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점 - 셋째 라인업에 긴장감이 생겼습니다.

이 긴장감이 끝까지 갔었어야 했습니다.

by 이정원

올해 연습 경기에서 제일 이슈가 되었던 것 중에 하나가 타석을 세바퀴 돌고 나면 주전들이 조기 퇴근하는 롯데의 새로운 문화였습니다. 사실 사회인 야구에서도 교체됐다고 미리 집에 간다고 하면 팀 분위기 해친다고 엄청 혼날 일이죠. 그런데 프로에서 그것도 1군에서 조기 퇴근이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겉으로 발표된 감독님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내가 먼저 제안을 했다. 경기에 집중을 했는데 계속 남아있는다고 해도 큰 효율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면서 “경기가 끝나면 휴식이 필요하다. 휴식을 해야만 내일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 준비를 잘 하기 위해서 하고 있다. 효율성 있는 경기를 하기 위해서 이런 방법을 택했다. 체력이 고갈 안되고 비축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진짜 휴식을 위한 걸까요? 그럴 거면 진짜 시합이 연달아 있는 정규시즌에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이 조치에 숨은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롯데 기억나시나요? 주전라인업의 이름값은 화려하죠. 평균 연봉 1위니 뭐 돈 많이 받는 선수들이 많고 그들이 시합에 많이 나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면 백업들은.. 그저 시합이 기울고 나면 나서는 들러리일 뿐이었습니다. 이름값도 연봉도 떨어지는 그래서 경기 후반부에 시간 때우러 들어가는 말 그대로 백업이었던 거죠..


작년 시범 경기 기록지를 들여다 봐도 보입니다. 전준우 손아섭은 4타석에 다 들어섭니다. 후보인 정훈이나 허일은 경기 막판에 한타석 들어가고 맙니다. 그 혼란 스러웠던 포수도 안중열이 한타석 들어서고 말고 나종덕도 경기 말에 한타석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경기에 나서는 후보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저도 사회인 야구에서 후보로 많이 나서 봤지만 같이 돈내고 같이 훈련하고 같이 경기에 나섰는데 언제 들어 갈지도 모르고 덕아웃에서 대기하는 건 정말 지루하고 힘든 일입니다. 갑작스레 대 수비나 대타로 들어서면 더 당황스럽죠. 아직 경기 감각도 없는데 어려운 타구가 자기 앞에 오면 당황스러워 실수하기 마련입니다.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도 바로 익숙하지 않은 투수를 상대로 좋은 타격을 만들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렇게 온 기회를 놓치고 나면 내내 그 실수가, 그 놓친 실투가 마음에 남습니다. 그리고 위축됩니다.


저는 조기퇴근의 가장 큰 의미는 백업진들에게 경기 후반부의 주인공은 너희라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덕아웃에서 늘 기대던 선배들은 이제 없습니다. 앞서고 있던 뒤지고 있던 승부처이던 팀은 같이 합의한 바에 따라 오로지 백업들에게 팀을 맡겼고 그들은 그 역할을 보란듯이 잘 수행해 냈습니다. 남은 시간을 떼우던 백업이 아니라 제 2의 주전으로 말이죠. 여섯 경기에서 총 46점 중에 절반 이상인 24점이 6회 이후에 난 걸 보면 후반 집중력이 얼마나 좋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럼 먼저 퇴근하는 선배는 맘이 편할까요? 사실 집에 가는지도 잘 모르지만 집에 가서 남은 경기를 보는 선배들도 쫄리긴 마찬가지입니다. 더 잘하는 후배들 보면서 내일의 주전 자리가 내 거라는 보장이 안된다고 느껴지면 쉬는 게 아니겠죠. 자기한테 늘 주어진 기회가 이제는 나한테도 제한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한타석 한타석이 절실해 집니다. 그게 결과로 이어지겠죠.

허문회 감독님이 계속 프로를 강조하고 자영업자라고 하고 주전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하고 조기퇴근하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그 "절실함"을 되찾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돈이든 자존심이든 경쟁이든 생존이든 어쨋든 매일매일 전투를 치루는 전장에서 최종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무기를 스스로 찾도록 하는 지휘자. 그 동안 타성에 젖었던 팀이 어떻게 바뀔지 또 정규 시즌 동안에는 어떤 방법으로 긴장을 유지 시킬지... 상적과는 별개로 그 방법에 대한 호기심에 내일 시작하는 2020년 시즌이 무척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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