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돈 먹는 하마다.
차를 한 대 만든다는 말은 단순히 공장에서 조립하는 일을 뜻하지 않는다. 팔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막대한 자금이 먼저 투입된다. 제일 먼저 어떤 차를 만들지 정하는 단계가 있다. 차급과 가격, 목표 고객을 정하고 경쟁차를 분석하며 기본 설계를 그린다. 이 과정에서 설계 인력 인건비와 외부 기술 검토 비용이 발생하고, 아직 쇳덩이 하나 만들지 않았는데도 돈은 빠르게 나간다.
이후 본격적인 개발 단계에 들어가면 비용은 급격히 커진다. 실제로 굴러가는 시제품을 만들고 엔진이나 모터, 배터리, 전자장비 같은 핵심 부품을 개발한다. 충돌 시험, 내구 시험, 실도로 테스트처럼 반복적인 실험도 필수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제어 소프트웨어와 전자 시스템에도 많은 인력이 투입된다. 나라 별로 안전과 환경 기준을 통과해하는데 인증 시험도 받아야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이 구간은 자동차 개발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시기다. 2011년에 현대차가 밝힌 그랜저 5세대 개발비만 4500억 원이었다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개발만 되었다고 바로 차를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매시간 수 십 대의 차를 무리 없이 생산하려면 양산을 위해 금형을 만들고 생산 라인을 손 봐야 한다. 기존에 이미 있는 공장이라고 해도 프레스 금형, 조립 설비, 검사 장비를 새 차에 맞게 바꾸는 일은 만만치 않다. 새로운 프로세스를 통해 나온 차가 안정적인 품질 관리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번 만들어보고 조정하는 작업을 거친다. 이 모든 과정에 추가 투자가 들어간다. 혹여 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현지에 새로 공장을 지으면 몇 조 원의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결정을 해야 한다.
그렇게 생산이 시작된 이후에도 필요한 비용은 멈추지 않는다. 신차를 알리기 위한 광고와 홍보, 물류비와 판촉비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출시 초기에 나타나는 품질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보증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판매량이 늘수록 부담은 분산되지만, 초기 몇 년 동안은 이 역시 수백억 원 규모의 지출로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차량 가격이 4,000만 원이고 수익률이 8%라면, 한 대를 팔아 남는 돈은 많아야 300만 원 남짓이다. 개발과 생산에 들어간 수천억에서 수조 원을 회수하려면 100만 대 이상은 팔아야 손익 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 94만 대, 4조 원이면 125만 대를 팔아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 자동차 회사들이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플랫폼을 공유하며, 한 차종을 최대한 오래 많이 팔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만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하면, 시작부터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