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팀은 변수가 많을 수록 더 유리합니다.
코로나 사태가 쉽게 잦아 들 것 같지 않습니다. 현재까지의 조사에 따르면 사망률은 메르스나 사스에 비해 떨어지지만 전파력은 비할 바 없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래서는 사람들이 단체로 모이고 힘껏 응원하는 프로 스포츠 경기를 개최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올해 도쿄 올림픽 개최로 일정 조정이 불가피한 프로야구도 일단 시범경기를 취소했고 전체 경기수 축소도 고려 중에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시즌 개막이 늦어지고 전체 일정이 줄어 들면 누가 더 이득일까요? “어차피 우승은 두산”이라고 전력이 강한 팀들은 큰 변동은 없겠지만 변수는 있습니다.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1994년에 메이저리그에서 선수노조 파업으로 리그가 단축되었을 때도 American 리그는 1993년도에서 강팀이었던 텍사스 / 양키즈 / 화이트삭스가 무난히 진출한 반면, National 리그에서는 정통의 강호 애틀란타가 떨어지고, 그 전 해에는 5할도 미치지 못했던 신시내티와 다저스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곤 했었습니다. 2020년 짧아진 일정이 롯데에 미칠 영향을 간단히 살펴 보겠습니다.
일단 시범경기의 축소는 새로울 얼굴들의 검증될 시간이 줄어 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새로운 용병 / 신인 / 새로운 보직 / 새로운 코칭 스태프와 감독까지.. 연습에서 잘 되던 것도 실전에서는 예상과 다른 경우가 많고 실전을 통해 키스톤 콤비나 투 포수간 호흡을 맞춰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 기회가 많이 줄어 들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롯데에 변화가 많죠. 내야 수비도 다 바뀌고, 용병 투수도 다 새로 바뀌었고 주전 포수도 바뀌었습니다. 마무리도 새롭게 김원중이 맡기로 했다지만 투수진의 교통정리가 제대로 된 상태가 아닙니다. 리그가 정상적으로 시작했더라면 이런 점들을 미리 시도해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신인급 투수들의 투구 폼 수정 및 마인드셋 교정에 필요한 시간을 벌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요즘 구속 Flex 하고 있는 윤성빈의 첫 선발 등판이 SK와의 개막 2연전 일요일 낮 경기였는데, 첫 타자에게 홈런 맞고, 안타 맞고 볼넷 내주고 무사 만루 갔다가 삼진 잡고 병살 잡으면서 1실점으로 1회를 넘기던 장면. 그날 중계를 보는데 첫 타자 홈런 맞는 순간 보는 저도 떨고, 던지는 투수도 떨고, 공 받고 있던 (기억에 나원탁이었던 거 같습니다) 떠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최근 몇 년 간의 시즌 초반을 뒤돌아 보면, 신입급 선수들이 (아직 채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중요한 경기에 나와서 널뛰는 투구를 보이다가 5월즈음에 체력이 고갈되거나 부상으로 페이스 다운 되어서 그저 그런 투수로 전락하는 과정이 반복 되었습니다.
이왕 시즌이 늦어진 김에 투수진들, 특히 앞으로 성장해야 하는 젊은 투수들이 부상없이 제대로 된 공을 자신 있게 뿌릴 수 있는 훈련을 충분히 했으면 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투수들의 성장을 뒷받침해 줄 수비의 중심 축인 키스톤 콤비가 베테랑이라는 점. 그리고 단지 스프링캠프에서의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상동을 중심으로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 진행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좀 더 따뜻한 시기부터 전력 투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부상 방지에는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리그 일정 전체가 줄어 들면 체력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큰 이점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도 “봄데”하니까 롯데는 봄에 잘 하는 줄 착각하곤 하는데 사실은 롯데는 봄부터 못합니다. 그리고 손발이 맞아 가서 6월에 탄력 받으려고 하면 투수 진에서나 야수진에서 주축 선수 부상 (2018년 박세웅 / 전준우, 2019년 민병헌) 으로 전력이 약해집니다. 그런데 백업 Depth가 약하고 신인급들 특히 6월에 조금 달린다고 무리했던 불펜진의 체력이 고갈되면서 7월에 곤두박질 칩니다. 재작년에는 그나마 후반기에 재정비하고 쫓아 가 보려고 했었는데 미치지 못했구요. 작년은 양상문 감독 사퇴 이후 다들 몸 사리느라 추가 동력 조차 없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상 방지 및 실전용 2군 준비가 포인트입니다. 다행인 것은 젊은 투수들을 중심으로 하는 시즌 초가 아니라 공백이 생기는 유월 정도를 목표로 서서히 피치를 올린 과정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장비만 산 것이 아니라 시즌 전체 관리도 체계적이 되어 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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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올해 성적의 성패는 시즌 초기 새로운 구성이 얼마나 빨리 자리 잡느냐에 달렸다고 봅니다. 시범경기가 취소 된 것은 아쉽지만, 개막이 늦어진 것은 롯데에 조금 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짧아진 시즌일정만큼 밀도 있는 경기가 계속 된다면, 부상 변수등이 많이 발생했던 중반기에 팀을 받쳐 줄 백업을 얼마나 2군에서 잘 키워 주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듯 합니다.
스토브기간 동안에는 성적 신경 안쓴다고.. 성장만 해도 만족한다고 했는데 막상 봄이 다가 오니 욕심이 또 앞서네요. 좋은 방향도 결국 좋은 결과가 따라야 추진력이 생기는 법입니다. 바이러스로 움추린 마음까지 녹여줄 뜨거운 시즌의 개막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