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 GPT는 과연 특이점인가?
인공지능 학습에 적합한 반도체 설계를 하는 후배가 어제 문득 페이스북에 페친 찬스라며 질문을 올렸습니다.
CHAT GPT는 과연 특이점인가요?
전문가 비전문가를 떠나 사람들은 CHAT GPT라는 기능이 보편화되면서 정말 우리의 삶이 바뀔 것이라는 질문이었다. 간단히 대답할 수도 있지만 늘 고민을 하던 영역이라 조금 시간을 내서 답글을 달았습니다. 그 내용을 조금 살을 붙여서 공유해 봅니다.
글쎄요. CHAT GPT 4.0을 보안 문제로 회사가 막아 두는 바람에 업무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서 정확히 얼마나 파워풀 한 건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느낀 대로 써보겠습니다. 확실히 수많은 데이터들을 빠르게 정리하고 요약하는 작업에는 유용한 듯합니다. 다만 최신 데이터는 시간 텀이 있고 진위 여부를 확신할 수 없어 기고나 글을 쓰는 데는 활용하기가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다른 방향으로 글에 들어가는 이미지를 제공하는 사이트에서 생성형 AI가 아예 원본을 기반으로 원하는 방향의 사진 형태를 새로 만들어서 제안해 주는 걸 보고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아. 이제 사진을 찍으려고 찰나를 기다리는 것보다 원하는 그림을 상상해 내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오겠구나.라고 말이죠.
결국 AI라는 것이 기존 사람을 대체하려면 사람보다 더 빠르게 더 잘해야 하는데, 멀티 태스킹을 할 수 있는 것, 방대한 자료를 빠르게 정리해 내는 것은 사람보다 잘하는 게 확실합니다.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소리 나는 사람 위주로 동영상을 편집하고 하는 건 사람보다 빠르고 카메라 이미지 학습해서 사람이냐 차냐 구분하고 하는 건 학습해서 이제 사람만큼 하는 거겠죠.
바둑같이 룰이 정해져 있는 판에서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해서 최적점을 찾아가는 건 AI가 빠르지만 결국 룰과 조건은 사람이 지정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복잡한 현실 세계의 의사결정권은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CHAT GPT로 대변되는 생성형 AI가 그래서 나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건지 생각해 보면, 어떤 부분에서는 사람이 하던 일을 더 빠르고 잘해주니까 많은 직업군에서 사람을 대체할 것 같습니다. 제 변리사 친구도 조만간 자기 밑에 변리사들 정리하고 혼자 GPT로 사업할 궁리를 하더군요.
그러나 이렇게 어떤 일들을 기계가 대체해 주고 사람의 일을 일정 부분 기계가 가져가는 과정들은 공장 자동화나 키오스크 같이 인류사에 계속 있어 왔었습니다. 그래서 큰 특이점이라기보다는 이전보다 자기 자리를 위협받는 직업군이 더 상향되었다 정도로 여겨져 집니다. 물론 이번 위협에 직접 노출되는 의사 / 법률가 같은 전문가 분야들이 사회에서도 힘이 있는 지위에 있으니, 지금 의대생 정원을 늘리는 것에 반대하는 것처럼 AI가 자기 밥그릇을 가져가게 그냥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겁니다. 거세게 항의하면 경제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다른 영역에 비해 변혁되는 속도는 느려지겠죠. 그래도 대세를 피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저는 큰 관점에서 인공지능이 진짜 큰 변곡점이 되려면, 지금처럼 사람이 만든 자료로 사람이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단계가 돼야 되지 않을까요? 마치 이세돌 프로님과 대국했던 알파고 1세대는 인간의 기보를 학습했었고, 2세대는 바둑의 룰 안에서 자기들끼리 대국해서 데이터를 쌓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지만 그다음 세대의 알파고는 아예 바둑의 룰이 없는 상태에서 서로 만들어가며 학습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둑이라는 틀과 규치과 목적이 명확한 곳에서도 인공지능이 내놓을 아웃풋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겠죠. 그때가 되면 판을 우리가 만들지 인공지능이 만들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지금의 CHAT GPT로 대변되는 생성형 AI는 아직 알파고로 치면 사람의 기보를 보고 학습하는 1세대 알파고 같아 아직은 특이점이라 여겨져 지는 않습니다. 유용한 기능임은 분명하지만 아직 사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남아 있고, 사람의 손을 타야 작동하는 영역이 있으니까요.
여러분들 의견은 어떠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