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 점점 더 인공지능에 가까워진다.
더운 여름에 에어컨을 작동시켜 실내 온도를 낮추려고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고전적인 제어에서는 목표 온도를 정해서 24도 이하가 되면 시원하다고 가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냉방의 강도를 조절한다. 그러나 24.1도가 되어도 사람은 상당히 시원하다고 느낄 수 있다. 냉방을 하는 목적이 온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전기료 등을 감안할 때 시원하다는 주관적인 판단에 대해 더 디테일한 설정이 필요하다.
퍼지 제어는 이런 주관적 판단을 수치화해서 제어에 반영한다. 24도일 때의 시원함을 1이라고 하면 26도 일 때는 0.5, 28도 이상이면 0. 이런 식으로 설정해 주면 단순한 ON-OFF가 아니라 실내 온도가 너무 높으면 강하게 틀었다가 낮아질수록 조금씩 출력을 줄여 시원함을 느끼게 하면서도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제어가 가능하다.
자동차가 커브길에 접어들었을 때 어느 정도 속도를 낮추어야 하는지도 주관적 판단과 연관이 있다. 너무 빠르면 위험하다고 느껴질 것이고, 너무 느리면 답답할 것이다. 스티어링 휠을 많이 돌려야 하는 급 회전 구간에서는 안전을 위해 속도를 많이 줄여야 하겠지만 회전 반경이 크다면 달리는 흐름을 이어가고 싶을 것이다. 이런 요소들에 대해서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정도를 수치화한 후에 이를 모은 합집합의 중심을 찾으면 최적의 감속 목표를 찾아 그에 맞게 출력을 제한하거나 브레이킹을 작동시킬 수 있다.
이런 세분화된 판단 수치에 데이터를 통한 피드백이 이어지면 상황에 따른 정밀 제어가 가능해진다. 퍼지라는 용어를 처음 우리에게 알려 주었던 퍼지 세탁기도 세탁수의 오염도를 측정해서 그 정도에 따라 세탁 시간을 알아서 조정해 주는 IF-Then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점점 더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는 인공지능으로 다가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