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쿠라 아키나리의 "여섯 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
도서관에 가면 책을 반납하는 기기 옆에 다른 사람이 읽고 반납한 책들이 모여 있다. 늘 읽는 종류에 책에만 눈이 가는 나는 그 반납 선반에 놓여 있는 책들을 훑어 보는 걸 좋아한다. 나와는 다른 취향에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는 늘 흥미롭다. 일본의 신예 작가 아사쿠라 아키나리의 "여섯 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도 그렇게 내 손에 들어왔다.
이야기는 하타가라는 취준생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네이버 쯤되는 회사에 최종 면접을 앞두고 6명의 합격자들이 모였다. 회사는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 최종 토론을 하라고 하고 한 달 동안 준비할 시간을 준다. 모두 다 합격할 수도 있다는 공언에 다들 의기 투합해서 열심히 준비하면서 동료애를 다지지만, 정작 토론 하루 전날에 사정상 1명만 뽑게 되었다는 통보를 받는다. 토론의 주제도 누가 합격이 되어야 할지 스스로 정해 달라고 한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이 된 셈이다.
더 극적인 상황은 토론에서 벌어진다. 아무것도 없던 회의실에 서류 봉투가 하나 나타나고 그 안에는 참가자들의 어두운 과거를 폭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어제까지는 둘도 없는 동료였지만 지금은 경쟁자인 6명의 참가자는 서로의 비밀을 듣고 실망하고 분노하고 의심하고 좌절한다. 2시간 30분의 토론 시간 동안 30분마다 투표로 합격자를 정하자는 룰에 따라 A(스포는 하고 싶지 않다)는 합격하지만 서로에게 깊은 상처와 의심만을 남긴 채 이벤트는 끝이 나게 된다.
이야기는 2011년에 있었던 취업 과정과 8년이 지난 2019년에 최동 합격한 A가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은 찾아다니며 다시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계속 교차된다. 어두운 과거는 감추고 밝은 면은 부풀리는 거짓말이 난무하는 취업이라는 관문을 보내고 8년의 세월 동안 참가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여전하지만 또 조금 변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누가 봉투를 만들고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하나씩 밝혀지지만 계속 모호하다. 한 때 잘못한 일은 낙인이 되어 양심의 가책이 되고, 또 짐이 되어 현재를 짓누르고 있다.
진실로 가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깨닫는다. 경쟁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지금의 우리는 늘 가면을 쓰고 살고 있다. 그래서 서로를 믿지 못하고 때론 외롭다. 한 때의 실수나 어두운 과거는 더욱 움츠리게 한다. 그러나 거짓으로 포장해서 감춘 무언가가 있다고 그 사람의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다. 비록 1명만 살아남는 서바이벌이고 관문을 통과한 사람은 하나뿐이지만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다른 문을 향해 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나의 몫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추리소설이라면 의당 있을 것 같은 피를 부르는 험한 꼴 하나 나오지 않지만, 책을 잡고 하루 밤에 냉큼 다 읽어 버릴 정도로 전개도 빠르고 공감도 많이 됐다. 적절한 반전도 참 반가웠다. 오늘도 대입과 취업이라는 좁은 문을 향해 동지보다 경쟁자를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한 번의 잘못의 무게로 스스로를 짓누르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참 따뜻한 추리 소설을 오랜만에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