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모으고 성과를 공유하는 그룹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초 CES의 화두는 인공지능이었다. 특히 NVIDIA가 AI Agent 서비스를 공개한 이후로 많은 기업들이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자율 주행 개발에 NVIDIA와 손을 잡고 있다. 재규어, 루시드, 도요타, 볼보, 벤츠 등 수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차세대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과 자율주행 차량 로드맵을 위해 NVIDIA DRIVE AGX를 선택했다. 우리나라 현대차도 파트너십을 맺어 생산 관리를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기로 했다.
NVIDIA와 OPEN AI를 중심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AI 시장에 반기를 든 중국의 DEEPSEEK가 공개되면서 이런 움직임은 더 확산되었다. BYD, GAC, 장안 자동차 등 다수의 중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마치 정부의 지침이 있는 것처럼 DEEPSEEK와 자율 주행 개발을 협력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업그레이드된 자율 주행 패키지를 차량에 적용해 출시하기도 하고, 자율 주행 공로 테스트를 열심히 진행 중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jGrO2IlXzhM
사실 자동차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잘 움직이는 걸 만드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래서 잘 가고 잘 돌고 잘 서면 되는 기술을 만들고 검증하는 점에는 통달해 있다. 하지만 그래서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 지를 결정하는 일은 운전자의 몫이다. 시키는 대로 잘 동작하면 사고가 나도 책임은 운전자가 졌었는데 자율 주행이 되면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 그동안 자동차 회사가 명확히 선을 긋고 의존했던 운전자의 몫까지 책임져야 하는 어려운 숙제인 셈이다.
그걸 대신해 고민해 주고 책임지는 지원군이 생겼다는 것이 회사들의 부담감을 가볍게 한 것일까? 요즘 기사를 보면 자동차 시장의 유행이 자율 주행 기능으로 넘어선 듯하다. 그동안 웨이모나 크루즈 등 자율 주행 전문 업체들이 주도하던 레벨 3 이상의 자율 주행 기능에 대한 시도를 이제는 일반 회사들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전기차로의 전환 그다음 변화에 늦으면 안 되겠다는 조바심도 있겠지만, 기술적으로도 든든한 지원군이 등장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도 1세대와 2세대의 성능이 크게 차이가 나고, Open AI도 버전이 올라 갈수록 새로운 레벨로 올라가듯이 결국 인공 지능의 성능은 학습된 데이터의 양에 달려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이미 시뮬레이션되어 있는 상황을 반복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도 운전을 배울 때 도로 연수를 아무리 해도 실제로 차를 끌고 나가서 순간순간 내리는 판단에 다른 차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해 봐야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학습도 사람과 같이 실제 도로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서 1차로 내린 판단에 대한 결과물이 쌓이면 강화 학습을 통해서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사실 이런 데이터 누적의 효과를 가장 먼저 알고 있었던 쪽은 테슬라다. FSD 서비스를 선택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도 굳이 카메라와 센서들을 갖춘 차량을 판매한 이면에는 사람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동안의 모든 데이터들도 FSD를 학습시키는 참고 자료가 되었다. 덕분에 테슬라는 다른 자율 주행 회사들보다 몇천 배에 달하는 누적 마일리지를 쌓고 매해 기능을 꾸준히 개선해 가고 있다. 그 많은 데이터를 분석하느라 GPU 구매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야 한 것도 데이터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그동안 테슬라가 해왔던 그 길을 이제 일반 자동차 회사들도 따라 가려한다. 후발 주자들이 뒤따라 가려면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공지능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연합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기술 정책에 관여를 많이 하는 중국이 대표적이다. DEEPSEEK에 참여한 회사들이 돌리는 데이터들은 DEEPSEEK의 서버에 모여 성능 개선에 활용될 것이다. 다른 한 축인 HUAWEI는 자사의 시스템을 공급받는 회사들을 묶어 HIMA 그룹이라는 연합체를 만들었다. 부품회사가 자동차 회사의 중심이 되는 이유는 단 하나 백지장도 맞들면 낫기 때문이다.
규모로 따지면 중국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중국 자동차 산업이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합작 회사들의 정보를 뒤에서 공유했던 중국 정부의 지원이 있었다. 얼마 전 중국 기술 규제를 관리하는 MIIT는 사고 시 책임 소재를 따져 보겠다는 명분으로 자율주행 기능을 출시하려는 회사에게 운전 보조 시스템의 고장이나 충돌 및 기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자동차 제조업체는 산업부와 시장 규제 기관에 이를 보고해야 하고,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주요 기술 매개변수의 변경이 필요한 경우 업데이트가 확실히 준비될 때까지 생산을 중지하도록 공지했다. 자율 주행 핵심 기술의 변화를 정부가 늘 확인하겠다는 의미다.
중국처럼 인위적으로 연합할 수는 없지만, 우리도 할 수 있는 한 내 편을 늘려 인공지능으로 개발되는 자율 주행 기술 개발의 판을 키워야 한다. 최근 현대차가 GM등과의 파트너십을 맺어 가며 NVIDIA를 매개한 결과들을 공유할 토대를 만든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단순히 모수를 늘리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우리도 중국처럼 자율 주행 시도는 활성화하면서도 그 결과들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할 토대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IT 기술과 통신 네트워크의 구축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우리나라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플랫폼의 개발이 절실해 보인다. 생산과 공급망 관리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에 규모가 중요해진 새로운 영역이 찾아왔다.
자동차 산업동향 플랫폼 아우토바인에 기고한 내용을 조금 늦게 공유합니다. 모이면 모일 수록 강력해 지는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고민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