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존중하고 나는 내 일을 열심히 하면 됩니다.
제가 다니는 르노삼성은 2011년에 새로운 SM5를 시장에 야심차게 내 놓았지만 예전 같은 많은 사랑을 받는데 실패하면서 회사가 많이 어려웠던 적이 있습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동급 차종에서 제일 비싸게 받는 것이 일종의 자존심을 찾는 거라고 하는데, 늘 옵션 포함 최고가가 제일 높았던 SM5가 동급의 현대 소타나에 (규모야 예전에도 상대가 되진 않았지만) 가격 면에서 밀리는 시작한 게 이맘 때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다른 레벨임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수익이 많이 줄어드니 연봉이 줄어 들고, 불안해 하던 많은 선후배들이 떠나 가고, 남은 사람들도 의욕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저에게는 의욕이 떨어지는 동료, 특히 후배들에게 어떻게 동기 부여를 해야 하는지가 늘 중요한 숙제였죠. 그 고민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어제 롯데의 성민규 단장이 SBS의 주간 야구에 나와서 하는 인터뷰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작년에 꼴찌를 했던 롯데가 코로나로 늦게 시작한 개막 첫 주에 한번도 지지 않고 5연승을 했습니다. 그리고 기적이다, 원동력이 뭐냐, 봄데냐 뭐 이런 저런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죠. 설레는 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뜬금없이 이제 다섯 경기 했는데 단장의 인터뷰가 잡혔다고 그러길래 사실 설레발이 아닌가 걱정 했습니다.
그런데 성민규 단장의 이야기는 간단했습니다. 우리는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구나 최선을 다하고 있죠. 하지만 롯데의 2020년은 이전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팀의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팀의 인원에 맞는 사람을 남기고 육성하고 있습니다. 자유 계약 선수들도 꼭 필요한 선수들을 오버페이없이 구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아낀 예산을 각자의 약점을 보완하기 보다는 강점을 살리는 훈련이 되는데 필수적인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첨단 장비에 투자 합니다. 외국인 타자도 투수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수비전문 선수로 구해서 센터 라인을 든든하게 했습니다. 나이 든 노장들을 존중하면서도 젊은 신진들에게 기회를 주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들도 다 할 수 있는 이런 변화에 중요한 하나가 더 있었습니다. 수비가 불안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 사직 운동장 흙을 모두 바꾸고, 잔디 관리를 위해 수고하는 구장 관리 직원을 언급하면서 성단장이 이야기합니다.
“결국 감독님과 선수들이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는 것이 제 몫입니다.”
이런 마음이 있으니, 자기가 작년 3선발을 주고 데려 온 포수 유망주를 2군으로 내리자는 감독의 결정을 스스럼없이 받아 들일 수 있었을 겁니다. 비단 단장 뿐이 아닙니다. 아버지가 위독한 해서 본국으로 급하게 가야 하지만 한 달의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흔쾌히 허락하고, 정훈의 어퍼컷 스윙도 한마디 하지 않은 허문회 감독님도 같은 맥락이십니다. 결국 남이 열심히 하게 하려면, 남을 존중하고 나는 내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는 걸 두 리더는 알고 있는 듯 합니다. 그게 제일 반갑고 그게 제일 많이 와 닿았습니다. 사실 어제 인터뷰도 진짜 목표는 선수들 같아 보였습니다.
연승은 언젠가 끝나겠죠. 그리고 연패도 할 수 있고 시즌이 끝나는 시점에 어느 위치에 서 있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어제 인터뷰에서도 진짜 집요하게 내내 계속 예상 순위를 물어 보는데 끝까지 “우리는 매경기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라고 선을 지키시던 군요. 그러나 단장이 감독을, 감독이 선수를, 선수가 팀을 서로 존중하며 자신의 영역을 열심히 야구가 적절한 결실을 맺어 선수도 팬도 즐거운 야구를 오래 오래 봤으면 합니다.
덧글. 오늘 작년 우승팀 두산과 새로운 3연전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상대 외국인 1선발과 맞상대를 해야 하는 투수는 래리 서튼 감독이 추천한 노장 장원삼입니다. 사실 토요일 등판이 비로 취소되어 그냥 2군으로 돌려 보내도 되는 상황인데 중요한 3연전의 첫경기를 맡기는 건 그만큼 2군 코치진의 선택과 2군 선수들도 존중한다는 메세지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단장님도 인터뷰에서 바로 힘을 실어 주시더군요. 역시 다 계획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