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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판매하는 전통적인 영업망이 위협받고 있다.

수익률에 목메는 자동차 회사에겐 온라인 판매 확대는 정해진 미래다.

by 이정원

2024년 12월은 갑작스러운 계엄 선언으로 어수선했다. 역사를 40여 년 전으로 되돌린 도박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다행히 2시간 35분 만에 계엄 해제가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만약 그대로 계엄이 유지되었다면 우리의 일상과 특히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지난 80년대의 계엄과 비교해 봤을 때 2024년의 계엄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정보의 불균형이 많이 해소되었다는 점이다. 80년 광주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알지도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계엄은 시작부터 국회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는 너무 쉽게 알 수 있었다.


2024120415434337108_1733294624.gif 실시간으로 SNS에서 공유되었던 긴박했던 순간들. 우리는 처음으로 정보가 비독점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시도도 없었지만) 만약 방송국이나 언론을 장악했다 하더라도 1인 미디어로 얼마든지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시대라 유튜브를 통해 전파되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무수하게 비춰보고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 앞에서 군인들도 함부로 행동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IT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가져온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이런 정보의 불균형의 완화는 자동차 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예전 같으면 차에 대해서 잘 모르고, 판매 조건도 상담을 받아야 했는데 요즘은 차량 가격이나 할인 정보도 전체 공지가 되다 보니, 조금만 검색하면 모든 정보를 소비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차를 더 빨리 출고해 준다거나 하는 편의를 봐주던 관행도 시스템이 전산화 자동화되면서 거의 힘들어졌다. 차가 이상이 있으면 예전에는 판매했던 영업 사원에게 따졌지만 지금은 누구나 자동차 회사 자체에 항의하고 신고할 수 있다. 자동차 영업 사원이 개입할 여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영업사원.jpg 자동차 영업사원을 모집하는 90년대 신문 광고. 자동차 전문가들이 필요한 시기였다.


사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영업을 위한 대리점과 영업망을 운영하는 것이 다 비용이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요즘은 대부분 영업사원들은 자동차 회사와 계약 관계인 준-자영업자여서 고정급을 받기보다는 자동차 한 대를 팔면 인센티브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이 된다. 자동차 판매 조건도 대부분 공지되어 있다 보니, 유능한 영업 사원이 서비스를 많이 챙겨 준다면, 이는 그가 자신이 받을 수수료 중 일부를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해서 판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럼, 애초에 영업 사원이 없다면 운영 자금과 수수료를 포함한 비용을 자동차 회사와 소비자가 나누어 가지며 이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성향은 코로나 이후 비대면 접촉으로 온라인 판매가 늘어난 성향과도 맞물린다. 웬만한 물건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배달이 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더군다나 새로 시장에 유입되는 젊은 세대들은 직접적으로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나서 서로 귀찮은 과정을 겪기를 기피한다. 보험 판매의 비중이나 은행 같은 금융 서비스도 대면 서비스보다 온라인 디렉트 판매가 급증하는 것도 이런 새로운 세대들의 특징을 보여 준다.

Amazon Showroom.jpg 현대차가 작년 말부터 시작한 아마존에서의 온라인 판매 - 딜러를 없애고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아마존을 통해 온라인으로 판매를 시작한 것은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시도다. 온라인으로 못 구할 것이 없는 시대에 자동차도 온라인으로 살 수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과정이다. 특히 영업 사원들에게 돌아가는 판매 수수료나 영업 사업소 유지비와 같은 비용을 절감한 만큼 가격 할인을 받을 수 있으면 오프라인보다 더 많은 소비자들이 간단하게 차를 구매하는 방식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품질이 상향 평준화된 것도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게 한 이유 중 하나다.


이런 식으로 자동차 판매가 온라인으로 유통되면 영업망도 변화가 필요하다. 지역별로 거점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전시된 차를 보고 시승이 가능한 큰 쇼룸에 힘이 많이 실릴 것이다. 백화점에서 옷을 입어 보고 온라인으로 할인받아 주문하듯이 쇼룸에 가서 보거나 온라인으로 시승 신청을 한 후에 실제 구매는 본사에 직접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특히 딜러샵을 기반으로 차를 딜러에 1차로 팔고, 딜러가 소비자들에게 2차로 판매하는 미국도 점점 더 자동차 회사 직영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단계가 줄어들고 가운데서 이익을 보는 사람이 줄어들수록 차를 파는 자동차 회사나 차를 사는 소비자들 모두에게 이득인 상황이다.


이런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고 촘촘한 내수 영업망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아닌 상황은 신규로 시장에 들어오려는 수입차들에게는 기회다. 최근 국내에서도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가 영업소 없이 온라인 판매로 운영되고 있고, 내년부터는 ZEEKR, BYD 같은 중국 회사들도 자동차 매장을 최소화하면서 온라인으로 판매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대차도 공인 중고차 거래 사이트를 운영하게 되면서 앞으로 자동차 회사의 직영 온라인 판매는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번에 아마존과의 협업처럼 국내에서도 이마트, 쿠팡 같은 온라인 유통 업체와의 협업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BYD 사이트.jpg 한국 진출을 선언한 BYD의 사이트 매장 없이도 얼마든지 판매가 가능하다.


이렇듯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패턴이 바뀌면 새로운 기회는 열리지만 오히려 위기인 곳도 있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면서 직접 나와서 물건 사던 소매 점포들의 매출이 급감하고 그래서 길을 가다 보면 비어 있는 상점을 쉽게 보게 된다. 새로운 온라인 자동차 판매 방식이 보편화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이득이겠지만 기존의 자동차 영업망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생존을 위협받는 현실이다. 고금리로 성장 동력을 잃고 경기 침체를 대비하기 위한 수익률 개선에 한창인 자동차 회사에게 온라인 판매 확대는 정해진 미래다. 이런 변화를 읽고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바인에 작년 12월에 기고한 글을 조금 늦게 공유합니다.

https://autow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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