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내가 경영해도 이것보다는 잘하겠다 - 01
아침에 출근을 하는데 사무실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무슨 일인가 하고 메일을 보니, 이번에 새로 영입된 개발 3팀 팀장님을 중심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TFT 인원을 모집한다는 공지가 와 있었다. 다들 일상이 지루한 마당에 마음이 싱숭생숭할 것 같다.
프로젝트는 1년 단기로 진행되는 그야말로 TFT다. 잘 나가는 경쟁사에서 모셔 온 분이라니 회사 차원에서 지원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기존에 회사에서 진행하는 업무와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기획부터 제작, 판로까지 새롭게 헤쳐나가야 하는 일들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리고 1년이라는 기간도 만만치 않다. 그 안에 성과를 내려면 야근은 당연할 것이고, 일당 백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의 범위도 지금보다 훨씬 넓어질 거다. 다들 은근히 서로 미루는 분위기다. 일단 눈치를 보고 있는데 팀장님이 면담하자고 부른다.
"민지 씨. 이번에 TFT 모집 공고 난 거 봤지?"
"네."
"민지 씨 생각은 어때? 그동안 업무가 너무 단순하다고 기회가 되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고 골세팅 면담 때 이야기했었잖아. 이번 TFT가 좋은 기회가 될 거 같은데."
"... 아, 제가 그렇게 이야기했었나요? 저는 지금 저희 회사가 하고 있는 영역에서도 아직 경험이 부족한 상황이라 이번에 TFT처럼 생소한 일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서요. 죄송합니다."
"아, 그래... 알았어. 하기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시킬 수 없지. (혼잣말로) 아, TFT 인원 못 채우면 각 팀에서 차출한다던데.. 누굴 보내지...?"
휴... 일단 넘어갔다. 살짝 아쉽기는 한데, 그래도 잘한 거야. 새로운 프로젝트 하다가 실패하면 덤터기 쓰면 어떡해? 지금 일에서 벗어날 기회는 다음에도 있을 테니까 일단은 바람이 불면,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길 기다려 보자고.
가끔 회사에 보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서 지원자를 모집하는 내부 공고를 보게 됩니다. 그런 공고가 아니더라도, 팀장으로부터나 인사팀으로부터 새로운 포지션에 대해서 제안을 받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이게 기회인지 아니면 험지로 쫓아내는 것인지 헛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야 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기존의 프로세스나 인프라도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고, 회사 내부적으로 걸림돌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보통은 새로운 프로젝트라는 것이 늘 충분한 인원으로 시작하기는 어려우니 초기에는 업무량이 익숙한 지금보다 과중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여러분께 되도록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거기에는 네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새로운 프로젝트는 도전하다 실패했을 때의 부담이 적습니다. 익숙한 일들은 실패하면 기존의 잘 되고 있던 일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는 다릅니다. 조직이 새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TFT(Task Force Team)으로 꾸려지는 이유도, 기존의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캐시 카우로 회사수익의 근간이 되는 주요 사업과 비교하면, 신사업은 달성해야 하는 목표도 얼마 이상의 수익률 같은 것보다, 시제품 출시, 시장 안착 등 초기 목표가 금액적인 성취보다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는데 집중되곤 합니다. 설령 목표가 높아서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회사는 나름의 대책을 이미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책임을 진다고 해도 제안하고 진행했던 임원들이 지는 것이지, 실행했던 직원들까지 뭐라고 하는 회사는 없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영역을 도전하게 되면, 회사 내에서 그 영역을 해 본 몇 안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저도 중국에서 전기차를 만드는 조인트 벤처에 참여해 보겠냐는 제안에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받아들이고 2년여 동안 고생했었습니다. 그렇게 2년간의 파견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전기차를 실제로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저런 활동들을 늘려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회사가 미래의 먹거리로 그 분야 관심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앞으로의 미래와 연계된 분야에서 한번 해 본 사람이 된다는 것은 프로젝트의 성공, 실패와 관계없이 큰 의미가 있습니다.
TFT에 참여해서 좋은 또 다른 점은 내가 관여하고 결정하는 위치가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을 나누어서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기존의 업무 방식에서 벗어나서, 소수의 인원으로 새로운 일을 진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해야 하는 일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접하는 사람들의 범위가 넓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중요한 선택을 결정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권한이 커지면 부담도 커질 겁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됩니다.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어떻게 성공과 실패가 가려지는지. 실패하면 왜 실패하였고 회사는 어떻게 실패한 사례를 활용해서 다음 전투를 준비하는지를 가까운 거리에서 체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일의 급을 높이고 나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회사에서 바라보는 나의 역할의 급도 달라지게 됩니다. 설사 TFT가 마치고 나서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더라도 그런 경험을 하기 전에 보던 업무와 경험하고 난 이후에 업무를 바라보는 관점은 완전히 달라져 있습니다.
그러니 그동안 누군가로부터 Input을 받아서 정해진 프로세스대로 해서 Output을 전달하는 단순한 일만을 수행해 왔다면, 그래서 그런 루틴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하십시오. 회사라는 어쨌든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성공하면 성공하는 대로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남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결국 일을 통해 얼마나 남기냐는 스스로 얼마나 몰입해서 노력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나의 포트폴리오는 내가 해 온 일들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 있게 도전해 보세요. 내 돈으로 하면 망할까 두려운 사업을 회사에서 남의 돈으로 합법적으로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 가지, 새로운 일을 할 때는 꼭 기존 일도 하면서 떠맡으면 절대 안 됩니다. TFT일은 그렇게 병행해서 할 정도로 만만하지도 않지만, 몰입할수록 얻는 것이 많다는 걸 잊지 마세요.
TIPs for MZ
1.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TFT를 모집한다면 도전해 보자.
2. 적은 인원으로 진행되는 장점을 살려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3. 기존에 하던 일은 확실히 접고 올 수 있도록 제대로 협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