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실험할 수 있는 선택권을 확보하려면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하다.
신차 한 대를 개발하고 양산 체계를 갖추는 데에는 막대한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비가 들어간다. 여기에 소비자 취향 변화가 빠른 산업 특성상 매년 새로운 연식 변경이 필요하고, 5~6년에 한 번은 페이스리프트나 풀체인지로 상품성을 갱신해야 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일시적인 흑자보다 다음 모델을 준비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익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동차 회사들의 영업이익률이 개선에 목메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차 한 대를 팔면 수천만 원의 매출이 발생하지만 실제로 남는 돈은 얼마 없다. 대규모 설비 투자, 인건비, 원자재비, 물류비, 마케팅비, 그리고 점점 커지는 소프트웨어·전동화 개발비가 매출을 빠르게 잠식한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이 일상화돼, 판매량을 유지하기 위해 할인과 인센티브를 쓰는 순간 수익률은 급격히 떨어진다. 다음 모델을 생산할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익률의 마지노선은 5% 수준이다. 4천만 원짜리 차 팔아서 2백만 원 남기면 잘한 거다.
시장에서 인기를 끌어 할인을 덜 하고 애초에 프리미엄을 붙여 비싸게 팔 수 있는 국면에서는 수익률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2024년 기아는 쏘렌토·카니발 하이브리드처럼 대기 수요가 형성된 모델들을 내세우며 영업이익률 11%를 기록했다. 같은 해 현대자동차 역시 8% 안팎의 수익률을 유지하며 전동화와 SDV 같은 새로운 도전에 투자할 여력을 확보했다. 안정적인 수익률은 미래를 실험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한다.
반대로 수익률이 무너지면 전략은 급격히 달라진다. 2022년까지 15%를 웃돌던 테슬라의 수익률은 모델의 노후화와 경쟁자들의 등장에 2025년에 5%대까지 내려왔다. 가격 인하 경쟁만으로는 성장 스토리를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아예 로보택시나 휴머노이드 같은 신사업을 다시 부각하고 있다. 2025년의 닛산은 수익률이 0%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대규모 구조조정과 사업 리셋을 시작했다. 7개의 공장을 팔고 2만 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수조 원의 매출도 중요하지만 자동차 회사에게는 얼마나 이익을 남겼는지가 더 중요하다.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