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CO2를 내지 않아도 삼척에선 석탄이 타고 있다.
VLCA - 자동차 전생애 주기 관리 관점에서 보면, 전기차는 주행하는 동안에는 CO2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전기는 연소가 일어나지 않는 청정에너지이기는 하지만 그 전기를 만들어 내는 방법에 따라서 오히려 환경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석탄이나 석유를 통해 전기를 만들면 전기차가 다니는 도심의 공기는 깨끗하겠지만 발전소에서는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뿜어져 나온다. 지구 입장에서는 더 손해다.
우리나라는 꾸준히 친환경 발전의 비중을 늘려오고 있지만 아직 전체 발전량의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35%에 달하는 원자력 발전을 제외하면 아직도 절반 이상의 전기가 가스와 석탄, 석유 같은 화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게 생산된 전기를 사용해서 움직이는 전기차는 실제 VLCA 관점에서도 HEV 차량보다 더 많은 CO2를 배출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친환경 발전을 개발하기에는 불리한 측면이 많다. 산지가 많아 태양광, 풍력 발전기를 대량 설치할 부지가 부족하다. 편서풍 지대에 있지만 서쪽에는 중국이 있어 영국 같이 해상 풍력 개발도 제한적이다. 구름 낀 날이 많고, 수력 자원을 개발하기에는 유량이 모자란다. 산업 구조가 철강이나 제조업 같은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산업의 비중이 높은 것도 걸림돌이다.
전기차가 친환경적이 되려면 친환경 발전을 늘려야 한다. 친환경 발전의 비중을 늘리려면 지금보다 설치 및 유지 비용의 혁신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당장의 화력 발전 비율을 줄이는 데는 원자력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방사능 오염과 폐기물 처리 그리고 원전 사고의 위험성들을 감안하면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