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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Dec 12. 2024

IT기업의 OEM보다 플랫폼 제공자가 될 수 있다.

자동차 회사들의 존재의 가치를 오히려 넓힐 수 있다. 

요즘 자동차는 확실히 예전과는 다르다.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Connectivity를 통한 서비스도 늘어나게 되면서 실시간 교통 정보가 반영된 내비게이션은 기본이 되었다.. 대부분의 자동차에서 스마트폰과 연동해서 구글 플레이나 애플 플레이 같은 기능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고, 차 안에서 멀티미디어를 보는 것도 당연해졌다. 더 나아가 자율 주행 기능도 더해지면서 자동차 개발에 있어서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가 이동하는 수단에서 스마트폰처럼 데이터가 오고 가는 DATA Device로 진화 중인 셈이다.


미래 자동차의 조건 C.A.S.E - 다 SW를 기반으로 한다.


미래 자동차의 조건이라고 부르는 C.A.S.E (Connectivity – Autonomous – Shared – Electric)에 더 가까워질수록 자동차 회사와 IT 회사의 경계는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다. 누가 더 성능 좋고 배기가스 제어 잘하는 엔진을 만드냐로 승부가 나던 시대는 저물었다. 이제는 누가 더 사용하기 편하고 다양한 기능이 포함되어 있고, 최신 IT 기술이 적용되어 있는지가 마케팅 요소가 되고 있다. 테슬라는 FSD 프로그램으로 추가 재료비 없이 한 대당 10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얻는다. 올 4월부터는 중국에서도 FSD 사용을 활성화하면서 부가 수익의 길을 열었다. 


테크 빅 5의 수익 구조 - 실제 본업보다 데이터를 이용한 수익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


미국 시장에서 소위 IT빅 5라고 불리는 Apple, META (Facebook), Google, Amazon, MicroSoft 모두 자신의 본업보다는 파생되어 나오는 다양한 Data 산업에서 얻는 수익이 더 크다. Apple은 앱스토어와 콘텐츠로 수익을 벌고, META는 SNS에서 나오는 취향을 활용한 광고로 돈을 번다. Amazon과 Google도 전자 상거래와 검색보다 다른 사업들에서 더 큰 수익을 낸다. 이런 데이터의 가치는 향유하는 개체수가 많을수록 시장을 독점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가진다. 거기에 재료비가 더 늘지 않으니 시스템만 갖추고 나면 수익률도 제조업보다 훨씬 높다. 시장에서 잘 나가는 회사도 10%의 수익을 내기 어려운 제조업 입장에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다. 


현대차에서 SDV 전략 - 차를 매개로 다양한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서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SDV (Software Defined Vehicle)를 미래 전략의 중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2024 CES에서 현대차는 SDV 중심의 회사로 전환을 선포하기도 했다. 각각의 부품을 구동하는 시스템을 스마트폰처럼 하나로 통합해서 관리하도록 하는 플랫폼 개발을 천명했다. 특히 자율 주행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길 위에서 수집하는 다양한 데이터들을 활용해서 안전 기능을 강화하고 운전자와 소통하는 다양한 기능들도 함께 개발 중이라고 한다. TAAS 본부를 남양이 아닌 판교에 세우고 성과를 내기를 독려하고 있지만 실상은 쉽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업의 본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획까지 포함하면 최소 3~4년은 걸리고 실제 공장에서 양산하고 품질을 안정화하는 데도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자동차 제조업은 돌다리도 두드려 가면서 한 발 한 발 나간다. 새로운 시도보다 검증된 프로세스에 더 비중을 두고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전에 안전에 대해 확신이 없으면 상품을 출시할 수 없다. 그러나, 오늘도 새로운 기능이 출시되고 시장 상황과 선호하는 기능이 계속해서 바뀌는 IT업계는 주기가 훨씬 짧다. 다 검증하고 늦게 출시하면 구식이 되어 뒤쳐지기 십상이다. 일단 내놓고 버그 잡고 그렇게 시장과 함께 호흡하는 방식이 제조업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자체적인 진화는 계속 진행하면서도 IT기업과의 합종연횡은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는 지역별로 파트너를 달리하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우버의 사업모델에 적합한 모델을 생산해 주기를 요청하고 있다. 자율 주행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구글의 후원을 받고 가장 오랫동안 자율 주행 연구를 진행해 온 Waymo도 특정 지역에서 주행하는 자율 주행 택시 서비스에 투입될 차량 개발을 공동으로 개발해 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현대차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지역을 제한하지 않고, 주력 전기차인 아이오닉 5에 Waymo의 SW를 적용해서 Waymo 브랜드인 WAYMO ONE이라는 차량 공급을 추진하는 계약을 맺었다. 


현대차가 맞춤 차량을 공급하기로 계약한 WAYMO ONE 서비스


얼핏 보면 현대차가 Waymo의 OEM이 되는 셈이다. 규모도 더 작은 IT기업의 의뢰를 받아서 차를 만들어 주는 행위 자체가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IT 기업의 브랜드를 달더라도 실제 도로 위를 움직이는 제품 자체를 만드는 건 자동차 회사의 일이다. 그리고 자동차 회사가 IT 기업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듯이 IT 기업이 자동차 회사의 공급망 및 생산 공정 관리를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투자하고 관리해야 하는 범위의 차원 자체가 다르다. 


가장 쉬운 예가 올 초에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한 샤오미다. 브랜드는 샤오미지만 생산 자체는 북경자동차가 맡고 있다. 샤오미의 지분도 10%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북경 자동차와 배터리 회사인 CATL이 나누어 가지고 있다. 단순하게 보면 샤오미가 더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공장을 유지하고 물량을 확보하고 지분에 따라 수익을 챙겨가는 북경 자동차가 더 큰 이득이다. 샤오미가 적용한 SW들을 북경 자동차 다른 차량에 확대 적용하는 이점은 덤이다. 

XIAOMI에서 출시한 전기차를 만드는 연합에서 XIAOMI의 지분은 5 % 밖에 되지 않는다. 


Waymo ONE도 샤오미처럼 현대차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 다양한 SW 기업들에게 자유롭게 적용할 플랫폼과 기술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하면 다른 기업과의 협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물론 그동안 꽤 무게 중심을 두었던 현대차 자체의 SDV 개발팀들에게는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단지 자사의 기존 차량이 아니라, 위탁 생산한 세계 수준의 SW 기업들의 레벨에 견주어도 경쟁력 있을 만큼의 기술력이 요구될 것이다.


올해 들어 국제 정세가 불안정하고 무역 장벽은 더 높아지고, 높아진 금리로 글로벌 경기 침체 위기가 고조되면서 대부분의 회사들의 2024년 3분기 매출 실적은 작년 대비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누구 이름을 달고 파는 것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위탁 생산이라고 폄하하기보다 새로운 기술을 담을 플랫폼을 제공한다고 관점을 전환하는 유연한 전략을 기대해 본다. 



자동차 전문 뉴스 매체 아우토바인에 기고한 내용을 조금 늦게 공유합니다. 시절이 하 수상하지만 우리는 또 일상을 가야 하겠죠? https://autow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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