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분진을 재생하는데 연료가 든다.
디젤 차량이 까만 매연을 내뿜던 건 다 옛날이야기다. 연료 분사 시스템이 개선되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엄격해진 배기 규제와 이를 맞추기 위해 필수가 된 디젤 분진 필터 DPF (Diesel Particulate Filter)이다.
디젤 엔진은 연료가 연소실 내에서 직접 분사되고 기화된 후에 공기와 섞여서 연소된다. 이때 다 기화되지 않고 남은 연료의 일부가 연소되지 않고 입자 형태로 남는다. 이 탄소 덩어리를 청소기의 필터처럼 엔진 배기관 뒤에 붙어서 엔진에서 나오는 탄소 덩어리를 물리적으로 걸러내는 DPF 덕분에 디젤 엔진은 배기가스 부담 없이 강한 출력을 낼 수 있다.
문제는 쌓인 분진을 주기적으로 청소해 주지 않으면 배기관이 막혀서 엔진이 손상을 입을 수 있다. DPF는 배기가스의 온도를 600도 이상으로 높여 쌓여 있는 분진을 주기적으로 태우는데 이런 작업을 DPF 재생, Regeneration이라고 한다.
정상적인 연소보다 더 높은 배기가스 온도를 만들려면 연료가 더 필요하다. 가솔린 엔진의 점화 시기에 해당하는 연료 분사 시기를 뒤로 미루어서 되도록 연소 현상 자체가 후반부로 일어나도록 조정한다. 출력이 부족한 시내 주행에서는 엔진 내 연소 만으로는 온도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폭발 행정이 끝나가는 시점에 늦은 후분사를 한 번 더 해서 배기관 내 산화 촉매에서 한번 더 연소가 일어나도록 조정한다.
이 모든 작업이 연비에는 손해다. DPF 재생을 하면 일반 주행 대비 30~40% 연비가 나빠진다. 주행 중에 평소와 달리 연비가 낮고 연소 소음이 낮아지면 재생 중일 경우가 많다. 디젤 차량의 공인 연비는 DPF 재생의 빈도와 연비가 나빠지는 정도를 측정해서 정상 주행 결과에 보정한 값으로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