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경기를 하는 건 선수 자신이다.
여러분은 롯데 경기에서 어떤 장면이 제일 짜증나시나요? 저한테 그렇게 물어 본다면, 저는 승부처에서 포수가 배터리 코치 보면서 볼 배합 지시 한참 암호로 받고는 밖으로 빠지는 직구 하나 던지는 상황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소위 김성근 감독부터 나오는 장기판의 말같은 상황인거죠. 제가 포수면, 뭐.. 속은 편할 거 같습니다.. 위에서 하라고 한대로 나는 전달했고, 지시한 대로 던졌는데 맞아도 코치 책임이고, 지시한 대로 구종은 던졌는데 제대로 제구가 안되서 맞으면 투수 탓이니 어쨋든 내 책임은 아닌 게 될테니까요.
그런데 그런 게 프로입니까? 그 투수가 어떤 공이 제일 위력적인지 제일 잘 아는 사람은 투수 코치입니다. 상대하는 타자가 어떤 점이 제일 약한지 아는 사람은 전력 분석원입니다. 그리고 경기하는 당일 어떤 구종이 제일 좋고 어떤 구종이 제일 잘 제구가 잘되고 어떤 코스를 투수가 편하게 여기는지 제일 잘 아는 사람은 투수 본인과 그 공을 받는 포수 자신입니다. 그럼 제일 잘 아는 사람 본인이 책임지고 중요한 승부를 이끌어 나가야죠. 배터리 코치를 통해 벤치에서 볼 배합 사인이 나오는 건 포수를 그냥 볼 받는 그물 정도로 격하시키는 것과 마찬가지 의미입니다.
비록 연습경기이지만, 지난 6경기 동안에 최현 코치가 벤치에서 사인 낸 걸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최현 코치나 허문회 감독 특성 상 앞으로도 고의 사구나 수비 관련 지시를 제외하고 볼배합에 대해 일일이 지시하는 상황은 아마도 올해는 많이 줄어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롯데에는 역할이 나눠져 있으니까요. 투수의 구질을 분석하고 경쟁력 있는 구종을 찾고 발전 시키는 역할은 조쉬 헤르겐버그가 합니다. 시합 전 상대 타자에 대한 분석은 노병오 코치가 하고 그걸 경기 전에 선수들에게 알리고 주지시키는 일은 윤윤덕 퀄리티컨트롤코치가 합니다. 최현 코치는 배터리가 해야 하는 일을 가르치고 그걸 도와 주는 일에 집중합니다. (사실 그게 정상인데 이제까지는 배터리 코치가 전력 분석원의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니 수비를 제대로 살펴 볼 시간이 없었겠죠.)
그리고 실제 경기는 선수가 해야 합니다. 내 책임이 되야 생각도 한번 더 하고 투수 공도 받으면서 뭐가 잘 들어 오나 살펴 보고, 타자들의 성향도 자세도 더 유심히 보게 됩니다. 그래야 큽니다. 그 동안 팀의 발목을 잡았던 포수라는 자리가 제대로 육성되는 한 해가 되길 바래 봅니다.
덧글. 아마도 정보근이 지성준에 비해 앞서는 부분은 롯데 투수들의 장단에 대해서 이해하고 코치진과의 사전 런프러텍션 회의에서 볼배합을 구성하는 면이 좀 더 나은 점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선발진은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한 경기 내에서도 다양한 전략을 짜야 합니다. 수비에 치중한 정보근을 선발로 내서 이런 시나리오를 구성하는데 좀 더 집중하게 하고 공격력이 좋은 지성준을 경기 후반부 승부처 대타 요원으로 활용한 이후에 구위로 압도하는 구원진들과 합을 맞추게 하는 것이 팀 전체의 경기 운영에는 더 도움이 되는 게 아닐까요? 수비가 약해서가 아니라 공격력이 좋은 지성준의 장점을 더 잘 살리기 위해서라도 선발보다는 후반 교체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물론 코칭스태프들이 알아서 잘 하시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