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 가는 질문 속에서 믿음을 찾고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저는 자동차 회사 직원이라 임직원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직영 사업소를 주로 이용합니다. 그래서 제 스스로 괜찮은 정비사를 찾는 노력을 많이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주변 지인 분들이 차가 문제가 생겼을 때 카센터를 찾으면서 여러 우여 곡절을 듣고 조언해 드린 경험들은 많은 편입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만약 고객을 만족하는 정비사가 되려면 어떻게 할지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자동차 주인이 정비사를 필요로 할 때는 두 가지 경우입니다. 고장이나 사고가 나서 수리가 필요한 경우와 별다른 이상이 없지만 정비 점검을 받아야 하는 경우죠. 그리고 고객 입장에서 좋은 정비사라면 일단 문제 되는 상황을 잘 찾아서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꼼꼼히 차를 잘 살펴 봐야 하고, 추천하는 부품이 믿을 수 있어야 하겠죠. 그럼에도 비싸지 않고 공임도 되도록 저렴했으면 좋을 겁니다. 좋아야 하는데 돈은 덜 들어야 하는 이 두 조건 사이에 답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싸려면 불필요한 교환은 피해야 합니다. 유저 매뉴얼에 보면 엔진 오일이나 점화 플러그 같은 소모품들의 교환 주기가 잘 나와 있습니다. 내 차의 나이와 이력을 보고 가령 5만km 정도라면 타이어나 연료 필터, 점화 플러그를 교환하라고 권장되어 있습니다. 제대로 된 정비사라면 정해진 교환 주기에 도달한 부품들을 무조건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잘 점검해 보고, 아직 상태가 괜찮고 여유가 있다면 조금 더 사용해도 된다고 하면서 다음 번에 마일리지 어느 정도 되면 그 때 다시 체크해 보자고 계획을 알려 줄 것 같습니다. 타이어는 교체 없이 앞 뒤 위치를 바꾼다든가 하는 오래 탈 수 있는 방법을 권하면 더 좋습니다. 소모품에 대해서 설명하는 태도를 보면 정비사가 고객 입장인지 개인 사업자 입장인지 판단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수리를 받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 부품은 정품과 카피한 부품, 중고 부품 등 가격이 많이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다를 겁니다. 가령 범퍼만 해도, 어떤 사람은 색깔을 꼭 맞춰서 제대로 수리 받아서 새것 같이 말끔히 수리되기를 원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외관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면 그냥 최대한 저렴하게 처리했으면 하기도 합니다. 선택은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의 몫입니다.
그런데 가끔 무조건 이런 걸 써야 한다며 강요하는 카센터를 만나게 됩니다. 그러면 그게 비싼 선택이든 싼 선택이든 괜찮은 건가 의문이 들겠죠. 좋은 정비사라면 본인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옵션이 있고 각 선택들마다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고객에게 잘 설명해서 고객이 스스로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합니다. 요즘은 왠만한 부품들은 인터넷에 가격이 다 검색이 되니까 시장 상황을 알아 보고 정할 수 있게 고객의 입장에서 기다려 주는 분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마냥 비전문가인 고객의 의견만 기다리기만 한다면 믿고 의지할 수 없겠죠? 엔진 / 핸들 / 브레이크 같은 안전과 관련된 부분들이 문제가 있을 때는 꼭 수리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 본인의 의견이 명확해야 합니다. 작은 누유 같은 부분도 일반 정비에서 꼼꼼히 챙겨 보고, 주행 시 이상한 거동에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명확하고 단호하게 이야기해 주는 역할을 정비사가 해 주어야 합니다. 그게 우리가 정비를 맡긴 제일 근본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결국 좋은 정비사는 믿을 수 있는 분입니다. 그 믿음을 어떻게 확인하느냐는 정비 받으시면서 제가 앞서 이야기한 내용들을 한 번 물어 보세요. “제 차가 이제 4만인데 타이어 갈아야 할까요?” “지금 이야기해 주신 부품은 조금 비싼 거 같은데 좀 싼 제품을 추천해 주실 수는 없나요?” “엔진 오일 교환 하실 때 누유되는 곳은 없는 지 확인하셨나요?” “정품을 꼭 써야 하는 이유가 무언가요?” 이런 질문에 어떤 답을 해 주는지를 보면, 그 분이 나를 자동차 1도 모르니 비싼 수리비 물려도 되는 호구로 보는지 아니면 자기 차처럼 잘 챙겨서 불필요한 수리는 안 해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양심적인 분인지 파악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그런 분을 만나면 부품은 원하는 수준을 정하더라도 공임은 되도록 흥정을 과하게 하지 마세요. 조금 더 돈을 주는 대신에 자잘한 점검들을 부탁하시고 평소 불편했던 것, 주의해야 할 점, 다음 번 정비는 언제 받으면 좋고 어떤 걸 챙겨야 하는지 정보를 얻어 가시길 바랍니다. 자신의 헌신을 박하게 대하는 사람에게 좋은 마음이 갈 일이 없습니다. 신뢰라는 것도 결국 주고 받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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