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연 테슬라

전기차 시대를 달리고 있는 회사 열전 - 01

by 이정원

전기차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백 년도 더 된 일이지만,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의 아성에 도전하게 된 지는 사실 얼마되지 않는다. 화석 연료를 태우지 않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만들지 않고 몸에 해로운 배기가스를 내뿜지 않아 친환경적인 이미지는 있었지만 대중들이 이용하기에는 전기차는 불편하고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런 편견을 깨부수고 현재와 같은 전기차의 춘추 전국 시대를 열어젖힌 회사가 바로 테슬라다.


Timeline-of-Tesla-Stock-Value-Changes---2500px---72dpi---v5-427a.jpg 테슬라의 역사와 주가의 변동을 함께 그린 연표 - 모델 3의 출시와 함께 흑자 전환하면서 시가 총액 1위 자동차 기업이 되었다.


2003년 캘리포니아에서 제대로 된 전기차를 만들어 보자며 스타트업으로 마틴 에버하트와 타페닝이 시작한 테슬라는 전기 스포츠카를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자동차를 전혀 만들어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차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아서 악전고투 끝에 2008년에 로드스터를 출시했지만 판매가보다 원가가 이천만 원이 비싸서 팔수록 손해를 보는 차량이었다. 이 과정에서 자본금이 부족한 위기를 극복하게 해 준 일론 머스크가 CEO로 나서게 되고 2010년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로드스터는 이런 차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의미로 딱 이천대만 만들었다.)


진짜 양산용 차량은 2012년에 출시한 모델 S부터였다. 미국 네바다에 기가 팩토리를 건설하고 판매를 시작한 모델 S도 출시 당시에는 1년에 2~3만 대 정도만 팔렸을 뿐이었다.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이 들어갔지만 판매가 지지부진하면서 고정하던 테슬라는 2017년 첫 대중화 모델인 모델 3을 출시하면서 연 10만 대의 벽을 넘게 된다. 그리고 연이어 나온 모델 X, 모델 Y의 성공으로 2019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하고 폭발적인 주가 상승이 뒤따랐다.


테슬라 모델들.jpg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들 - S 3 X Y - 테슬라 홈페이지 참조


테슬라의 장점은 경쟁력 있는 모델들이다. 지금은 눈에 익어 참신함이 떨어지지만 출시 당시만 해도 남달랐던 디자인은 시선을 끌었다. 바닥에 배터리를 깔았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하고 덕분에 넓은 실내 공간에 에 큰 터치 스크린에서 각종 기능을 조작하게 하는 경험은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다. 전기차의 약점인 충전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빠른 충전이 가능한 전용 급속 충전기인 슈퍼차저를 주요 대형 마트나 주차장에 적극적으로 공급하면서 대중을 전기차의 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기술적으로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부품의 아키텍처를 스마트폰처럼 구성하는 시도도 테슬라가 처음이었다. 그전까지의 자동차는 생산하는 과정에는 공급망에서 수급하는 각각의 부품들이 CAN통신을 통해 서로 소통만 되면 각자가 별도의 운영체계를 가지는 형태로 구성된다. 그러나 테슬라는 이런 시스템을 하나의 O/S로 통합관리하도록 함으로써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관리하고 OTA를 통해 주기적으로 버그를 수정하고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도록 했다.

테슬라의 아키텍처.png 기존 자동차와 달리 스마트폰처럼 구성된 테슬라의 전자 아키텍처 - 보쉬 자료 참조


이런 시스템의 장점은 품질 문제에 대응하는 태도도 바꾸어 놓았다. 2023년 말에 미국 정부는 테슬라의 대시보드에 나오는 경고 문구가 미국 법규에 맞지 않음을 확인하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2012년 출시한 모델 S부터 최신 모델까지 200만 대에 달하는 차량이 리콜의 대상으로 지정되었다. 일반 자동차 회사라면 수백억의 예산을 들여 해결해야 하는 큰 문제였지만 테슬라는 지시를 받은 바로 다음날 OTA 업데이트를 공지하고 손쉽게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이런 유연함은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도 진취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라이다를 배제하고 카메라와 레이다로만 자율 주행에 근접한 기능을 수행하는 FSD (Full Self Driving)은 이런 테슬라의 혁신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차를 출시할 때 최신 ADAS 기능은 옵션으로 가격 차를 두면서 원가와 판매가를 낮추려고 하지만, 테슬라는 일단 모든 차량에 필요한 센서와 시스템을 달고 원하는 소비자는 언제든지 천만 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고 옵션을 활성화하거나 구독 서비스처럼 활용할 수 있게 한다. FSD 기능이 발전하면 할수록 신차를 사는 사람들 뿐 아니라 기존에 차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면서 2023년에는 연 180만 대를 팔면서 16%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일반 자동차 회사들이 5~8%에 머무르는 걸 감안하면 프리미엄 이미지로 엄청난 수익을 거두어들인 셈이다.


Tesla FSD.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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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주행의 맛을 보게 해 준 테슬라의 FSD - 테슬라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테슬라의 아성도 2024년부터는 저물어 갔다. 얼리어댑터들 다음의 합리적인 소비자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하면서 전기차 캐즘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며 전기차 증가세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저가형 LFP 배터리를 앞세운 가성비 중국 전기차 회사들에게 압박을 받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파는 회사라는 타이틀을 BYD에 빼앗기게 된다. 갈수록 저렴해지는 경쟁차종들에 밀려서 테슬라도 수익률을 포기하고 가격 인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16%를 상회하던 영업 이익률은 6%대로 추락했다.


머스크와 트럼프.png 일론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


CEO인 일론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도우면서 정치판에도 모습을 드러내면서 자동차 회사로서의 테슬라의 추락은 더 가속화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서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되는 저렴한 버전의 차량 공급도 막혔다. 매출은 20% 이상 감소하고 이익률도 하락하면서 주가도 폭락했다. 일반적인 자동차 회사라면 새로운 모델을 기획하고, 신규 시장에 진출하고, 원가 저감을 위해 공급망에 있는 부품 회사들을 압박할 것이다.


그러나 테슬라는 오히려 이미 레드오션이 된 전기차 시장에 집착하기보다는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실도로에서 실력을 닦아 왔던 자율 주행 기능을 전면에 앞세운 로보택시를 2024년 10월에 공개하고 오는 2026년부터는 스티어링 휠도 액셀 페달도 없는 무인 자동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FSD을 운영하는 다양한 노하우를 활용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GROK이라는 인공지능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도 자율 주행 관련 여러 규제를 해지하면서 테슬라의 이런 행보를 지원하고 있다.


Tesla Robotaxi.png 2026년 출시 예정인 로보 택시


전기차 시대를 열었고 혁신의 아이콘으로 시장을 이끌었지만 이제는 왕좌에서 내려온 테슬라는 어떻게 하면 좋은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지의 표준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제는 치고 올라온 경쟁자들을 피해 새로운 영역을 향해 가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CEO처럼 테슬라도 어디로 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기술력을 기반으로 기존의 경쟁자들과는 다른 경험을 가져다줄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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