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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Dec 10. 2020

디젤 자동차는 정말 환경에 나쁜가요?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하려 무리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QA센터-30] 디젤 엔진은 정말 환경에 나쁜 차량인가요? 지금 나오는 디젤들은 괜찮나요?


도로를 가다 보면 엄청나게 까만 매연을 내뿜으면서 달리는 큰 차량들을 보게 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디젤 게이트 이런 이야기가 나오더니 역시 디젤 차량은 환경 오염의 주범이야.” 라고 이야기합니다. 유럽시장까지 포함해서 디젤 OUT 정책을 펼친다고 하니 국내 판매 중 디젤의 비중도 많이 줄어 들었습니다. 전직 디젤 튜닝 담당자로서 변호 아닌 변호를 한 번 해 보겠습니다.


자동차 엔진은 연소가 일어나는 방식에 따라서 점화 플러그에서 불꽃을 일으켜 폭발을 일으키는 가솔린/LPG 엔진과 연료 자체가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스스로 폭발이 일어나는 디젤 엔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옆에서 라이터를 켜도 불이 붙지 않는 디젤 연료를 폭발 시키기 위해서는 높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엔진에 있는 피스톤이 제일 높은 위치에 있을 때의 부피 대비 제일 낮은 위치에 있을 때의 부피 비율인 압축비가 가솔린 엔진보다 많이 높습니다. (디젤 15 ~17 vs 가솔린 10~12)

다 올라 갔을 때와 제일 밑에 내려 왔을 때의 차이가 클수록 압축비가 큽니다.

배기가스가 삼원 촉매에서 정화되는 가솔린과는 달리 산소가 늘 많은 상태에서 작동하는 디젤 엔진에서는 분사된 연료가 모두 연소에 참여할 가능성이 더 높아 집니다. 제 후배들에게 설명할 때 소개팅의 예를 주로 듭니다. 남자100명 여자100명이 서로 소개팅을 하면 마음이 맞아서 짝이 되는 사람이 95쌍이 되어도 어쩔 수 없이 서로 엮어지지 않는 5명은 늘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만약 여자는 100명인데 남자가 150명이라면 아무래도 여자 기준으로 짝을 이룰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지겠죠. 남자를 산소 여자를 연료로 생각해 보면, 공기가 더 많은 Lean 한 조건일수록 연료당 연소 효율은 더 좋아집니다.


이렇게 압축비도 높고, 폭발이 한번에 일어나고, Lean 조건 연소로 효율도 좋고, 공기를 빨아들이기 위한 Pumping도 할 필요가 없는 디젤 엔진은 성능 측면에서도 가솔린보다 한 번에 내는 토크가 높고, 연비도 더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슷한 힘을 내는 2.0L GDI 엔진과 1.6L 디젤 엔진 연비는 30 ~ 40% 차이가 납니다. 결국 CO2 관점에서는 디젤 엔진이 더 친환경적인 거죠. 거기에 연료 가격도 디젤이 싸니까 2010년대 중반까지는 폭스바겐을 중심으로 “클린 디젤”이라는 트렌드가 전세계를 휩쓸었습니다.

그러다 2014년에 디젤 게이트가 터집니다. 디젤 차량을 법규에 정해져 있는 모드와 다르게 주행했는데 배기가스가 규제치의 몇배가 나오게 된 거죠. 그동안 친환경적이라고 엄청 홍보하고 팔아 왔던 회사들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엄청난 금액의 징벌적 벌금을 먹으며 공기를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낙인 찍힙니다.


디젤 엔진하면 대표적인 것이 시꺼먼 매연이죠. 연료가 기화되고 폭발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연은 이미 2010년에 적용된 EURO4 규제에 따라 DPF라는 디젤분진필터를 통해 걸러져 나옵니다. 길가다가 간혹 보이는 매연 차량들은 2010년 이전에 출시된 차량이거나 DPF자체가 고장난 차량이지만, 현재는 이런 노후 차량들은 정기 검사 자체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폐차하거나 별도의 DPF를 추가 장착하는 식의 계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가솔린과 같이 짝(산소)을 못 만난 연료가HC/CO와 같은 탄소화합물의 형태로 배기가스로 나옵니다. 그렇지만 원래 산소가 많은 환경이다 보니 이런 물질들은 금새 엔진 바로 뒤에 붙어 있는 디젤 산화 촉매에서 걸러져서 큰 문제가 없습니다. 진짜 문제는 NOX / SOX같은 환원이 필요한 배기 가스들입니다. 공기 중에 있는 질소나 연료에 섞여 있는 황성분이 고온 고압의 연소 조건에서 넘쳐나는 산소들과 반응해서 나온 이런 물질들은 화합물 안에 있는 산소를 떼어갈 환원체가 필요한데 산소가 많다 보니 촉매로는 이런 가스들을 정화할 수 없습니다.

디젤의 배기 후처리장치입니다. 배기가스순환장치 / 산화 촉매 / 분진 필터에 요소수 까지 해야 정화가 되니 차값이 비쌉니다.


유일한 해결책은 너무 높은 고온 고압까지는 올라가지 않도록 제어하는 것입니다. 배기 가스 중 배기 가스 중 일부를 순환시켜서 제어해 주는 EGR이라는 장치를 쓰면, 연소를 하는 과정에 산소가 배기가스로 바뀌면서 조금 더 RICH (산소가 적은) 상태가 되고, NOX / SOX의 발생량 자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연소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가스들이 많아지면 아까 이야기한 디젤의 장점들이 많이 사라집니다. 연비도 안 좋아지고, 최고 출력도 떨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너무 많은 배기가스가 들어가면 엔진 내부에 분진들이 쌓여서 고장이 나고 너무 뜨거울 때는 파트에 손상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춥거나, 산소가 너무 희박한 높은 고지에서나, 혹은 운전자가 높은 출력을 원하는 조건에서는 EGR사용량을 조절해야만 했습니다. 이런 조절은 사양서에 기재되어 있고 설명이 충분히 가능했었습니다.


그런데 몇몇 회사들은 이런 조절이 도를 넘었습니다. 2010년도 초반까지만 해도 배기가스 인증 시험은 규정에 따라 25도 조건으로 통제된 실험실에서 약 20분 정도의 정해진 모드만 뜁니다. 이 점을 노려서 더 좋은 연비, 더 좋은 성능을 위한 꼼수가 나왔습니다. 15도 이하나 30도 이상의 조건에서는 아예 EGR을 꺼버리고, 주행 시간이 20분이 지나거나, 기어를 R단에 한번이라도 넣는다 거나 에어컨을 키거나 정차 시간이 한번이라도 1분 이상을 유지하면 (배기 인증 모드에서는 30초 내외입니다) EGR을 끄도록 설정한 겁니다. 이렇게 설정해 주면 인증시험에서는 잘 제어하는 것처럼 나오지만, 실 사용에서는 NOX/SOX를 마구 분출하게 됩니다. 그러니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연비를 쫓아 갈 수 없었던 거죠. 상도의를 넘어서는 사기 행각에 같은 엔지니어로서 분노했던 기억이 납니다.

   

클린 디젤을 선도했던 폭스바겐은 이런 사기 행각으로 회사 정책을 급 선회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배기가스를 검사하는 방식은 많이 변해서, -10도에서 35도까지 온도에서도 배기 수준이 일정 기준을 만족하도록 기준이 바뀌었고, 배기 모드도 5개의 모드를 혼용해서 만든 WLTP (Worldwide hamornized Light-duty vehicle Test Procedure) 모드로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불시에 실도로 주행에서 배기가스 수준을 검사해서 기준에 만족하지 못하면 큰 벌금을 물고 시정하도록 하는 RDE (Real Driving Emission) 규제가 2017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실도로 배기 점검 시험 모습입니다. 정해진 코스가 아니기 때문에 치팅할 수 있는 여지가 없습니다.


엄격해진 규제를 만족하기 위해서 자동차 업체들은 요소수를 이용해 SOX / NOX를 제어하는 SCR 장비도 도입하는 등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나오는 디젤들은 이런 규제들을 모두 만족하는 차량 들입니다. 또 무슨 꼼수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빠져나갈 구멍이 많지 않습니다. 다만 이게 다 돈인지라 안 그래도 비싼 디젤 엔진은 추가적인 배기 후처리 장비 비용과 요소수 같은 부가적인 유지 비용 때문에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주홍 글씨를 벗어나지 못한 채 점점 대형 밴을 제외하고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한 때는 CO2문제의 해결사라 칭송 받았던 디젤 엔진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갑니다. 디젤 엔진 입장에서야 좀 억울하겠지만 시대의 흐름이 그런 걸요. 여러 꼼수들의 말로를 보며 너무 많은 걸 얻으려 하면 정작 중요한 걸 놓칠 수도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됩니다. 잘 가 디젤. 그동안 애 썼어.같이 전세계를 누빈 기억은 잊지 못할거야.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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