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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Nov 18. 2024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기 위한 길을 찾아서

세스 고딘의 '린치 핀'을 읽고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서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벌였던 이세돌 기사님의 강연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다섯 살부터 바둑을 배우고 열두 살에 프로기사가 된 이세돌 기사님은 바둑을 게임도 스포츠도 아닌 예술로 생각했다. 그래서 승부보다는 판 위에서 돌로 만드는 작품을 함께 만든다는 마음으로 프로 기사 생활을 계속해 오셨다.


그러나, 알파고와의 승부는 그 모든 것을 바꾸게 된다. 한번 승리하기는 했지만, 반복된 학습으로 강화된 인공지능이 승리를 위한 정답을 찾는 법을 강제하면서 바둑도 변했다고 한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에서 필승 빌드가 정해져 있는 것처럼 바둑도 정답을 찾는 과정이 되어 버렸다. 50수까지는 AI가 추천하는 모범적인 수가 정해져 있고 다들 그렇게 승부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세돌 기사님은 프로기사를 은퇴했다.


프로 기사조차도 대체할 만큼 인공지능의 발전은 위협적이다. 안 그래도 취직은 힘든데 치솟는 물가를 연봉은 따라잡지도 못하고 결혼도 집도 자식도 포기해야 하는 세대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회사는 싸게 사람을 구할 수 있게 하려고 누가 와도 자기가 맡은 일을 하면 진행되는 시스템을 만든다. 그런 과정에서 직장인이란 그저 하나의 부속품으로 낮은 처우를 받을 수밖에 없다.

바퀴와 바퀴를 연결하는 린치 핀 - 작지만 없으면 차가 굴러가지 않는다.

세스 고딘의 '린치 핀'은 이렇게 쉽게 대체 가능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길에 대해 이야기한다. 원래 린치핀은 마차나 자동차의 두 바퀴를 연결하는 쇠막대기를 고정하는 핀이다. 이 책에서 린치 핀은 열심히 구르는 부품들 사이를 이어 주는 핵심이자 구심점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꼭 필요한 존재를 상징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그렇게 하라고 배우는 많은 것들은 사실 산업에 쓰일 역군이 되기 위한 미덕 들이다. 맡은 일을 해라. 시간 맞추어 출근해라. 열심히 일해라. 상사의 말을 들어라. 참아라.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라. 그러면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변화의 기회를 누리려면 우리는 재능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런 존재가 되는 길은 쉽지 않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다른 자기 개발서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다. 개인의 능력을 키워서 가치를 높이는 것보다, 관대해지고, 관계를 맺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라고 이야기한다. 맡은 일도 잘해야 하지만, 남들이 우왕좌왕할 때 팔을 걷고 직접 그 속에 뛰어들어 원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문제를 해결할 때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감정 노동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대가를 바라지 말고 선물 같이 서비스를 제공하면 의미가 있는 관계로 발전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문득 지난 20년의 직장 생활이 떠올랐다. 내가 풀었던 문제들, 사람들 사이에서 힘들었던 시간들. 팀장이 되어서 출장 간 사이에 일어난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던 되던 후배에게 들었던 든든함. 회사라는 조직은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돌아가지만 정작 성과는 누가 그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잘해 주었는지에 달려 있다는 걸 여러 번 느꼈었다. 그 소중했던 '린치핀'들이 빠졌을 때 얼마나 힘들었었는지도 기억이 났다.



그래서 세스 고딘의 말이 위로가 되었다. 다들 자기 맡은 일만 하고 중간에서 나만 고생하는 듯해서 힘들고 속상했던 나날들이 사실은 나를 다른 차원으로 이끌어 주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퇴직하고 공부해서 사람들과 나누는 일을 하는 업을 택한 나에게 제대로 가고 있다고 응원해 주는 것처럼 들렸다.


브런치 작가 소개에 나는 "새로운 변화의 파도를 타고 먼저 공부하고 고민해서 사람들과 나누는 기획자"라고 브랜딩 했다. 작가가 들려준 "나는 사람들에게 축복을 주는 활동을 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한 뉴욕의 한 카페 점원의 이야기는 나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모든 것이 돈으로 보상되고 가치가 매겨지는 시대에서 대가 없이 선물처럼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더 새로운 기회를 불러 들일 수 있는지 조금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마음에 흔들릴 때마다 곁에 두고 한 번씩 되새기고 싶다.



출판사에서 제공해 주신 책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좋은 책을 미리 만나게 해 주신 관계자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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