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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의 화두는 오히려 혁신이다.

다시 미국인들이 미국을 위대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그는 알고 있다.

by 이정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다시 당선되었다. 각종 추문에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추종자들을 부추겨서 의회에 점거하도록 한 여러 가지 범죄 혐의도 당선이 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미국 국민들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의사결정 수단인 투표를 통해서 도덕성보다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기를 선택했다. 대통령뿐 아니라 상/하원까지 공화당에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의사 표시를 확실히 했다. 그들은 변화를 원한다.


MAGA.jpg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원하는 대로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슬로건을 달성하려면 먼저 미국이 이전에는 어떻게 위대했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1-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고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해 왔지만, 사실 미국민들이 그런 미국의 역할을 뿌듯해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오히려 테러의 대상이 되고, 천문학적인 군사 비용을 소모하고 분쟁에 휘말려 미국 군인들의 희생만 늘어났고, 현지에서 극진한 환영을 받은 적도 별로 없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는 비전이 생기기 않는다.


양분되어서 서로를 비난하기 바쁜 사람들에게 비전을 심어 주려면 관심을 더 먼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민들이 자존감이 높았을 것 같은 시기를 보면 아폴로 프로젝트로 인류 최초로 달에 먼저 착륙했을 때가 아닐까? 전 세계인들을 사로잡는 영화나 미디어를 만들어 낼 때, 새로운 IT 기술과 혁신으로 세계를 변화시킬 때도 다른 나라는 하지 못하는 것을 해 내는 멋진 나라라는 자신감과 함께 거기서 파생된 새로운 산업들이 먹거리가 되어 경제성장을 이끌어 왔다.


appolo stamp.jpg 아폴로 11호 달착륙 기념우표 - 나라에 자부심을 가지게 하려면 외부의 성과가 필요하다.


이런 혁신들을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당장은 효용 가치가 보이지 않고 실패를 거듭해도 꾸준히 투자를 해야 하고,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을 풀어내야 한다. 이 두 가지 모두 쉽지 않은 과제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들은 그저 매출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있던 걸 잘하는데 매어 있다. 이렇게 정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전 세계 1등 국가의 수장과 그의 최측근 참모로 틀에 얽매이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가 함께 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당선 이후 트럼프 2기가 보이는 모습은 방향성이 뚜렷했다. 1기 때만 해도 전통적인 정부의 역할을 일단 수행하는 것을 기본에 두고 일부 외교와 몇몇 정책에서 차별성을 두는 등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면, 2기는 확실히 인수위에서부터 트럼프로 대변되는 실용, 미국 우선 주의 등 노선이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서도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국장에 환경 보호에 반대해 온 인물을 지명하고, 전기차에 제공되는 세액 공제를 폐지하고, 연비 규제도 없애겠다고 천명했다. 친환경이라는 대의명분보다 정부의 지출을 줄여 감세할 여유를 만들고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지지자들의 생존을 돕겠다는 의미가 있겠지만, 규제 극복 통해 기술 개발을 해 온 자동차 기술 혁신의 역사에 비추어 보면 미국이 기술적으로 오히려 고립되는 것이 과연 미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스러웠다.


musk trump.jpg 트럼프 옆을 지킨 머스크 - 그의 계획은 어디로 이어질까?


그러나, 이어서 자율 주행 기술에 대한 규제를 풀겠다는 뉴스가 이어지자 상황이 달리 보였다. 사실 미국이 대의명분에 붙잡혀서 틀을 깨지 못하는 사이에 지구 반대편의 경쟁자인 중국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규정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국가를 개조해 간다는 공학적인 마인드로 시진핑을 위시한 중국 공산당은 마치 기업을 경영하는 것처럼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발전에 방해가 된다고 여겨지는 규제도 과감히 풀어서 코로나가 시작된 우한에서는 실도로에서 자율 주행 택시가 달리고 있다. BMW, 폭스바겐, 테슬라 등 많은 회사들이 넓은 중국 대륙에서 테스트 벤치처럼 자율 주행 시험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시험을 진행하는 회사가 누구이건 넓은 중국 대륙에서 쌓이는 데이터를 중국 정부가 관리하면서 앞으로 중국 기술 발전의 근간이 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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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을 돌아다니고 있는 무인 택시들 - 중국은 상상보다 빠르게 앞서 가고 있다.


전기차를 파는 회사의 수장이지만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를 반대하는 트럼프를 지지한 배경도 이해가 되었다. 항상 새로운 영역으로 기술적 비전을 가지고 도전해서 상용화에 성공해 온 일론 머스크에게 트럼프는 최고의 파트너다.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미 레드 오션이 되고 있는 전기차 자체를 더 만들어 파는 일에 대한 비중은 줄이고 있다. 올해 2분기까지도 자동차 부문 매출은 오히려 떨어지고 자동차 부문 개발 인원의 구조조정도 단행한 바 있다.


대신에 에너지, 소프트웨어 등 부수입은 오히려 늘었고, 자동차 부문은 정리해고를 단행했지만 휴머노이드와 로보택시 인원은 더 늘렸다. 10월에 있었던 WE-ROBOT 행사에는 기존의 테슬라 모델들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의 다른 손에 들려 있는 뉴로 링크나 스페이스 X 사업들 모두 지금의 규제 상태에서는 무작정 확장이 쉽지 않은 영역들이다. 전기차를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이유는 전기차 자체의 발전은 느려지겠지만, 다른 기술에 대한 규제를 풀어 사업의 범위를 더 확장할 수 있는 기회기 되기 때문이다.


ROBOTAXI.jpg 테슬라 ROBOTAXI의 콘셉트 - 규제가 풀리기 전부터 핸들과 페달을 없앴다.


자율 주행 택시만 하더라도 기존의 자율주행 회사들은 페달과 핸들이 없으면 주행 자체의 허가가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기존의 자동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차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발표처럼 이 규제가 완화되면 다른 회사들이 부랴부랴 관련된 하드웨어개발에 나설 동안 테슬라는 이미 시작한 로보 택시로 저만큼 앞서 나갈 수 있다. 시장은 바로 반응해서 테슬라 주가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혁신에 걸림돌이 되던 규제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던 기존의 회사들과는 달리 일론 머스크는 직접 권력 투쟁의 장에 뛰어들어 자신이 꿈꾸는 미래 사업의 비전을 실현하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자율 주행뿐일까? 악의 축이라던 북한의 김정은과 직접 회담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 하던 트럼프는 달에 인류를 보낸 케네디처럼 화성에 인류를 데려다주는 모습을 실현시킨 첫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에 흥미를 보일 것이 분명하다. 이 둘의 조합이 미국을 어떤 모습으로 만들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저 관세의 장벽을 높이고 국경 안에서 우리만 잘 살면 된다는 식으로 고립되지는 않을 것은 확실하다.


Mars transport plan.jpg 스페이스 X에서 추진하는 화성 이주 계획 - 과연 불가능한 미래일까?


그렇게 보면, 트럼프 2기를 맞이하는 우리가 진짜 고민해야 하는 것은 수익이 아니라 혁신이다. 전기차 세액 공제를 없애고, 공무원을 구조 조정하고, 전 세계에 파병된 미군의 규모를 줄여 절약한 재원이 어디에 더 비중 있게 쓰일지를 보면 미국과 세계가 나갈 다음 방향이 보일 것이다. 큰 고래가 뛸 준비를 하는 사이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진다.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바인에 기고한 글을 브런치에 조금 늦게 공유합니다. 드디어 트럼프 2기가 출범하네요.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하겠다는 그의 계획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바꿔 놓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올 한 해는 참 여러 가지로 다이내믹할 것 같습니다.

https://autow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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