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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an 06. 2024

대한민국은 다 같은 편 아닙니까?

이재명 피습 사건을 보면서...

2024년 새해가 밝았다. 그리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 메시지가 나왔다. 어느 때와 비슷하게 적대적이었지만, 큰 변화가 있었다. 남한을 통일해야 하는 동포가 아니라 교전 중인 적대 국가로 본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어제 연평도로 200발의 위협사격을 가했고, 우리는 400발로 대응 사격했다. 압도적인 군사 우위로 가져오겠다는 평화는 어디로 갔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모두의 소원이 되지 않은지는 사실 좀 오래됐다. 나 살기가 힘들고 내 앞가름 하기도 바쁜 사람들에게 통일은 비용이 많이 드는 번거로운 일이다. 아니, 번거롭다기보다는 나한테 올 혜택을 나눠 가져야 하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이벤트다. 김정은이 뭐라 하든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북한은 이미 남이다. 


어디 남이 나라 밖에만 있는가. 양당 정치에서 정부와 의회를 서로 나눠 먹고 있는 국민의 힘과 민주당도 서로 남이다. 각자 서로를 더 거세게 비난하면 지지하는 세력의 열렬한 호응을 받는다. 표현은 더 거칠어지고, 지면 밀린다는 각오로 대열을 짜서 탄핵과 거부권이 오고 간다. 국회를 가득 채운 그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대는 그저 무찔러야 하는 적일 뿐이다. 그런 적개심이 쌓이고 쌓여 결국 이재명 대표의 피습으로 이어졌다. 그 사건에 대해 다루던 한 라디오 프로에 참석한 패널 중 한 분이 이야기하신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을 저는 두 가지로 봅니다. 하나는 상대를 적으로 본다는 거예요. 상대를 비난해야 지지를 받으니까 그리고 그걸 받아서 재생산하는 언론, 유튜버들로 생각이 점점 더 극단적인 방향으로 쏠리게 됩니다. 지금이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 병문안이라도 가서 서로 협치를 다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못하고 있어요. 왜? 지지자들에게 비난받을 까봐 말이죠. 


그리고 더 심각한 건 정치인의 도덕 윤리 의식이 낮아지게 있다는 점입니다. 다들 부끄러운 것이 없어요. 자기 가족이든 밑에 있던 사람이던 잘못한 것이 있으면 책임을 지고 사과하고 반성해야 하는 건 아닙니까? 언제부턴지 모르겠지만 도덕적이지 않은 일들도 그냥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된다고 서로 버티고 있어요. 법은 지켜야 하는 최소한인데 말입니다. 



서울의 봄에서 하나회를 이끄는 전두광에게 이태신은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 육군은 다 같은 편입니다." 야당도 여당도 사실 대한민국을 잘 되게 하려고 만들어진 조직이고 원래 다 같은 편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양당 체제에서는 내가 지면 상대가 이기기 때문에 상대를 비난하고 의혹을 제시하고 수사하거나 특검을 열어 무너뜨려야 들어오는 네거티브 정치를 벗어날 수가 없다.  


더군다나 스스로의 법적인 이슈들로 재판에 넘겨져 정상적인 정치를 할 수 없는 이재명 대표와 스스로의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사정의 칼을 휘두르는 윤석열 정부 모두, 정치에 무너진 윤리를 되돌리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들이 법의 경계에서 선 서로를 비난하는 사이에 정치인들의 도덕적 기준이 위법이냐 아니냐로 낙후되어 버렸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스무 살 이후 수십 년간 지켜왔던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상대를 적으로 대하지 않고 진짜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제3의 당에 (비록 죽은 死표가 되더라도) 힘을 보태 주기로 했다. 아직 그곳이 이준석의 개혁 신당이 될지, 제3 지대의 새로운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양 끝에서 점점 스스로를 소외하고 있는 두 거대 양당에게 경고만이라도 보낼 수 있다면 의미 있는 한 표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그만큼 나는 우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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