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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Nov 20. 2020

테슬라는 고질적인 마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IT업체가 대형 제조업으로 업종 변환하면 겪게 되는 당연한 성장통

[카QA센터-19] 테슬라가 과연 마감 품질 면에서 기존 자동차 회사를 쫓아 올 수 있을까?


저는 엔진 개발을 주로 하다가 이번에 중국에 가서 처음 차량 쪽 일을 같이 주관했습니다. 자동차 회사에서 엔진 쪽과 차량 쪽은 서로를 조금 깔보는 경향이 있는데 저도 그런 선입견이 조금 있었죠. 그리고 첫 차 만들어 지는 과정에서 무수히 튀어 나오는 마감 품질 문제를 접하고 그런 생각을 싹 접게 됩니다.



여기저기가 문제였습니다. 르노에서 만든 디자인을 닛산 구매 라인을 통해 중국 업체에서 납품 받아 동펑 공장에서 처음 생산해 보는데 처음부터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10cm 정도 되는 틈의 간격이 0.5mm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한쪽에서 2.5mm 정도가 나오면 철판을 프레스해서 만든 바디 프레임부터 사출로 뽑아서 만든 플라스틱 파트, 창문에 들어가는 유리, 조립하는 순서는 어떻게 해야 하고 힘을 얼마나 주어야 하는지 까지 모든 절차를 다시 재 검토 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부산 공장에서 이런 분석만 20년을 넘게 하신 베테랑 품질 관리 차장님께서 지원으로 장기 출장 오셔서 4~5개월을 계속 지내시면서 함께 하나 하나씩 개선해 나갔습니다. 종이접기를 해도 조금만 삐뚤어 지면 서로 어긋나기 쉬운데 1미터 가까이 되는 서로 다른 재질의 부품을 맞추어서 균일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이 목표를 위해서 자동차 회사에서는


각 파트별로 3D 도면을 만들고 ➡️ 다 모아서 가상 조립해서 Digital Mock up을 구성해서 실제 조립한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확인하고➡️ 디자인 목업 차량을 만들어서 Dimension을 관리하는 지점을 정하고➡️ 파트들이 납품되기 전에 치수를 재는 지그를 만들어 업체 품질을 관리하고➡️ 운반하는 포장재를 연구하고 창고에 보관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 조립 순서를 정하고 볼트나 너트의 조임 강도를 확인하고➡️ 실제 조립된 차에서 나온 결과를 분석해서 개선할 부분을 찾고 ➡️ 그런 개선점을 도면에 반영해서 설계를 최적화 하고➡️ 검증된 부품의 편차가 없도록 업체의 프로세스를 관리하고➡️ 조립도 일정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공장 내 작업을 최적화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품질에 대한 모든 과정이 안정화되어야만 달성할 수 있는 것이 마감 품질입니다. 저도 20년 그 일을 해 오신 베테랑과 같이 있어서 따라 가는 것이 가능했지만 처음 차량을 만들어 보는, 그것도 IT 스타트업과 같이 운영되는 테슬라 같은 회사에서 처음부터 이 모든 과정을 잘 해내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더군다나 기존 차량들 보다 유선형에 파트당 길이도 긴 편이라 외관상 마감 품질 맞추기는 더 어려웠을 거라고 예상됩니다.



그러나 시간이 약이죠. 차를 만들고 맞춰 보고 분석하고 고쳐 가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점점 나아 집니다. 납품 업체도 익숙해지고 공장도 한 1000대 정도 만들다 보면 요령이 생기고 안정화가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모델3에 대해서는 이런 마감 관련 이슈가 많이 줄었습니다. 여전히 내장재는 가격 대비 저렴한 경우도 많고 초기 품질은 떨어지지만 빠르게 안정화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테슬라보고 다른 자동차 회사에 비해 마감 품질이 많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워낙 팽창하는 회사이고 완벽한 차량보다 누구보다 이른 시장 출시를 목표로 하는 회사이니 새로운 시장에 새로운 공장에서 조립하는 새로운 모델의 초창기 버전은 조금 피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직접 만들어 보니 시간과 노력이 좀 많이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제조업도 숙성이 필요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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