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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l 20. 2023

나는 누군가에게 '그 한 사람'이 되어 주고 있는가?

모두가 아니요라고 할 때 '네'라고 답할 수 있게 해 주는 그 한 사람.

대학교 실험실에 8명의 시험 지원자가 긴장한 채 문제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눈앞에 제시된 문제는 초등학생도 풀 수 있는 쉬운 문제였다. 첫 번째 두 번째 문제를 풀기 전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모두 다 자신 있게 정답을 고르면서 넘어갔다.

  

이변은 세 번째 문제부터 일어난다. 앞선 지원자들이 뻔한 정답을 두고 일제히 다른 오답을 고르기 시작한다. 그것도 이전과 똑같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일곱 번째 자리에 앉은 지원자만 당황하기 시작한다. 쭈볏쭈볏 정답을 골랐지만 왠지 그 전과는 목소리가 떨려 보인다. 모두와 다른 대답을 내놓자 다들 한 번씩 그를 쳐다본다.  


네 번째 문제도 같은 패턴으로 진행되자 일곱 번째 지원자도 체념하고 다른 사람들과 같은 답을 내기 시작한다.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것보다 남들에게 별난 사람으로 치부되는 것이 더 두려운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NyDDyT1lDhA&t=127s


주말 동안 읽은 "프레임"이라는 책에 나온 이 실험은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에 의해 수행된 "동조 실험"이라고 알려져 있다. 당황했던 일곱 번째 지원자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은 실험을 돕는 동조자들이었다. 시험자를 바꾸어 가면서 진행한 결과에서 많은 사람들은 가끔씩은 자신의 소신을 저버리고 다수의 의견을 따라갔다.


단 한 번도 다수에 동조하지 않고 12번 모두 정답을 선택한 사람은 25%였다. 뒤집어보면 한 번이라도 다수를 따라간 사람이 무려 75%에 이른다는 말이다. 모든 회차마다 다수를 따라간 줏대 없는 사람도 5%나 되었다. 개인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이고 개개인 보다 상황이 더 중요하다는 증거로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지만 정작 눈에 띄는 대목은 그다음이었다.  

똑같은 시험을 이번에는 도중에 한 사람이 남들과 다른 답을 대도록 하면 정답률이 급격히 올라가는 것이다. 파트너라고 명명한 사람이 꼭 정답을 외칠 필요도 없다. 그저 다수의 사람들이 이게 답이라고 강요하는 흐름에 반기를 드는 다른 한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피시험자는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결과를 보여 준다.  


그래서 조직이, 회사가, 국가가 건강하려면 "다양성"이 필요하다. 꼭 나의 의견과 같을 필요도 없다. 그저 남들과는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만으로도 사소한 나의 소신을 지킬 용기가 생긴다. 내가 속한 공간은 그러한가. 아니 그전에 나는 모두가 아니요라고 이야기할 때 '네'라고 이야기하며 누군가에게 '그 한 사람'이 되어 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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