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력해진 인공 지능이 차가 스스로 움직이는 시대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매일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소식에 관련해서 분석하는 코멘트를 남겨야 하는 입장에서 지난 4월은 참 힘들었다. 모든 이슈가 트럼프 관세 문제로 수렴되는 다른 한편에는 하루에도 3~4개씩 자율 주행 업체들이 새롭게 무인 택시를 시범 운영하겠다는 비슷한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다. 주로 중국 회사들이 중국 내 주요 대도시들 뿐 아니라 유럽, 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시험 운행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자율 주행 기술 사업의 춘추 전국 시대가 열린 듯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율 주행 회사 크루즈가 인명 사고가 나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시험 진행이 어려워서 위기를 겪었던 것이 바로 1년 전의 일이다. 그 여파로 크루즈는 사업을 접고 GM의 부서로 흡수 통합되었고, 웨이모도 자율 주행 택시 산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2024년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양상은 급격하게 변했다. 테슬라가 로보택시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하고 중국의 자율 주행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무인 택시 운영에 나섰다. 기술력의 발전 속도가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변하면서 갑자기 다들 새로운 경지에 오른 듯 자신감이 넘쳐 나고 있다. 이렇듯 자율 주행 업체들의 자신감이 배가된 배경에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숨어 있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자율 주행에 있어서 인공지능의 역할은 카메라로 들어온 영상을 인식해서 사람과 사물, 교통 신호와 자동차를 누가 더 인식을 잘하는지 정도로 한정되어 있었다. 테슬라가 일반 운전자들의 운전 패턴도 데이터를 학습에 이용하면서 사람과 비슷하게 운전하게 하는 기술력을 앞세워 FSD를 다른 ADAS 기능과 차별화하는 것이 제일 획기적인 수준이었다. 그래서 누가 얼마나 자율 주행 테스트 마일리지를 쌓았는지가 중요한 지표로 여겨졌지만 지난 3월에 열린 엔비디아의 CTC 행사에서 젠슨 황 CEO는 자율 주행 기술에 대한 AI 활용의 다른 차원을 보여 주었다.
엔비디아가 소개한 옴니버스와 코스모스라는 Agent는 Digital Twin을 기반으로 한다. 실도로에서 측정한 정밀 지도를 바탕으로 옴니버스는 다양한 교통 상황에서 차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마치 선생이 학생을 가르치듯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플랫폼을 구성한다. 같은 교차로에서도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 실도로에서는 한 번만 해 볼 시도를 엔비디아가 만든 가상의 공간에서는 여러 번 상황을 바꾸어 가며 가장 최적의 조작 방법을 찾을 때까지 반복해서 진행할 수 있다.
거기에 코스모스는 추가적으로 여러 가지 조건들을 변수로 조정할 수 있다. 더운 날, 추운 날, 안개가 껴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때와 눈이 와서 제동 거리가 더 많이 필요할 때를 직접 주행하지 않고도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강화 학습을 거친 인공지능을 통해 센서에서 들어오는 신호를 최적화하고 수많은 실도로 마일리지 경력을 한 번에 따라잡았다.
발표를 보면 우리가 처음 인공지능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봤던 알파고가 떠오른다. 이세돌 9단이 다섯 판 중에 한 번은 이겼던 알파고 ‘리’는 인간의 기보를 기반으로 학습했었다. 그러나 이후 알파고 마스터는 알파고끼리 서로 대국을 하며 스스로 학습하도록 했다. 그리고 아예 바둑의 규칙 자체를 없애고 자유롭게 학습시킨 알파고 제로는 알파고 리에 100전 백승으로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 주었다. 엔비디아의 플랫폼은 단순히 인간을 따라 하는 것을 넘어 기계끼리의 강화 학습으로 자율 주행 기능이 급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엔비디아가 벌린 인공지능의 판을 중국에서는 딥시크와 화웨이가 받았다. 중국 정부의 지원하에 대부분의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두 기업의 인공 지능 서비스 개발에 참여했다. BYD는 신의 눈이라는 단계별 자율 주행 모델을 이미 출시했고 화웨이는 Qiankun ADS이라는 서비스로 세계 최초로 L3 레벨을 공식적으로 선언해 올해 내로 HIMA 그룹에 속한 회사들의 전기차를 위주로 출시할 예정이다. 웨이모와 크루즈가 7~8년 동안 고생했던 판이 1~2년 사이에 확 변했다.
특히 중국은 전기차 시장이 신차의 절반 가까이 성장하면서 단순한 전기차만으로는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 4월 초 BYD 회장이 중국 전기차 포험에서 강조한 것처럼 중국 시장은 저렴한 가성비의 차를 누가 만드냐를 넘어 누가 더 혁신적인 기술을 더 빨리 상용화하느냐를 겨루는 전기차 경쟁의 후반전에 접어든 모양새다. 대표적인 차별화 전략으로 자율 주행 기술에 대한 수요가 지구촌 어느 곳보다도 높고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은 물론이고, PONY AI 같은 자율 주행 기술 업체와 화웨이 같은 전자기기 업체까지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마치 IT 붐이 불던 실리콘 밸리처럼 접점이 늘고 시너지를 이루어 내고 있다.
이런 중국의 질주를 따라잡기는 사실 쉽지 않다. 미국이 뒤늦게 규제를 풀고 리어뷰 미러와 브레이크 페달이 없는 차를 허락하는 법안을 통과했지만, 징벌적 벌금 제도가 있는 미국에서 자동차 회사가 무한 책임을 지는 자율 주행 차량을 운영하기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하나의 인공지능회사에 여러 회사의 데이터와 노하우가 모이는 중국과는 달리 각자 도생해야 하는 상황도 답답하다.
그러나, 전동화 다음의 혁신 기술은 어차피 가야 하는 길이다. 중국이 자신의 체제 안에서 손을 잡고 함께 개발해 나가듯이 우리도 판을 키우고 함께 개발할 파트너가 필요하다. 그것이 자동차 회사만의 숙제는 아닐 것이다. 판이 커지고 담이 낮아지고 더 많은 선수들이 함께 뛸수록 모두의 경쟁력은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사소한 규제에 발목 잡히지 않도록 어려운 인증 제도를 완화하고, 기술의 표준을 정하고 다양한 시도를 장려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자율 주행 경쟁의 첨단에 있는 중국 현지에 진출해서 함께 시류를 타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자동차 산업 전문 플랫폼 아우토바인에 기고한 내용을 조금 늦게 공유합니다. 자율 주행의 시대가 곧 다가 옵니다.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