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를 넘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열겠다는 명확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테슬라의 WE, ROBOT - 정확한 타깃이 없는 기술은 설득력이 없다.
테슬라가 약속했던 10월 10일에 로보택시를 공개했다. WE, ROBOT이라는 부제 하에 이전의 TECH DAY처럼 구체적인 기술을 설명하는 모습은 없었지만, 사이버캡, 로보밴, 로보택시, 옵티머스 등이 총 출동했다. 현장에 참여한 사람들이 직접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50여 대의 차량 모두에는 FSD를 통해 강화 학습한 로봇이 들어가 있다. 테슬라가 얼마나 로봇에 진심인지는 확실히 알 수 있는 자리였다.
적어도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사람들이 기대한 바가 꽤 충족된 것처럼 보였다. 사이버캡은 2인승으로 정말 핸들과 액셀이 없는 데모 디자인처럼 나왔다. 사이버트럭을 연상시키는 재질에 돌출된 백미러도 없이 버터플라이형 문이 인상적이었다. 여러 대의 카메라로 동작하고 다른 한편으로 예상되기도 했던 라이다 센서의 적용은 없었다. 테슬라는 여전히 레이다와 카메라만으로도 자율 주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가격은 3만 달러 수준으로 2026년 혹은 27년에 테슬라의 본사가 있는 텍사스와 테슬라가 시작했던 캘리포니아에서 처음 인도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사이버캡 이전에 빠르면 2025년에 모델 3과 모델 Y를 이용한 로보 택시를 먼저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보택시 버전으로 출시되는 모델 3과 모델 Y가 기존의 모델과 하드웨어 적인 측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을지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지만, 기존의 차량에 이미 탑재된 FSD가 업그레이드된다고 하지 않고 따로 출시한다고 밝힌 점을 보면, 아마도 조금 더 안전을 위한 센서나 시스템이 보완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크게 언급이 없었던 자율주행 셔틀인 로보밴의 등장도 놀라웠다. 도쿄 올림픽에서 도요타가 제시했던 e-Pallete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차량의 크기는 성인 20여 명이 탑승할 수 있을 정도로 컸다. 일론 머스크는 사람의 탑승과 화물의 운반이 둘 다 가능하고 승차 인원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이동에 필요한 비용을 더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다. 발표 당일부터 주말까지 8%에 가깝게 테슬라 주가는 폭락했다. 왜 그럴까?
일론 머스크는 등장하면서 현재 우리는 이동이 너무 불편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자율 주행이 현실화되고 나면, 차는 굳이 소유할 필요가 없고, 주차장도 필요 없고, 이동에 필요한 비용이 훨씬 더 저렴해질 것이기 때문에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율 주행이 된다고 해서 길 위를 실질적으로 달리고 있는 차량의 대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내가 차를 쓰고 있지 않는 시간 동안에도 차를 활용할 수는 있지만, 그러려면 그런 공유 시스템을 운영하는 주체가 필요하다.
가장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우버는 일반적인 운전자들이 자기가 보유한 차량으로 이동 중에 방향이 같은 사람과 합승을 하고 이익을 나누는 모빌리티 서비스 공유 시스템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택시 기사처럼 개인 운전자들이 우버라는 시스템을 이용해서 준 영업처럼 운영되고 있다. 이 시스템에 로보 택시가 들어온다고 생각해 보자. 사이버캡을 산 개인은 자기가 운전하지 않아도 스스로 손님을 태우고 운행할 수 있으니 인건비를 제외하면 순수 운영 비용 자체는 ‘1마일에 20센트’라는 일론의 이야기가 맞을 수도 있다. 비용이 적게 드니까 사용 요금을 낮추거나 수익률을 높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플랫폼에서 사고가 났을 때의 책임은 소유주가 져야 한다. 크루즈, 웨이모 등 이미 무인 택시를 제한된 구역에서 지속적으로 운영해 왔던 큰 회사들도 한 번의 사고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아무리 비용이 절감되고, 수익률이 좋더라도 이런 리스크를 안고 운송업을 운영할 개인이나 사기업은 없다. 그렇다고 테슬라가 스스로 차를 만들어서 모빌리티 이동 서비스도 제공하는 회사로 나설 가능성도 희박하다. 설령 나선다고 해도 이미 많은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입증이 되었듯이 규모를 넓힐수록 비용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특성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내기에는 어려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결국 사람들이 로보 택시에서 기대했던 건, 다른 자율 회사들은 오래전부터 시작했지만 제대로 하지 못했던 레벨의 자율 주행 기술의 수준과 이미 그 실력을 입증한 데이터,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로부터 로보 택시를 운영하는데 대한 제대로 된 공인 인증 계획이었다. 이를 통해서 저렴한 운영 비용의 이점을 확신을 가지고 활용할 수 있는 자신감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는 데모로 작은 스튜디오를 돌아다니는 프로토 차만 등장했을 뿐, 테슬라가 얼마나 완전 자율 주행에 도달했으며, 어떻게 이를 입증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가 아주 희망적이라며 밝힌 2026년 출시도 신차의 양산 계획 만으로도 사실 부족하다. 자율 주행 성능을 입증하고 이를 공인받는 일은 더 먼 미래의 일이다.
차라리, 로봇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운 만큼 옵티머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일론은 옵티머스가 사람들 옆에서 도우며 공존할 것이라고, 모두 소유하기엔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지만, 2-3만 불대의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이야기했다. 어쩌면 테슬라의 제품군 중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이 로봇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런 비전을 이야기하려면 이제는 이미 발표했던 옵티머스의 성능 향상과 함께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 가령 가정부나 군인, 생산직, 위험 작업 대체 인력 등으로의 특화된 기능에 대한 실현 계획이 있어야 했다. 행사 내내 옵티머스는 눈에 띄었지만,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이고, 대화(혹은 하는 척)하는 들러리처럼 보였다.
현재의 자율 주행 시장의 가능성을 열어 준 일등 공신이 테슬라라는 것은 어김없는 사실이다. 이미 수백만대가 팔린 테슬라의 모델들은 이전 자동차 회사들과는 분명 다른 자율 주행의 경험을 하게 해 줬다. 그리고 그 기술 수준은 무수히 쌓이고 있는 데이터의 양과 더불어 빠른 속도로 발전해 가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로보 택시의 공개 행사는 여러 가지로 아쉽다. 발전하는 기술도, 그리고 그걸 적용한 새로운 제품도 정확한 타깃 고객 층과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면 그저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제라도 테슬라가 로보택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만으로 만족하기에는 우리가 일등 공신에게 기대하는 바가 좀 컸었나 보다.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바인에 WE ROBOT 행사 직후에 기고한 글입니다. 브런치에는 조금 늦게 공유합니다.
그동안에 머스크가 지지한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고, 옵티머스 휴머노이드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네요. 테슬라가 자동차 회사보다 더 넓은 영역을 바라보고 있음은 더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테슬라 주가는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