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 모두가 같은 의미로 이해하는 표준화된 소통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횡단보도를 할 때 손을 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운전자와 눈을 마주치는 행동이다. 내가 손을 들면 다가오는 차가 멈출 거야 하는 일방적인 믿음보다 보행자는 자신이 길을 건널 것이라는 보행 의지를 전달하고 운전자는 그 의지를 인지했다는 신뢰의 신호를 그 짧은 시간에 주고받는 것이다.
운전자가 아닌 인공지능이 주행하는 자율 주행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길 위의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차 안의 운전자뿐 아니라 차 밖의 보행자와 다른 차량들과도 소통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운전자들이 회전할 때 방향 지시등을 작동하고, 갑작스러운 급 정거에는 비상점멸 표시등을 켜고 전조등을 점멸해서 신호를 보내는 행동들을 자율 주행 자동차도 똑같이 해 낸다.
소리로 전달하는 방법도 있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은 저속 구간에 엔진을 대신하는 구동모터가 작동하는 무소음 구간이 있다. 보행자로서는 차량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차량 외 스피커에서 엔진 소음을 인위적으로 발생시켜 차량의 존재를 알리는 가상엔진 사운드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다. 이런 차량 외 스피커로 구글 웨이모는 "Coming Through(지나갑니다.)"라는 메시지를 보행자에게 전달하는 특허를 출원했다.
별도의 LED나 헤드램프를 이용해서 자동차 현재 자율주행 중임을 알리는 다양한 신호들도 시도되고 있지만 안전에 도움이 되는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 아직 자율 주행 자동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오히려 너무 두려워하기도 하고, 지나가도 좋다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신호를 맹신해서 다른 차들은 의식하지 않은 채 길을 건너는 행동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오류를 막기 위해서 자율 주행 시대에 보행자와의 소통을 위한 신호를 표준화하려는 움직임이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약속이 필요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