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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Sep 09. 2023

중국은 부동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보다 먼저 매를 맞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습니다. 특히 헝다나 완다 같은 부동산 그룹들이 부도가 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습니다. 사실 우한으로 파견을 갔던 2018년에서 20년까지의 기간 동안에도 아파트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올랐었습니다. 같이 근무하던 중국 동료들이 40년 모기지 빚을 내서 외곽에 나온 집들을 2채, 3채씩 샀다고 자랑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사실 그때도 이러다 큰일 나지 싶었습니다. (3년 전에 쓴 블로그에 비슷한 내용을 썼던 기록이 있네요.)


https://blog.naver.com/keeplearning78/221799663718 


부동산은 말 그대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자산입니다. 가격이 오르면 총자산은 늘어서 부자가 된 것 같지만 실제 팔아서 현금화하기 전까지는 관리비에 세금에 비용만 들뿐입니다. 거기에 대부분 대출을 끼고 사야 하니, 이자 비용을 넘어서는 수익이 나야 하는 리스크가 꽤 큰 투자 상품입니다.


그래도 사람이 살아 가는데 집은 있어야 하겠죠. 집값 상승 시기에 내 집이 없으면 전세가 되었던 월세가 되었건 지금의 주거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계속 증가하게 됩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살 집을 구입하고 그 집에서 잘 살면, 사실 집값의 변동이 내 삶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올라도 다 같이 오를 것이고, 내려도 내가 사는 환경이 변하지는 않으니까요.

허베이에 있는 짓다만 빈 집들 - 분양이 돼도 건설사가 부도나면 집도 짓지 못하고 이렇게 방치됩니다.

문제는 투자 목적으로 2채 이상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월급 만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가격으로 상투까지 올라간 집을 모기지를 끼고 산 사람들은 죽을 맛일 겁니다. 중국 전체에 빈 집이 1억 채이고 미분양만 3천만 세대라고 하니, 인구 전체의 거의 10분 1에 해당하는 집들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베이징 외곽의 아파트 값이 고점 대비 80% 로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3.2% 기준으로 3억 30년 모기지 상환금. 4%면 150만 원이 넘습니다.


(중국 기준으로는 꽤 높은) 월급 300만 원인 사람이 5억짜리 집을 30년 모기지로 3억 대출을 끼고 사서 매달 이자와 원금 상환을 한다고 하면, 대출 이자를 4%로 잡아도 매달 150만 원을 은행에 가져다줘야 합니다. 집값이 오른다면, 지금의 고통을 잠시 버티다가 나중에 팔아서 빚 갚고 차액으로 수익을 얻을 거란 희망이라도 있겠지만, 5억짜리가 2억으로 떨어지면 답이 없습니다. 한 채만 돼도 월수입이 반으로 줄고, 두 채면 생활비가 사라집니다. 실질적인 월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이니 경기가 좋을 수가 없습니다.  


미국에서 2007년에 나온 "중국산 없이 살아보기" - 중국산 제품으로 우리는 그동안 원래보다 싼 물가로 삶을 누려 왔습니다.


부동산 버블은 중국 경제 성장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2010년대 후반까지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활약하며 중국산 물건을 없이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 중국은 10%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보이면서 빠르게 성장해 나갔습니다. 설계는 미국이 하고, 소재는 일본이, 중간재는 한국이, 생산은 중국에서 해서 다시 미국과 전 세계에 판매하는 구조로 각 나라가 각자 잘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미-중 커플링으로, 미국과 중국 모두 호황에 사이에 있는 한국과 일본도 다 같이 성장하는 황금 시기였었죠.

  

고부가 가치와 저부가 가치 산업의 체인이 최적화되어 이어져 있습니다.


이런 커플링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생산 단가를 낮추어 주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제가 파견 가서 전기차를 만들었던 후베이 시얀시에 위치한 현지 공장 노동자의 월급이 우리 돈으로 60만 원이 조금 넘었었으니까요. 배터리 수급 가격도 한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저렴했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중국에서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명확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성장하고 생활 수준이 올라가고 임금이 상승하게 되자, 기업들 입장에서는 마진이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예전보다 같은 돈을 들여도 성장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된 아파트 가격 상승이 일어나자 많은 기업들이 너도나도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중국 경제 전문가인 안유화 어바인대 교수님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부동산 부문은 사실 2000년대 이후 중국 고속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다. 중국은 1992년 시장경제 도입 이후 수요 창출을 위해 1990년대 후반부터 도시화에 박차를 가했다. 도시화는 곧 부동산 개발을 의미했다. 부동산 업체들은 국영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해 아파트와 빌딩을 쌓아 올렸다. 가계와 기업은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하며 부를 키웠다. 투기 열풍에 부동산 가격도 폭등했다


GDP 내 부동산 비율 - 중국은 계속 우상향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돈을 풀면 부동산으로 집중했다는 반증입니다.


중국에서 배드민턴을 같이 치며 친하게 지냈던 자동차 부품 업체 다니던 친구도 3번째 집은 자기 회사에서 투자해서 세운 아파트 단지를 직원들에게 싸게 판다고 해서 산다고 그랬습니다. 회사도, 스스로도 쉽게 돈 버는 길을 찾아간 셈입니다. 그 결과 부동산 관련 생산 요소의 비중이 중국 국내 총생산의 30%가 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문제는 이런 부동산 상승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겁니다. 중국 차지였던 세계의 공장이라는 타이틀은 베트남으로 대표되는 더 싼 노동력을 가진 동남아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더군나다 2018년 AMERICA FIRST라는 구호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미국과의 무역 마찰이 일어나면서 수출이 더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2020년에 퍼진 코로나 사태도 어려움을 보탰습니다. 경제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어쨌든 중국이라는 큰 마켓을 포기할 수 없어서 중국로부터의 탈출을 망설이던 기업들에게 상하이 봉쇄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아 이곳은 언제든지 필요에 의하면 정부에 의한 통제가 가능한 곳이구나." 하는 인식과 함께 다른 대안을 마련해 봐야 하겠다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2023년 중국의 수출과 실업률 현황 - 조선일보 참조.


그 결과로 중국의 수출량은 급감하게 되고, 산업이 위축되니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1 가구 1자녀 제도 하에서 이전 세대들보다 높은 교육을 받은 "소황제" 세대들은 일자리가 없어 취업을 못하자 아예 집안일하는 "전업자녀"의 길을 택한다고 합니다. 캥거루족처럼 그냥 노는 것이 아니라, 그냥 부모 세대에 기대서 부모로부터 월급 받고 본격적으로 업혀 사는 겁니다. 중국 실제 실업률은 50%를 육박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애완견 산책시키고 청소하고 밥하고 노부모와 함께 지내는 "전업 자녀"가 등장했습니다.


이런 상황 모두가 부동산 시장에는 부정적입니다. 집이란 결국 세대수가 늘어야 수요가 있는 건데, 새로운 수요를 담당해야 하는 젊은 세대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않게 되면 지금의 해소되지 않는 빈 집들을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무분별하게 확장 일변도로 운영하던 완다나 헝다그룹과는 달리 건실하게 건설 사업을 이끌어 왔던 비구이위안도 위기설이 도는 건 중국 부동산 상황 그리고 거기에 근간을 둔 중국 경제 전체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건 명확합니다.


그럼, 앞으로 중국 부동산 상황과 경제는 어떻게 될까요?


일단 지난 10여 년을 누렸던 부동산 호황은 더 이상 없을 겁니다. 물론 한국의 강남처럼,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주요 도시들의 도심, 핵심 지구들의 부동산 가격은 현재를 유지하거나 오를 수 있지만 외곽 지역이나 5대 주요 도시를 제외한 지방에서는 수요에 비해 넘치는 물량을 처리하기 위한 가격 하락과 그에 따른 부실기업들이 정리되는 시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서 부동산 산업 구조를 개선하고, 미분양 아파트들을 국유화해서 정부가 행복 주택처럼 국민들에게 나누어 줄 가능성도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떨어지는 지지율을 반등하는, 특히 애국 청년이었다가 취업난에 오포 세대로 분노하고 있는 청년층을 달래는데 효과가 있겠죠.


경제 전체로 보면 부동산의 거품이 줄어든다는 건 그동안 GDP의 30% 이상을 차지하던 분야가 축소된다는 의미입니다. 자칫하다가는 개인들이 부채를 갚는 데 집중하고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기업 이익은 줄어들고 결국 취업 기회 축소 및 임금은 하락하고 정부의 세수는 줄어드는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구제 금융을 정부가 제공하게 되면 그냥 기업과 개인의 부동산 빚을 갚는데 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 금리를 1% 포인트만 낮춰도 이자비용이 4조 원 가까이 크게 감소해서 그만큼 소비 여력은 높아지겠지만, 달러 대비 16년래 최저치로 하락한 위안화 가치를 추가로 더 떨어뜨릴 위험도 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갇힌 셈입니다.




결국 시멘트 성장시대는 저물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일본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완만한 성장의 시대에 집입했습니다. 제조업의 이탈도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도 중국 사람들도 이제는 3% 미만의 성장률 시대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미 세계 2위의 1인당 GDP를 달성한 후에 잃어버린 30년을 맞이한 일본과는 다르게 중국의 1인당 GDP는 주변 국가들에 비해 많이 부족합니다.


SBS 뉴스 자료 참조 - 일본은 그때 이미 45000달러네요.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이라면 신성장동력으로 전기차, 자율주행, 배터리 등 첨단 분야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기존의 국영 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를 민간 자본 시장에 바탕을 둔 형태로 바꾸어서 리스크를 분산해 나갈 겁니다. 거기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미국과 거리를 두고 있는 제3세계 나라들과의 교류를 통해 위안화 결제를 늘리면서 경제 채널의 다변화를 꾀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공산당이 집권하는 사회 주의 국가인 중국이 가장 자본적인 제도를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이른바 이념이 얼마나 힘을 잃었는지 여실히 보여 줍니다.


대만에 전쟁을 일으킨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중국이 대만을 차지해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이익이 뭐가 있을까요? 시작하면 미국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만과의 혈전으로 아예 경제를 망가뜨리기보다는 대만을 핑계로 경색화 되어 있는 미-중 관계를 개선하는 레버리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실제 대선을 앞둔 미국의 국방장관과 키신저 같은 인물이 중국을 방문하는 걸 봐도 꽤나 중국이 협상에 유리한 카드를 쥐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다행인 점은 이번 중국 부동산 사태가 2008년에 있었던 미국의 리만브라더스 사태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2008년 때의 버블은 부동산 파생 상품의 남발로 인한 금융을 기반으로 한 버블이었기 때문에 영향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반면, 지금의 중국 부동산 사태는 중국 본토의 부채 문제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2008년과 같은 국제적인 패닉 현상은 재현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정확히 수치 상으로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는 중국 지방 정부들의 부채 규모와 실제 생산 소비와 관련된 지수들이 모두 큰 하락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위험 요소들 때문에 중국 내의 경기 침체는 앞으로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2008년 리만 브라더스 이후 다시 미분양 세대가 늘고 있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보다 성장이 빨랐던 일본과 우리 뒤를 바짝 쫓아오던 중국 모두 부동산 버블을 거치고 장기 침체를 겪었거나 접어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요? 작년부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긴 했지만 다시 서울을 중심으로 꿈틀꿈틀하고, 대중 무역 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요즘, 가장 큰 시장을 가진 이웃인 중국이 이 위기를 어떻게 넘어가는지, 그 과정에서 우리가 받을 영향은 무엇이고,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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