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시대 후반전이 한창이다.
올 초 CES 2025에서 NVIDIA가 AI agent를 내세우면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이후에 DeepSeek, Grok 등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세상에 나왔다. 자동차 분야도 마찬가지여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자신감을 채운 회사들이 너도 나도 자율주행 택시를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주로 개발하던 회사들로서는 6월에 공식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Tesla의 로보택시보다 늦을 수 없다는 압박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현재 미국의 대표적인 기술 기업인 Waymo를 비롯하여 다수의 중국 자율주행 회사들은 다양한 지역에서 무인 자율주행 택시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 늘어난 무인 택시 때문에 사고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관련해서 리콜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실전에 부딪히고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지금이 어찌 보면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시기인 것은 확실하다.
자율주행 기술이 도로상에 자주 눈에 띌 정도로 실용화에 가까워지면서 기술 기업들은 이제 개발된 기술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지에 대한 답도 찾아야 한다. Cruise나 42 dot처럼 자동차 회사에 통합 흡수되어 양산차의 성능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 Waymo는 처음에는 Chrysler, Jaguar의 차량을 도입하다가 현대차, Volkswagen 등과 협업하면서 전용 차량을 만들더니, 얼마 전에는 자동차 위탁 생산 업체인 Magna와 차량 양산 계약을 맺었다. 전동화가 진행되면서 규제에 걸림돌이 되는 내연기관 기술이 불필요하게 되자 자율주행 회사들도 자신의 기술이 적용된 차량을 직접 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Waymo가 다른 메이커들처럼 차를 많이 팔아서 수익을 얻는 제조업에 뛰어들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무수한 공급망 관리에 수익이 잘 나더라도 10%가 되기 어렵고 고객에게 판매한 이후에도 꾸준히 들어가는 관리 비용까지 감안하면 제조업으로서의 자동차 사업은 규모는 크지만 번거롭고 이익률은 낮은 굴뚝 사업이다. 사람이 이동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를 꼽자면 바로 차량 공유 서비스다. 그리고 차량 공유 분야에서 가장 대표적인 기업인 Uber가 최근 자율주행 초경쟁 시대를 맞아 무인 택시 운영에 전면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Uber는 일단 기존 자율주행 기술 기업들의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7일 하루에만 Uber가 자율주행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로보택시를 운영하겠다는 뉴스가 3건이나 나왔다. WeRide, Pony.ai, Momenta까지 모두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 업체들이며 적용 지역도 중국, 중동, 유럽으로 글로벌하게 분포되어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일주일 전에는 Volkswagen과 협약을 맺고 ID. BUZZ라는 카고 형태의 전기차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Waymo처럼 아예 자동차 회사와 자율주행 차량 생산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Uber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차량 공유 사업의 이익률을 제고하는 데 있어 자율주행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차량 공유 사업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것은 운전하는 기사의 인건비다. 차가 스스로 움직이게 되면 이 인건비를 최소화하면서 기존의 택시 사업과 차별화가 가능하다. 거기에 인건비로 절약한 이득을 차량 소유자들에게 일정 부분 나누어 주면, 일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도 출퇴근할 때는 자신이 사용하지만 차를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는 차량 공유용으로 자동차를 활용하게 하는 공유 사업에 더 많이 참여하게 할 수 있다.
기존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이루어지면 사람들이 이동하는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 더 쉽게 부를 수 있고 더 저렴하고 운전의 어려움도 없고 주차 같은 불편함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면 사람들은 차를 굳이 소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전기차가 보편화되고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게 되면서 자율주행이 가능해지고 그렇게 스스로 움직이는 차를 여러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미래자동차의 C.A.S.E(Connected – Autonomous – Shared – Electric)는 그렇게 완성된다.
자율주행 기술 업체들에게도 공유서비스와 협업은 기회다. 제한된 차량으로도 다양한 루트를 다니면서 실도로 데이터를 모으고, 다양한 환경에서 성능을 검증할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무한 경쟁 시대에서 기술 기업들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방법으로 Waymo는 차량 출시를 택했지만, 중국 내에서 자신들만의 리그를 달리고 있던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인 Uber를 통해 전 세계 곳곳에 진출하고 있다. 서로에게 윈윈인 만큼 앞으로 근처에서 더 자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Uber와 협업을 한 Volkswagen도 이득이다. Volkswagen은 단순히 차량을 제공해 주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MOIA라는 자율주행 자회사도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해서 실제 자율주행 시범 운행 차량의 양산화 가능성도 함께 보고 있다. 이는 Waymo에 전용 차량을 제공하지만 자율주행 기능에 대해서는 크게 관여하지 않는 현대차의 Waymo One 모델과는 결이 다른 협업이다. 만약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게 되면 Uber는 검증된 모델을 확보할 수 있어 좋고, Volkswagen 입장에서는 Uber를 통한 부가적인 수익이 창출이 가능한 차량을 시장에 출시함으로써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알아서 용돈을 벌어줄 수 있는 차... 너무 매력적이지 않은가? 차값에 유류비에 보험료에 유지비만 들던 자동차의 총 소유 비용을 오히려 줄여줄 수 있는 차는 확실히 기존의 차들과 차별화된다.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Tesla가 로보택시 출시를 서두르는 이유도 이런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공지능의 확장과 함께 Physical AI를 실현하는 가장 가깝고 현실적인 목표를 향해 자동차 산업 전반이 전기차 그다음으로 질주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전문 플랫폼 아우토바인에 기고한 글을 조금 늦게 공유합니다. 경제의 근간이 되는 제조업은 늘 팔리는 새 상품을 따라가기 마련이죠. 자율 주행의 발전은 차량 공유 사업과 이어지면서 자동차 성능의 또 다른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시대 후반전이 한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