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내게 듣고 싶은 세 가지

상사는 사실 내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by 이정원

중국에 귀국하고 다시 들어 갈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될 때 이야기입니다. 상황이 나빠지면서 같이 중국에서 일하던 동료들이 전세계로 흩어졌습니다. 다들 사정은 비슷해서 각자의 집에서 전화로 모여서 회의를 합니다. 한국에서 오후 4시면 프랑스에서는 오전 8시이기 때문에 같이 맞대고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사실 얼마 되지 않습니다.


하루에 열 두 번 직접 만나서 풀던 일들을 컴퓨터 앞에 온라인으로 모여서 3 ~ 4시간 동안 밀도 있게 일하려고 하니 무엇보다도 효율적인 일처리가 필수적입니다. 효율을 위해서는 회의 모인 사람들의 역할 분담이 중요합니다. 각자 자기가 맡은 일을 보고하고 필요한 결론을 내서 다음 단계로 가야 하겠죠. 그런데 이게 참 쉽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어제 있었던 업체 선정과 관련된 회의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개발하는 충격 완화 부품에 대해서 중국내 부품 업체들을 조사한 구매 담당자가 최종 업체 선정을 요청하는 자리였죠. 모든 사람이 연결된 가운데 담당자가 발표를 하는데 목표로 한 부품 단가와 개발비에 어림도 없는 견적서를 보고하더니 “질문 있으신가요?” 하며 보고를 마치는 겁니다. 순간 멍했다가 되물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오늘 이 미팅에서 원하는 게 무언가요?”


어떤 미팅이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할애해서 만날 때에는 모인 목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발표자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목표와 현재 상황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저 현재 상황에 대한 사실의 나열에 머문다면 그 건, “나는 시키는 일을 그냥 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걸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물론 업체의 견적을 목표치에 맞추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고 그런 견적을 받은 것이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거기서 멈춰서 버린다면 그런 보고는 하나 마나 한 일입니다.


제 질문에 구매 담당자는 “어쨌든 어려운 상황에서도 취합한 내용이니 목표에 못 미치지만 승인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럼 지금의 업체에서의 견적이 합리적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냐”고 했더니.. 답을 못하더군요.


결국 구매 쪽 리더가 나서서 “이전 차량 개발할 때 단가는 얼마였는지.” “원자재는 지난 번에 비해서 얼마나 더 늘었는지” “금형 만드는 비용이 예전보다 늘었는데 어떤 새로운 공법이 적용되었는지” 같은 Break down 한 분석 자료를 요청해서 같이 리뷰했습니다. 그리고 진짜 배경에는 이전에 출시한 차량의 생산량이 계획 대비해서 줄어든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단가를 올렸다는 걸 확인했죠. 다음 주까지 기술적인 측면에서 실질적인 단가 상승분과 비즈니스 보상 측면을 정리해서 다시 모이기로 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에게 가장 중요하고 스스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성취해 낸 일을 이야기 하고 싶어 합니다. 그날 보고 했던 구매 담당자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연락도 잘 되지 않은 업체 사람들을 찾아서 답을 받아 내느라 애를 많이 썼습니다.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지만 어찌 됐건 그 일은 그 사람이 해결해 하는 “그 사람의 일”입니다. 상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완료 했어야 하는 일이죠.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 내 왔는지는 사실 큰 관심이 없습니다. 모든 회의에서 상사는 아래의 세 가지를 듣고 싶어합니다.


현재 무슨 상태이고 (What is progress)

앞으로 어떻게 해쳐 나갈 계획이고 (What is your plan)

그래서 내가 무얼 해 주기를 기대하는지 (What is your expectation for me)


저는 보고서 쓰기 전에 이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봅니다. 그리고 제가 한 일과 분석을 Progress에, 제 의견을 Plan에, 그리고 제가 할 수 없지만 꼭 필요한 성공 조건을 Expectation에 한 페이지로 정리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보낸 시간과 노력은 한 일/계획/요청의 비율이 80%/15%/5%이지만, 회의에서 보고할 때에는 30%/50%/20%의 비중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보고할 때 미팅에서 원하는 것은 승인을 위한 “설득”이니까요. 그리고 제가 그런 결정을 해야 할 때 듣고 싶은 것도 그런 저를 설득하려는 보고자의 “의지”입니다.


상사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그럼 상사들도 당신이 필요한 도움과 조언을 돌려 줄 겁니다


당신은 스스로의 보고서에 설득이 되시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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