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대면 정말 지방에서 아프면 갈 병원이 생기나요?

지방도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by 이정원

저는 부산 출신입니다.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저도 서울로 대학교를 왔고 서울 여자를 만나 서울에 정착하고 살았습니다. 서울에는 지방에는 없는 것들이 많고 그걸 바라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모입니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는 것은 기회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서울의 삶은 서로 부대끼느라 힘듭니다. 저는 거기서 늘 좀 외로웠습니다.


20년을 부산에서 살고, 서울로 올라와 20년을 살고 얼마 전 수원으로 내려 왔습니다. 수원이야 수도권이고 시골도 아닙니다만 그래도 모든 것이 서울보다 여유롭습니다. 길도, 학교도, 사람도…


요즘같이 높은 가을 하늘 가득 붉은 노을이 가득한 걸 보고 있노라면 그 답답한 서울에서 어떻게 살았나 싶습니다. 저는 서울보다 지방이 더 좋습니다. 그리고 은퇴하고 나이가 더 들면 더 지방으로 내려가서 더 느리게 살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건이야 배달이 다 되고, 맛있는 건 찾아 먹거나 해 먹으면 되고, 책이나 문화 활동도 부지런하면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프면 찾아가서 치료 받을 병원이 없는 건 걱정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두분 다 경남 거창 출신이십니다. 제 사촌 동생은 지금도 거창에 살고 있는데 조카를 낳을 때는 진주에 가야 했습니다. 거창에는 아이를 받을 수 있는 산부인과가 없어서 입니다.


제 친구는 전남 순창에 살고 있습니다. 귀농해서 열심히 살고 있는데 어느 날 피부가 찢어지는 찰과상을 입었습니다. 당장 꽤 매야 하는데 할 줄 아는 의사가 없었습니다. 결국 광주까지 가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무언가 잘 못 된 것 같지 않습니까?


사람들은 다들 이야기합니다. 지방에 내려가려는 의사가 없다고… 아무리 연봉을 많이 주고, 시설을 지어서 초빙하려고 해도 애들 중고등학교 보낼 즈음 되면 아내 등쌀에 못 이겨 서울로 올라 온다고.. 말이죠.


정말 그런가요? 지방에 진짜 서울만큼 좋은 병원이 있습니까? 서울에서 종합 병원에서 받는 것 이상의 연봉을 제시한 공고 본 적 있나요? 저는 왜 거창에서도 순창에서도 종합 병원을 본 적이 없고 제가 만났던 지방 의사들은 왜 박봉이라고 하소연하는 걸까요?


의사가 충분하다고 합니다. 인구당 몇 명, 선진국에 비해서 몇 배. 다 좋습니다. 그러면 왜 거창에는 순창에는 그런 의사가 없습니까?. 전체 의사 수랑 상관 없이 지방에서 의료 활동을 하겠다는 의사가 없다는 건 문제입니다.


지방 사람인 제가 보기에는 앞에서 대표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다 서울 사람이거나 서울에 있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본인은 지방에 내려올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 본인이 그런 것처럼 남들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 의사 수를 늘리면 다들 서울로 올라와서 같이 경쟁할 사람 늘어 날까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서울대부터 저기 지방대 의대까지 다 채워지고 난 다음에 서울대 공대가 다시 채워 진답니다. 학교도 학원도 지원도 서울이 제일 유리하니. 전국 의대생의 고향을 조사해 보면 서울 및 수도권이 60%는 넘을 것 같습니다. 그럼 예과2년 본과4년 레지던트5년 10년이 지난 시간을 지방에서 유배하듯이 고생하고 나면 저라도 고향인 서울로 가고 싶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지방에 남아서 병원을 차릴 인원은 더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지방에서 실제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장님들. 지방에 내려가서 개원하고 싶지만 걱정이 많은 의사님들.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서 의사가 되고 싶지만 밀려난 의대 지망생들까지. 진짜 지방에 내려갈 의향이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집안에 의사도 없고 의대 보낼 애들도 없지만 그저 지방에 내려갈 계획이 있는 한 사람이 생각해 보는 실질적인 대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지방에 병원을 많이 지어야 합니다. 국립의료원도 늘리고, 지방에 개원하는 병원은 세제 혜택을 주거나 특히 기피하는 진료과는 아예 건물을 국가가 지어서 무상 혹은 아주 저렴한 임대료로 빌려 주면 실력은 있지만 돈이 없어 개원 못하는 의사들은 한번 내려가 볼 까 생각이 날 것 같습니다.


지방 국립의대는 기존의 인원에서 30%이상은 의무적으로 해당 시도가 고향인 인원을 뽑아야 합니다. 국립대를 지방에 세운 목표가 지방에 기여할 인재를 키우는 것이니 Quarter제를 적용해서 적어도 터전이 그 근처에 있어서 거기 머물 확률이 높은 학생의 비율을 높여야 합니다. 이미 농어촌 특별 전형과 같은 형태의 혜택은 존재합니다. 이를 의대에 해당 소재지 중심으로 좀더 전향적으로 적용하자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지방 국립 의대에서 출신에 상관없이 지방의료원에 근속 근무를 10년 이상할 조건으로 등록금 및 생활비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고, 위반 시에는 지원금 일체를 토해 내도록 합시다.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은퇴한 나이 즈음의 경험 있는 의사분들 중에 동의하시는 분들에게 사택도 제공하면서 일주일에 며칠이라도 와서 본인 고향에서 순환 진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겁니다. 100세 시대에 60대에 은퇴하신 교수님들이 한 주에 이틀이라도 내려 와서 봐주는 시니어 코칭 그룹을 제도적으로 구현하면 부족한 경험을 채울 수 있는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그러다 낙향하시면 더 좋구요.

서울이 좋고 서울에 살고 싶어 서울로 올라오고 싶은 분들은 그렇게 하십시오. 하지만 대한민국 모두가 서울에 살 수는 없으니 지방에 그래도 필요한 최소한의 의사를 확보하기 위한 행동은 지금이라도 시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의대 총인원수 증가나 특혜의 위험이 많은 추천제 입학 같은 논란이 될 만한 사안들은 좀 치우고 진짜 문제 해결에 도움되는 제안들로 논의가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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