택 선수의 부드러운 스윙 때문이다. 요즘은 뭉쳐야 찬다부터 다양한 예능에 나오고 계시지만, 얼마 전부터 골프 쪽 유튜브에서도 고수로 많이 출연하셨다. 그러다가 최근에 시작한 스타 골프 빅리그 시즌 3에서 다른 출연자들과 차별화된 샷을 보여 주고 계신다. 동영상을 일단 한번 살펴보자.
너무 부드럽지 않은가? 정말 힘 하나 들이지 않은 것 같지만 정확한 임팩트로 드라이버를 250씩 보내신다. 아이언도 참 부드럽게 잘 치시지만 드라이버 스윙을 보면서 문득 12년 전에 레슨 받을 때 코치님이 지적하신 내용이 떠올랐다. 그리고 골프 스윙, 그중에서도 드라이버는 정말 테니스처럼 치면 편하게 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오는 공과 멈춰 있는 공을 친다는 차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공이 맞는 순간의 채의 반발력을 극대화해서 쳐야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테니스와 골프 드라이버는 유사하다. 이런 반발력은 공이 나가야 하는 방향과 공이 닿는 채의 면이 일치해야 최대한 효율적으로 힘을 전달할 수 있다. 아래의 이형택 선수의 테니스 포핸드 동영상을 보면 간결하면서도 부드러운 동작으로 효율적으로 쉽게 받아치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형택 선수는 골프 드라이버도 이렇게 스윙한다.
첫 째, 백스윙을 간결하게 한다. 마치 상대가 치는 테니스 공을 준비하듯이 쉽게 뒤로 들어 올린다. 몸 전체를 자연스럽게 뒤로 돌리고 코킹도 회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뺀다. 손목을 억지로 틀지 않고 회전하는 정도만큼만 헤드면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둘째, 다운스윙 초반에 채를 충분히 떨구어 준다. 테니스처럼 오는 공을 쳐야 하는 경우에는 백스윙 탑에서 치러 가기 전에 일단 채를 아래로 낮추어서 공이 오는 방향으로 마중을 나간다. 그렇게 하면 공까지 들어가는 궤적이 낮아지면서 찍혀 맞는 걸 방지할 수 있고 아웃 인 궤적도 개선할 수 있다. 그리고 공이 맞는 순간 전후로 헤드면의 궤적이 일직선에 더 가깝게 된다.
셋째, 체중 이동이 걸음을 걷듯이 자연스럽다. 드라이버 연습을 하면서 무게 중심을 어떻게 두어야 하는지 늘 고민이었는데, 이형택 선수의 스윙은 공 맞기 전까지는 오른발에 두었다가 맞는 순간에 왼발을 디디면서 중심을 이동했다. 그래서 왼 무릎에 늘 맞는 순간에 쭉 펴져 있지 않고 살짝 굽혀져 있다. 결국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것이 제일 편한 스윙인 거다.
넷째, 맞는 순간에 손목의 사용은 줄이고 채를 그대로 앞으로 쭉 던진다. 오는 공이든 멈춰 있는 공이든 맞는 순간의 충격은 크다. 손목으로 무언가 하기보다는 다리로부터 시작한 중심 이동을 허리 어깨를 통한 회전으로 전환하고 팔과 손목은 부드럽게 채와 공에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 이러면 임팩트 순간에 불필요한 좌우 회전이 최소화돼서 훅이나 슬라이스를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맞는 순간에도 헤드는 그대로 고정된 상태로 눈은 헤드 면과 공을 바라보고 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힘의 반만 써도 정확하게만 맞으면 충분히 갈 거리는 갈 거라는 믿음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가벼운 스윙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멀리 정확히 보내는 샷을 하는 게 참 부러웠다.
아! 나도 앞으로 드라이버는 테니스 포핸드 스트로크처럼 쳐야지 하고 연습하고 있는데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몸은 잘 따라주지 않는다. 여전히 급하고 다운스윙이 가파르고 힘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도 테니스 스트로크 동작을 이미지화하고 걷듯이 무게 중심 이동을 하니까 공이 한결 똑바로 나갔다. 이형택 선수도 수많은 연습을 통해서 몸에 익은 테니스 동작이 골프에서도 그대로 나오는 거겠지. 세상에 쉬운 길은 없다.
그리고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도 250 정도 보내는데 나 같은 아마추어가 가진 근력이라면 드라이버 200 보내면 충분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제대로 제어할 수 있는 정도의 힘만 쓰면서 정확하게 치다 보면 더 잘 맞을 때도 있을 거라 믿고 세게 멀리 쳐야겠다는 마음부터 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