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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자동차가 필요하다.

결국 우리 모두도 나이가 들 것이다.

by 이정원

뉴스를 보다 보면 잊을만할 할 때마다 한 번씩 급발진 사고가 보도되곤 한다. 어이없게도 갑작스레 가게를 향해 돌진하고 간선 도로에서도 급가속을 하는 차들을 보면 아찔하기도 하다. 차량 제어 시스템의 오류로 인한 고장인지는 사건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사고의 상당수가 70대 이상의 고령 운전자들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시청역 사고 현장.jpg 급발진 사고로 큰 인명피해가 있었던 서울시청역 앞 사고 현장에는 조문이 이어졌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자동차에서 상황을 빠르게 인식하고 판단을 해서 필요한 조치를 재빠르게 취해야 하는 것이 운전이다.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주변을 인지하고 어떻게 제어할지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스티어링 휠을 돌리든 브레이크나 액셀 페달을 밟는 것과 같은 동작을 수행하는 모든 과정이 불편해진다.


급발진 사고 소실이 나고, 사고 당사자가 고령이라는 이야기가 날 때마다 인터넷상에서는 고령 운전자는 운전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댓글도 많이 달린다. 우리나라 정부도 65세가 되면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강화하고 75세 이상에는 인지기능 검사를 추가하고 있다. 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지자체마다 교통카드를 충전해 주거나 택시를 할인해 주는 것과 같은 혜택을 주기도 한다. 이왕이면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라고 권하는 수준이다.


고령 운전자 교육장.jpg 고령 운전자들도 여전히 이동하고 싶다.


65세 인구가 30%를 넘어서 우리보다 더 빨리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조금 더 적극적이다. 75세 이상의 운전자들에게 인지 기능 검사뿐 아니라 갱신 시에 도로 주행 시험도 하도록 기준을 강화하기도 하고, 면허를 반납한 노인들을 위한 콜택시 같은 셔틀버스를 적극적으로 공급한다. 70세 이상부터는 차에 노령 운전자가 운전하고 있음을 알리는 스티커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예로 가속기와 브레이크를 잘못 밟았을 때의 급발진이나 급가속을 억제하는 장치의 성능도 필수 인증 항목에 추가되어 있다. 그리고 70세 이상의 노령 운전자에게는 안전을 위한 ADAS 기능을 추가하면 보조금을 주는 제도도 있다. 특히 일부 지자체에서는 추돌이나 급발진을 막을 수 있는 AEBS가 장착된 차량만 운전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기도 한다. 신체적으로 약해져서 생긴 어려움을 기술로 커버하게 하면 길 위의 모두가 안전할 수 있다


ABES 홍보 자료_일본.jpg 일본에서 진행하고 있는 노령 운전자를 위한 ABES 시스템 홍보 광고


최근 자율 주행의 후발 주자인 Nissan과 Mitsubishi가 자율 주행 서비스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경영 상황도 좋지 않은 두 회사가 무인 로봇 택시를 운영하는 수많은 자율 주행 전문 기업들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고령화에 대한 대책으로도 활용하겠다는 내용을 보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보였다.


최근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설치해 주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모든 상황에서 안전하게 움직이는 차량을 개발하는 것은 기술적 허들이 높겠지만 노령 운전자의 안전한 이동이 목표라면 기준을 달라진다. 최대 속도도 줄이고 이동하는 경로도 한정하고 운전의 스타일도 최대한 안전거리를 확보하도록 하는 것처럼 빠르기보다는 안전한 이동에 초점을 맞추면 훨씬 기술적 어려움을 낮출 수 있다. 일반 운전자에게는 답답하겠지만 이동이 절실한 고령 운전자에게는 반가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고령 운전자 안전장치.jpg 경찰청과 교통안전공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페달 오작동 장치 설치 사업 - 일반 차량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


백세 시대에 몸은 약해져도 사람을 만나고 좋은 곳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그렇게 이동이 필요한 노인들에게도 그리고 그들과 길 위에서 마주쳐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필요하다. 점점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노령화를 고려하면 노인을 위한 자동차의 수요는 앞으로도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당장 계속 운전을 하겠다고 고집하지만 계속 사고를 내는 부모님을 설득하는데 지친 자식들에게 만약 안전 기능이 크게 강화된 준 자율 주행 차량이 있다면 싸울 필요가 없다. 불편함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요는 나온다.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이점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자동차들을 기대해 본다. 결국 우리 모두도 나이가 들 것이다.



자동차 산업 동향 플랫폼 아우토바인에 기고한 글을 조금 늦게 공유합니다. 사고가 두려워 운전을 안 하시는 부모님도 이제는 무리라고 해도 계속 운전하겠다고 하시는 부모님도 사람을 만나고 좋은 곳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은 마찬가지겠죠. 기술이 그 한계를 넓혀 주면 좋겠습니다.

https://autowein.com/2666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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