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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Feb 04. 2024

롯데 자이언츠에 김태형 감독이 와야 했던 이유

프로스포츠팀은 가족이 아니라 팀이어야 한다.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을 읽다가 한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서로에게 개선할 점은 거침없이 피드백하고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인원은 적절히 보상해서 내보면서 인재의 밀도를 높이는 넷플릭스는 그래서 회사가 가족 같은 분위기가 되는 것을 경계했다. 가족은 '성과'와는 관계없이 함께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가족은 그렇다. 일이 서툴러도, 도움이 되지 않아도 함께 해야 한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함부로 해고할 수도 없다. 그러는 사이에 조직 자체의 기준은 낮아지고 성에 차지 않는 핵심 인재들은 떠나기 마련이다. 경쟁에서 밀린 조직은 아무리 가족 같은 분위기여도 시장에서 생존하기 쉽지 않다. 



'규칙 없음'에서는 높은 인재 밀도의 예로 프로 스포츠팀을 들었다. 프로팀의 선수들은 뛰어난 기량이 요구되고 매니저는 필요한 자리에 모두 최고의 인재들로 채워야 한다. 계속 이기는 팀이 되도록 훈련을 받고,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 경기에 대해 지속적으로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열심히 하는 것 만으로는 안된다. 그래서 제일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결과가 시원치 않으면 매니저는 최대한 예의를 갖춰 그동안 고마웠다고 이야기하면서 그를 내 보내고 다른 선수로 교체해야 한다. 그래야 우승할 수 있다.



92년 우승 이후로 31년을 무관에 그친 롯데에는 "우리가 남이가?"로 대변되는 부산 경상도 특유의 가족적인 문화가 있었다. 선후배 사이에 깍듯이 대하고 선배는 후배를 챙기고 못해도 위로해 주고 함께 가는 분위기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롯데 감독들은 그런 분위기를 통해 하나 되는 팀을 강조하는 덕장들이 채웠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다. 


가족은 소속감과 위로 그리고 헌신으로 서로를 돕는 집단을 의미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 엔트리는 25명으로 정해져 있고, 라인업에는 9명만 자리 잡는다. 선배라서, 원래 주전이라서, 연봉을 많이 받아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그 이름값도 역시 승리를 담보하지 않는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오로지 실력, 최선 그리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용병술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에게 필요한 건 가족 같은 동료를 향한 눈을 승리와 우승이라는 공통의 목표로 돌릴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선임이라도 기준에 못 맞추면 과감히 빼버리고 신인이라도 필요하면 과감히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선택에 토를 달 수 없을 만한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이번에 새로 부임한 김태형 감독이 설렁설렁 걷는 김재호를 불러서 혼내던 때가 기억난다. 두산 감독으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에 그는 이렇게 대놓고 모두에게 공개된 카메라 앞에서의 액션을 통해서 자기가 원하는 바를 팀원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리고 매 경기 다른 라인업으로 긴장감을 주며, 화수분 두산을 이끌어 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3hU1MaBCO0


과연 김태형 감독이 독이 든 성배인 롯데 자이언츠 감독에서 살아남아서 약속한 대로 3년 내 우승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괌으로 스프링 캠프를 떠나는 자리에서 주장이자 최고참인 전준우는 지나가는 말로 "다들 알아서 기더라"라고 하는 걸 보면 일단 시작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족같이 응원하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진짜 "프로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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