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지금 어떠니? 어떤 마음이야?

내 마음의 옳고 그름은 누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by 이정원

말그릇’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창 아빠와 즐겁게 레고를 만들던 아이가 완성된 소방차를 들고 안방에 있던 엄마에게 자랑하러 들어오다 실수로 소방차를 떨어뜨립니다. 그 모습을 보고는 아이는 엉엉 울면서 엄마에게 화를 냅니다.


“이게 다 엄마 때문이야.”


엄마는 아이에게 차근차근 알려 줍니다. 넌 화 난 게 아니라 당황하고 속상한 거라고. 한참을 엄마 품에서 울고 난 아이는 다시 기운을 차리고 부서진 소방차를 다시 조립하러 신나게 나갑니다.


오늘로 자택근무 열흘 째네요. 앞서 있었던 춘절 휴가까지 합하면 제 인생에 아이들과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이 부딪히죠. 아이들은 주로 아빠에게 둘 사이의 일을 이야기하며 판사처럼 누가 옳은 지 결정해 주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어디 그게 법처럼 한번에 딱 나눠지나요. 각자가 자기만의 이유와 사연과 느끼는 감정이 있는 걸요. 주로 황희 정승처럼 니 말이 옳다, 그래 니 말도 옳다 그러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다 옳은 게 맞습니다. 내가 그렇게 느낀 건데 누가 옳다 그르다 따질 수 있을까요? 내 감정은 온전히 내 것이니까요. 우리는 살아 가면서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고 그 때마다 다른 감정을 느낍니다.


부러운 마음

속상한 마음

조급한 마음

실망스러운 마음

화난 마음

미운 마음

부끄러운 마음

당황스러운 마음…


그런데 정작 어른인 우리도 내가 어떤 마음인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부끄러워도 울고 당황해도 울고 속상해도 우는 제 둘재 아이처럼, 주로 버럭 화를 내곤 하죠. 어린 시절에 그렇게 무서웠던 아버지가 왜 그렇게 화를 자주 내셨는지 돌아 보면 아마도 (계획했던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당황스러우셨거나, (기대했던 것보다 결과가 좋지 않아서) 실망스러우셨거나, (다른 사람들 눈이 너무 많아서) 부끄러우셨던 마음이 들킬 까봐 그러셨던 것 같습니다.


화 낼 일도 아닌데 화를 내는 건 내가 어떤 마음인지 내가 몰라서 그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야기 하기 전에 저 스스로에게 물어 봅니다.


넌 지금 어떠니? 넌 지금 어떤 마음이니?


그리고 그 답을 그대로 상대에게 이야기합니다. 수현아, 아빠는 회사일을 하고 있는데 수현이가 계속 문 두드리고 물어 보니까 당황스러워. 수인아, 아빠랑 하기로 약속했던 책상 정리를 하지 않아서 아빠는 실망스럽구나. 그럼 아이들은 금방 알아 듣습니다. 그리고 그걸 보며 저도 마음이 편해 집니다.


모든 사람들이 저희 아이들처럼 제 감정을 받아 들여 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저 스스로에게 솔직한 것을 전하는 것은 분명 버럭 화 내는 것 보다는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일단 내 마음이 편하니까요. 재택 근무하는 동안 두 꼬마 조교님들과 계속 연습해 보려고 합니다. 그런 계획을 떠올리니 전 지금 아주 즐거운 마음입니다.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상사가 내게 듣고 싶은 세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