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선과 따뜻한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지키고 싶습니다.
제가 브런치를 시작한 건 코로나로 중국 파견에서 돌아와서부터였습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복귀하게 되면서 급하게 진행할 일이 없어지면서 조금 시간이 남은 저는 회사에서 발령이 나기 전까지 소속이 없는 상태였죠. 재택도 많았지만 함께 하는 일이 많지 않은 상황에 좀 외로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20년 동안 직장 생활하고 또 아이를 기르고 지낸 여러 경험들을 하나씩 이 공간에 꺼내 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적은 글이 벌써 700편을 넘어갑니다. 그동안 많은 작가분들의 응원 덕분에 꾸준히 글을 쌓아 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책도 출간했고, 강연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에 운동하고 커피 한잔에 이 공간을 채우는 일이 저한테는 가장 소중한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브런치에 작은 변화가 생겼죠. 처음에는 후원을 받을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더니, 12월부터는 멤버십이라는 제도가 생겼습니다. 네이버 프리미엄처럼 콘텐츠를 만드는 작가님들에게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에 대해서 저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쓴다는 힘든 작업을 보상 없이 계속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우니까요. 특히 인기가 있는 작가님들이 더 큰 보상이 있는 플랫폼으로 떠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변화가 필요하겠죠.
https://www.youtube.com/shorts/cwfUv53s5qQ
그래도 저는 선뜻 내키지 않네요. 브런치는 저한테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글을 쓰는 자리가 아니라 그저 제 머리와 가슴에 가득 찬 이야기들을 꺼내는 자리니까요. 지금도 글을 챙겨 보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제 글을 보려고 결재를 해야 하는 허들이 생겨서 그 소통이 끊어지는 것이 저는 불편합니다. 단돈 100원이라도 돈으로 환산되는 순간 제 글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쓰는 저도, 읽는 분들도 한번 생각하게 되니까요.
얼마 전 읽었던 린치 핀이라는 책에서 세스 고딘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방법으로 네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1) 관대해지고, 관계를 맺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라. 2) 맡은 일도 잘해야 하지만, 남들이 우왕좌왕할 때 팔을 걷고 직접 뛰어들어 원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라. 3) 문제를 해결할 때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감정 노동을 받아들여라. 4) 대가를 바라지 말고 선물 같이 서비스를 제공하라.
저에게 브런치는 관계를 맺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선물 같은 서비스를 주고받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부족한 수익은 또 다른 공간에서 찾더라도 앞으로도 여기서 새로운 시선과 따뜻한 고민과 평범해서 더 특별한 일상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늘 응원해 주시는 작가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올 한 해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기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